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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격하는지혜 Jan 01. 2021

‘싱어게인’의 무대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이들의 이름은 곧 이들의 음악


jtbc '싱어게인' 공식 홈페이지1


유명(有名)과 무명(無名), 단순히 이름이 알려지고 알려지지지 않고의 차이가 아니다. 가수에게 노래가 곧 정체성이라서, 유명(有名)하다는 건 사람들이 ‘그’ 혹은 ‘그녀’만의 정체성이 담긴 노래를 제대로 알고 있다는 의미나 마찬가지이니까. 즉, ’그’ 혹은 ‘그녀’ 특유의 음색과 정서, 세계관 등이 하나로 어우러져 ‘그’ 혹은 ‘그녀’의 이름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름이 아닌 무명, 번호제로 시작하여 경쟁에서 탈락하거나 최종 우승을 해야 이름을 되돌려주는, JTBC ‘싱어게인’의 시스템은 특별하다. 참 아이러니한 방식이 아닐 수 없다. 취지는 ‘세상이 미처 알아보지 못한 재야의 실력자, 한땐 잘 나갔지만 지금은 잊힌 비운의 가수’ 등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는 건데, 정작 이들이 알리고픈 이름은 숨기고 있는 까닭이다.


매 경쟁에서 승리를 거둔 누군가의 이름은 밝힐 시기가 계속 뒤로 밀리는데, 오히려 탈락한 이들이 번호를 걷어내고 제 이름을 밝힐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승리를 거둔, 그러니까 합격한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싱어게인’의 시스템에 반발을 한다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남은 이들은 계속 무대 위에 올라 자신의 음악을 보여줄 기회를 얻었고 떠나는 이들은 제 이름을 알릴 계기를 얻었으니, 이것이야말로 합격자도 탈락자도 각각의 혜택을 얻는 윈윈 구조가 아닌가.


jtbc '싱어게인' 공식 홈페이지2


그동안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지녔던 폐해, 합격과 탈락의 구분이 명확한 탓에 경쟁 자체가 치열하고 잔혹하게 이루어져, 결국은 결과를 조작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게 만들었던 문제적 상황들을 단번에 해소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싱어게인’이 단순히 시청률을 높이고 화제성을 돋우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취지를 실현하고 존재 목적을 증명하는 데에도 상당한 진정성을 가지고 애쓰고 있기에 가능한 결과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싱어게인’의, 무명 가수에게 유명, 이름을 얻고 알리는 것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깔려 있다. 누구나 얼굴을 알아보고 이름을 떠올리는 유명인의 유명이 아니라, 노래만으로, 노래에 담긴 음색이나 정서, 세계관만으로 해당 가수의 얼굴과 이름을 떠올릴 수 있는 것. 노래와 가수가 서로의 정체성이 되어주는 것, 이것이 바로 ‘싱어게인’의 무명의 참가자들이 그토록 혼신의 힘을 다해 무대에 올라 얻으려 하는 유명(有名)이다.


‘싱어게인’의 무대에는 합격자도 탈락자도, 승자도 패자도 없다. ‘싱어게인’이 공개한 결과표처럼 이제 이름이 밝혀진 가수와 아직 번호로 불리는 가수만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전자든 후자든 ‘싱어게인’의 무대에 섰다는 것만으로 무명에서 유명이 되었고 될 테니, 이토록 본연의 존재 목적을 충실하게 달성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또 있을까. ‘싱어게인’이 만들어내는 매순간의 무대가 의미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jtbc '싱어게인' 공식 홈페이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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