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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격하는지혜 Feb 01. 2021

강용석과 ‘웃는 남자’의 바킬페드로

“사탄이란 그렇게 생겨먹었다”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 ‘웃는 남자’에는 ‘바킬페드로’란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창백한 얼굴과 살집 있는 몸을 가졌으며, ‘미미하지만 영양가 높은 하인의 처지’를 유지하는 것을 생존방식으로 삼는 약삭빠른 기회주의자다. 하인의 위치에서, 바다에서 뭍으로 떠밀려온 정보들을 살펴보고 보관하는 직위에까지 오른 그는, 우연찮게 충격적인 사건의 전말이 적힌 종이를 발견하면서 자신의 야욕을 실현하게 되는 희대의 악인이기도 하다.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를 이끄는 ‘강용석’의 행보는 앞서 언급한 ‘바킬페드로’를 연상시킨다. 소문과 뒷이야기들이 끊임없는 곳에 자신의 일터를 꾸렸다는 것과 다른 이의 삶과 관련된 정보들을 활용해 개인적인 이득, 그러니까 오늘날 가장 강력한 권력이라 할 수 있는 화제성을 얻고 있다는 점이 닮았다. 그저 이기적일 뿐인 행위에, 마치 밝혀져야 할 진실을 밝히는 정의의 사도인마냥 적절한 선의를 버무린다는 점 또한 마찬가지다.


뮤지컬 ‘웃는 남자’


바킬페드로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면, 그가 파도에 떠밀려온 호리병 안에서 발견한 이야기는 십수년 전 버려진 아이에 관한 내용이었다. 당시 부모가 없거나 버려진 혹은 어떤 음모에 휩싸인 아이들의 얼굴을 기괴하게 손상시켜 팔아 넘기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는데 한 지체높은 귀족의 자제가 그런 일을 당한 채 버려졌다는 것이다. 다행히 이 아이는 살아남았고 ‘그윈플레인’이란 이름의 청년으로 자라 사람들에겐 ‘웃는 남자’라 불리는 유명한 광대가 되어 있었다.


이 정보를 받아든 바킬페드로는 쾌재를 부른다. 그윈플레인이 제 자리를 찾게 되면 혁혁한 공을 세운 자신은 은인이 되는 게고, 무엇보다 그윈플레인의 복권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볼 대상이, 자신이 오랫동안 앙심을 품고 있던 귀족이었기 때문이다. 손 안 대고 코 푼 격이라 할까. 바킬페드로로서는 신이 본인을 위해 준비하고 벌여온 상황이라는, 오만한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해당 과정에서 통쾌함은 물론이고 꽤 많은 금전적 이익을 얻었다. 하지만 시대의 평가는 피해갈 수 없고, 작가는 그를 이렇게 기록한다. “사탄이란 그렇게 생겨먹었다.” 


영화 ‘웃는 남자’


강용석은 지난해 대구에서 열린 가세연의 오프라인 강연에서 김건모의 아내로 추측할  있는 이와 관련한 추문을 이야기함으로써 상당한 화제성을 얻기 시작한다. 이제는 선도가 아니라 이슈, 뉴스를 만들어내는, 특히 연예뉴스 분야에 있어서는 저희가 이제는 완전히 뉴스를 만들어내고 있는데요. 가세연의 ‘인싸뉴스에서 강용석이 당시의 상황에 대해 피력한 부분이다. , 추문의 진실여부를 떠나, 추문을 대하는 강용석과 가세연의 태도가 문제였다 하겠다.


적어도 스스로를 뉴스를 만들어내고 있는 곳이라 여긴다면, 자신이 전한 정보에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어떤 의도, 어떤 무게감을 지니고 있던 뉴스의 말 한 마디는 여론을 움직이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용석의 코멘트에서는 어떤 책임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오늘날의 부와 권력의 매개체라 할 수 있는 화제성을 얻었다는 것에 흡족해하는 모습 뿐이다.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겉으로는 진실을 밝히겠다며 이곳 저곳 찌르고 다니고 있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이게 그들의 생존방식으로, 지식인인 척 하지만 자본주의의 온갖 저급함은 다 끌어안은 속물에 불과하다. 진심으로 진실을 수호하겠다는 정의의 사도라면 확인이 되었든 확인이 되지 않았든 누군가의 삶이 얽힌 이야기에 이렇게 반응할 수 없다.


운명의 장난인지 지능적인 작전인지 때때로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이 정의롭고 선한 가치와 아주 잠깐 연결되어, 보이는 것에 약하고 군중심리에 쉽게 휩쓸리는 대중이 착각이나 오해를 할 수도 있겠지만 본질은 결국 드러나기 마련이고 시간과 역사 또한 끝내는 진실의 편이다. 그러니 강용석과 가세연은,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가 바킬페드로에게 남긴 기록을 기억하기를. 천박한 지식인의 상징적 존재로 남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열린 책들 ‘웃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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