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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격하는지혜 Jun 30. 2018

'비너스의 탄생'으로 보는, '스타의 탄생'

진서연과 오영주

산드로 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은 물거품에서 태어난 사랑과 미(美)의 여신 비너스가 키테라 섬에 도착하는 장면을 그린다. 바람의 신 제피로스가 보내는 바람을 타고 뭍에 도착한 그녀가 맞이한 것은 환대, 사랑과 미의 여신의 탄생을 기뻐하는 지극한 환대였다.


굳이 ‘비너스의 탄생’을 거론하며 포문을 연 이유는 스타의 탄생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스타는 어떻게 태어날까. 그리스로마신화에 의하면 비너스는 아버지 우라노스(하늘의 신)의 잘린 생식기가 바다에 던져지며 생긴 물거품 속에서 태어난다. 흥미롭게도 이 장면은 스타들의 탄생과정을 연상케 하는데, 스타들 또한 어떤 특출 난 화제(아들에게 생식기가 절단된 아버지의 기구한 사연 등)가 만들어낸 물거품 같은 인기 속에서 등장하기 마련인 까닭이다.


영화 ‘독전’은, 워낙 유사한 스타일의 작품이 일전에 많았던 탓에 이야기 자체에 대한 흥미보다, 고인이 된 김주혁이 출연했고 그의 색다른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으로 먼저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개봉 후 우리에게 ‘진서연’이란 이름 석 자가 많이 들리기 시작하는데, 그녀가 작품에서 보여준 인상 깊은 모습, 실제 같은 마약 중독자 연기가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입과 입을 타고 퍼지면서 화제가 된 것이다.


영화 '독전' 스틸컷


그래서 진서연을 영화 ‘독전’의 수혜자로만 인식하기에는 좀 애매한 구석이 있다. 개봉 초반이나 중반 이후부터는 말로만 듣던 ‘진서연 연기’ 좀 한 번 봐보자 하는 식으로 상영관을 방문한 관객들이 더 많아서 오히려 그녀가 영화 흥행의 견인차 역할을 한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품성이 받혀줘야 그만큼의 파장을 가질 수 있으니, 서로가 서로의 수혜자라고 보는 게 가장 옳겠다. 무튼 ‘독전’으로 화제의 중심에 오른 배우 진서연은 괴물 같은 연기력의 소유자로 대중의 찬사와 환대를 받으며 스타의 자리에 입성 중이다.


또 다른 인물 ‘오영주’가 있다. 독특한 경우인 게 그녀는 배우지망생도, 연예인지망생도 아닌, 이래저래 스펙이 좋을 뿐인 일반인, 스타와 거리가 좀 있는 일반인이다. 그러나 그녀의 입지는 ‘하트시그널 시즌2’ 방영 이후 현저히 달라진다. 프로그램 자체가 일반인의 썸과 연애를 다루고 있는 방송으로 시즌1에서부터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었던 지라 화제가 될 만한 판은 이미 깔린 상태에다, 오영주 특유의 매력까지 얹힌 결과라 할까.


오영주 인스타그램


오영주를 향한 대중의 마음은 생각보다 커서 그녀를 선택하지 않은 상대가 선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엄혹한 비난에 휩싸이기도 했다. 도대체 그녀의 어떤 매력이 대중의 환대를 끌어낸 걸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강점은 경청과 차분함이다. 다른 이들의 말을 좋은 자세로 듣고 솔직담백한 호응으로 답한다. 평소보다 흥이 좀 더 오르는 술 취했을 때를 제외하고, 어느 상황에서든지 차분함을 잃지 않으며 감정에 휘둘리기보다 감정을 잘 표현하기 위해 애쓴다.


사실 오늘의 우리들에게 부족한 부분으로 우리가 오영주에게 끌릴 수밖에 없던 이유라 하겠다. 어느새 그녀는 대중에게 ‘닮으면 참 좋을 것 같은 인물’이 되어 대중의 실제적 삶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다. 특히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택받지 못한 그녀의 애달픈 사연은 심정적인 공감을 얻어내어 대중으로 하여금 힘을 모아 그녀를 지지하게 만든다. 그녀 자신으로서는 의도하지 않은(의도했을지 모를 속내까진 다 알 수 없으나), 거대한 편을 보유한 스타, 일반인 비너스의 탄생을 이뤄낸 셈이다.


비너스의 탄생, 우리의 삶에 아름답고 흥미로운 볼거리, 열정 가득한 관심을 쏟아 부을 거리들이 생긴다는 건 확실히 환영받을만한 사건이다. 대부분의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삶은 반복되고 지루하고 고통스러워, 종종 우리의 시선을 충분히 빼앗아 주거나 대체해 줄게 필요하니까. 일상의 판타지를 충족해 줄 수만 있다면 어떤 지불도 아끼지 않는 우리가 있기에, 스타산업은 여전히, 또 앞으로도, 비너스들을 양산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고, 또 누릴 터다.


by. 윤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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