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토요일이다. 평소엔 괜찮은 것 같다가도, 토요일만 되면 나도 모르게 약간의 우울감에 휩싸인다. 손을 잡고 걸어가는 연인들을 보면 조금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내게 있어 토요일은 항상 만나던 사람을 위해 비워두던 날이었다. 어딘가로 훌쩍 떠나기도,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함께 하기도, 사랑을 속삭이기도 했던 그런 날. 불규칙적으로 평일에 만난 적도 있지만, 토요일만큼 정해져 있던 날은 없었다.
약속의 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당연했던 그런 날.
그랬던 토요일을 혼자 보낸 지 어느덧 1년 가까이 돼간다. 당연하게 여겼던 날인만큼 그 후유증 또한 크게 다가온다. 누군가의 부재가 마음에 큰 구멍을 내놓은 것처럼 공허하고, 가끔은 외로움과 쓸쓸함을 동시에 느끼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길 가는 사람의 손을 덥석 잡으며 나랑 연애하자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꾹 참는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연애는 나 혼자서도 행복할 때 시작해야 하는 것이라고 여겨서다. 굳이 옆에 누군가 있지 않아도, 자신의 인생이 좀 괜찮다고 느껴지고, 혼자서도 충분히 즐거운 때여야 알맞다고 생각한다. 사무치는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아무나 붙잡고 사랑을 속삭인다면 아마 그 사람은 더 외로워지지 않을까. 결국 ‘외롭다’라는 감정은 타인이 해결해 줄 수 없는 나의 문제이니까.
따사한 봄날에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한적한 곳을 거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사랑이란 것이 언제부터 내 마음대로 시작하고 끝낼 수 있는 것이었던가. 그저 언젠가 내 옆에서 같이 걸어줄 사람을 천천히 기다리며, 난 내가 할 수 있는 일. 즉, 나를 가꾸고 사랑하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걸 묵묵히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내리는 비에 속절없이 떨어지는 꽃잎들이 조금은 마음 아프고, 타인의 온기가 유독 그리워지는,
모든 이가 사랑을 외치는 계절, 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