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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지 못한 편지

by 오또또이


작가님 전시를 보러 망원동을 다녀왔어. 문을 열고 들어가서 이제 막 전시를 관람하려는데, 마주한 테이블 위에 봉투 3개가 있고 그 안에 글이 담겨있었어.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인 거지.


물론 3개의 글을 다 읽을 순 있지만, 어느 글을 먼저 읽느냐에 따라 마음의 동요가, 감정의 온도가 미묘하게 다를 수 있는 거니까 이 또한 꽤나 중요한 일이 되는 거겠지.


불현듯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만약 내가 그때 그 여름으로 되돌아간다면 네 손을 잡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 참 많이 힘들어했지. ‘우리’라는 이름으로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미움도 받았었잖아. 그래서 네가 그때로 돌아간다면 널 놓치는 일 따위 하지 말라고 상기된 목소리로 말을 했었지.


근데 있잖아. 사실 나 자신이 없어. 그때의 선택 또한 내 선택이었을 텐데, 널 잃고 난 뒤에야 소중함을 깨달은 것도 내가 내린 결정에 대한 결과의 후유증이었으니까. 아마 돌아간대도 그저 과거에 결정을 내린 내 자신을 묵묵히 지켜보며 응원해주고, 그 결과에 수긍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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