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8/2025

작은 일에 보람찾기

by 윤준희

남자들이 나이가 마흔이 넘기 시작하면 하는 흔한 착각이 있다.


세상 좀 알것 같으니 일 좀 크게 벌려야 할 때가 왔다.


마흔, 쉰 이쯤 되면 슬슬 불안감이 온다. 삶이 고정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업사이드 포텐셜은 안보이는데 다운사이드 리스크만 보이기 때문이다.


당면 문제는 해결 기미를 안보인다. 이러다 내 직장에서 밀려나는것 아닐까, 내 커리어는 더이상 미래가 없다. 애들은 커가는데 수입은 그대로다. 등등.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 성공하면 지금 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막연함.


과거 학연, 지연, 혈연, 직업 등 내 스테이터스 들은 다 유통기한이 지났다. 내 지력과 체력도 이젠 한계가 보인다. 그럼 만들어놓은 재산 아니면 빚을 내어서라도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


보통 크게 실수를 하면서 끝난다. 코인이나 주식에 몰빵한다던가, 사업을 시작한다던가 하면서. 대책없이 이민을 하는 가족도 있다.


내 아빠도 그 시점에서 위의 실수 때문에 스트레스 받다 가셨다.


주변에 내 친구들도, 형제들도 비슷한 이유로 힘들어 한다.


돌파구를 만들지 않을 수는 없다. 대부분의 경우 현재 커리어나 비즈니스 모델이 한계에 부딪힐때 선택을 강요당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누구도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혼자 결정하고 밀어붙여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 결과는 잘해봐야 현상 유지고, 대부분의 경우는, 슬프게 끝난다.


이 때 수많은 아버지들이 무리를 한다. 투잡 쓰리잡 등등. 실로 눈물겹다. 건강도 망치고, 가족 안에서는 와이프의 갱년기 원망과 아이들의 사춘기 반항이 극을 달한다.


인생은 정답이 없다. 다만 리스크는 있다.


모르는 리스크는 떠안지 말자. 제발. 마흔다섯 넘은 남자들은 보이기보다 쉽게 무너진다.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뭔가를 벌리고자 한다면 때를 기다려라. 오지 않아도 그만이다. 준비가 충분하고 시류가 맞고 사람이 있어도 힘든 일이다. 반드시 하여야 하고 할 만할 것 같으면 작게 시작해라. 살살, 일찍, 자주.


살아남는자가 강한거라는 클리셰는 진리다.


차라리 난초를 길러라. 악기를 다시 배워보던가. 그림을 그리던가, 이렇게 글을 쓰던가. 요리를 하던가. 글을 읽던가.


플렉스의 정확히 반대다. 이리뛰고 저리뛰는 불안한 마음을 잠재울 수 있는 일을 하란 말이다. 내 가라앉은 허영을 터뜨리라는게 아니라.


종교인이라면 좀 더 신앙생활에 깊이를 더하는것도 매우 좋다.


와장창 터뜨리는게 인생의 목표가 아니다. 깨어있는것이 인생의 목표다.


별로 돈이 들지 않는다는 점도 좋다.


우리 중년 아빠들에게 평화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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