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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수업
앞문은 소중하다
by
매콤S
Sep 16. 2021
2009년 시범적으로 전국의 모든 학교급에서
보건수업을 한 이래로 쭉 보건수업을 하고 있다.
내가 가르치는 내용이나 계획은 나한테만 중요해서
학교가 정해주는 대로 아무 학년, 아무 시간에
해야하는 것이 비교과교사의 설움이라면 설움이다.
올해는 고 2 창의적 체험수업 시간을 받았다.
선생님인 내가 수업을 한다 Yo!!!
학생인 너희는 수업을 듣자Ye!!!
이게 아니라, 그저 한명당 50분
20명이면 1000분이나 되는 귀한 시간이라고
여기고
매시간 의미있게 보내려고 애쓴다.
오늘은 이 아이들이 졸업식날 받을 편지를 쓰게 했다.
내가 잘갖고 있다가 이 아이들의 졸업식날 아침에 줄것이다.
나는 PSY의 I remember you를 틀고
색색깔의 종이와 봉투,
도라에몽 마스킹 테이프를 준비해서 나눠준다.
TV에 PPT를 띄워주고,
이중에 서너개만 골라쓰게 한 뒤
DJ처럼 아이들의 신청곡을 끊이지 않게 틀어준다.
오늘은 실수가 있었다.
'첫눈'을 틀어달라길래
드라마 도깨비의 주제가를 틀었더니
간신히 잡은 분위기가 엉망이 되었다.
아이들이 원한 것은 EXO의 '첫눈'이었다.
17명 중 9명이 열심히 작업을 하고
8명은 자고 있었는데,
맨 앞에서 자던 아이가 벌떡 일어난다.
'화장실가도 되요?'
벌써 앞문으로 성큼성큼 가고있는
학생의 앞길을 막으며 다급하게 알렸다.
'선생님은 아직 대답하지 않았어요!'
고깝다는 듯 나를 위아래로 짧게 훑은 학생이 또 말한다.
'똥마린데요?'
이쁜 얼굴로 유아어를 날린다.
'그래요. 똥싸러 가세요.
뒷문으로 가세요. 선생님이 있는 동안은 앞문은 안돼요'
수업 중인 교사에게 앞문은 소중하다.
비록 시험도 보지않는 과목이며
이리저기 짜깁기가 된 시간표 어드메를 채우는 비교과교사라 해도 말이다.
교사이며 어른인 나를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표현이며,
최소한의 예의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고,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학생에게 휘둘리는 교사로
보이지 않기 위함이다.
반아이들을 휘둘러 본다.
우리집 중1이 여기에 가득하다.
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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