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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콤S Nov 04. 2021

교장선생님 이러기 있긔없긔

저 진짜 섭섭합니다

교장선생님의 정년이 얼마남지 않았다.


유독 학교가 사고처리가 늦고

폐쇄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특별히 교사들이 부도덕한 집단이라서가 아니다.


느 집단이나 소수의 헌신자들이 있으며

그외에 어이없는 자들과

게으른 자들이 적당히 섞여 있기 마련이다.


부지런함의 대명사인 개미조차도

사실상 의미있는 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1%이며

대부분은 무의미하게 돌아다닐 뿐이라고 하지않는가.


학교는 특히

관리자, 즉 교장, 교감선생님의 정년이 앞에 있으면

적당히 넘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털어서 먼지 안날 사람이 어디있는가.

혹여 철저히 사건을 해결하고자

신고하고 보고하다가

흠결이 들어나면

작은 징계라도 나올수 있고,

그것은 관리자들의 명예로운 퇴임을 방해할 수 있다.

교장으로 퇴임하여

교장의 연금을 받을 분이

평교사의 퇴임과

평교사의 연금이 될 수도 있어서

퇴임을 앞둔 관리자들은

되도록 조용히 학교가 돌아가길 바란다.


그런데 또 보자.

관리자가 되는 분들의 나이는

대부분 50대이고

사립은 퇴임전 선심쓰듯

1, 2년 관리자 발령을 내주기도 한다.

그러니 몇년 안가 퇴임이고

그뒤로는 또 비슷한 분이 또 오셔서

교직의 마지막을 불사르다가

후다닥 퇴임하신다.

즉 학교는

늘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나는

절대로 승진할 일이 없는 내 처지가 좋다.

보건교사의 교감 승진이 허락된지는 몇 년 되지 않았고

나는 사립교원이라 그런 일이 올 리가 없다.


여하튼 이러할진대

보건교사의 업무가 참 얄궂다.

성고충상담실이란 것을 담당하고 있는데

간사인 보건교사는 사안이 발생하면

관련내용을 서식으로 만들어

당사자들에게 전달해야 된다.

일단 접수된 내용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법이 지엄하고

성인지감수성을 논하는 시대가 지엄하며

나는 징계를 걱정할 직분도 아니기에

원칙대로 할수 있다.


2년 전쯤

참으로 불미스럽게도

교장선생님이 성고충심사 대상이 된 적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60대와 20대의 어법의 차이에서 일어난 오해였기에

서로의 입장을 밝히고

슬픔없이, 징계도 없이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본인이 성고충심사 대상이 되었다는 것,

그것을 보건교사가 서면으로 작성해서

교장실에 와서 교장님 책상위에

이거 한번 읽어보세요~하고 갖다두고 간 것이

매우 충격이셨던 교장님께서는

언어적 표현으로는 단 한번도 뭐라 하신 적이 없으시지만

비언어적 표현으로는

늘 내가 밉다는 느낌이셔서

난 늘 송구했다.


그렇게 나는 우리 학교 최고 짱과 등을 지었다.


그리고 며칠전

우리 학교 최고 미인 선생님이 백짓장같은 얼굴로 쓰러져

보건실에 오셔서 누워계시다 병원으로 가셨다.


근데!

교무부장님이

교장선생님이 보내셨다며

쓰러진 선생님께 이것을 전해달라신다.


이미 아픈 선생님은 병원으로 가셨기에

홍삼스틱은 내 것이 되었다.


어언 한달이 되어가는데

나는 아직도 고민 중이다.

저걸 전해야되나, 내가 먹어야되나.


교장선생님 저 진짜 섭섭합니다.

보건교사한테서

성고충상담실 업무를 없애달라!

아니면 성고충이라는 단어라도 바꿔달라!

뭔가 성에 대한 고충이라면

모든 것을 해결해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매우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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