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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콤S Oct 29. 2021

보건교사의 회식이란

세번째로 누락된 날의 소회

오늘로서 세번째 부서회식에서 누락됐다.

누락됐다는 말은 내 의지로 빠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학교의 회식이라는 것은 보잘 것 없다.

애초에 회식이라는 말을 쓸 수도 없다.

부서의 중요안건을 상정해 협의회를 한다고 기안을 하고,

협의회 식사비의 항목으로

1인당 1년에 2만원 정도를 배정받아

협의회를 한다고 한 그 날에 법인카드를 쥐고 나가서

딱 배정받은 만큼의 돈만 카드로 긋는다.

당연히 비용은 초과되며

초과된 비용은 누군가가 사비로 채운다.

보통은 부장님이 그 부담을 진다.


중학생이 둘 있는 맞벌이 엄마에게 회식이란 무엇인가?

얼른 먹고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아예 처음부터 돌볼 자식이 있다는 핑계로

빠질 수 있다면 빠지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나는 굳이 그러지는 않는다.

직장에는 공식적 관계와 비공식적 관계가 있다고

배우지 않았던가?

회식은 비공식적 관계를 확인하고 공고히 함으로서

공식적 관계를 돕고, 업무를 원활하게 한다.

이런 지식을 알고 있는 것을 보니

나는 꼰대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40대 중후반이다.

대한민국 아줌마로서

우리 부서 젊은 두 여선생님을

회식에서 이르게 탈출시켜주는 것을

내 소임으로 여기고 열심히 회식에 참여하려고 한다.


그러나

오늘로서 나는 세번째로 회식에서 누락되었다.

이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술드신 분들을 대중교통까지 데려다드리는 운전과,

후배 교사들의 마무리에 대한 부담을 나누어지는 것에서

방되었다.


약간은 붉어진 눈시울을 감추며

우리집에 도착해서

나홀로 회식을 간다.


회식은 뭐다?

고기다.

회식은 뭐다?

노래방이다.


나는 괜찮다.

회식 안가면 좋다. 뭐.

북적북적한 학교에서

독방을 쓰다보니 생기는 에피소드일 뿐이다.


보건교사가 된 초기에

그동안 보건교사가 없어서

보건교사의 일까지 덤터기를 썼었던 선배교사께서

해주신 얘기가 생각난다.


학교에 독방쓰는 사람은

자기랑 교장선생님 뿐이야.

자기는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야.

외로워하지마.


맞다.

외로울 틈이 없다.

나는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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