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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콤S Nov 30. 2021

보건실의 성탄 준비

부처님 삐지실라

수능이 지났다.

수시라는 대입제도가 생기고서는

고3은 9월부터 뭔가 장사가 끝나는 기분이다.

특성화고라 수능으로 대학가는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적다보니 더욱 그렇다.


올해 코로나19로 쓰지못한 예산이 많았는지

평소에 따지는 게 많아 쓰기어렵던 교육청 예산이

보건실까지 할당이 왔다.


이전에도 교사 개인별로는

늘 큰 예산을 쓰던 나다.

1학년 건강검진이 있고

2, 3학년의 소변검사, 결핵검사가 있어서인데

몇 년 전부터는 교직원의 결핵검진이 추가되었고,

작년부터는 방역예산이 추가되어

가욋일이 되는지라

사실 예산쓰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소심하게 백만원을 받아서

이름도 거창한

2021  교육회복 지원사업을 실시했다.

짬짬이 2022년 메세지 카드를 만들고

납품받은 크리스마스 나무들과 빼빼로를 담아서

학생들과 열심히 크리스마스 스와그를 만들었다.


프로그램명은

'스와그(swag)로 스웩(swag)하기'


남은 재료들로는


보건실을 꾸미고


또남은 재료들로는

수업 들어가는 다른 반 아이들과

이른 성탄카드 만들기를 했다.


구상나무의 가득한 향이

구석구석 스며드는 날이었다.


그러나 잊지말아야지.

나는 보건교사니까 보건수업을 해야한다.


학기초에 받았던 질문종이에 답해준다.

카드만드느라 바쁜 아이들에게

조잘조잘 얘기했다.


자기들이 적어낸 건데

질문만 읽어줘도 웃고 난리가 났다.


여러분, 입냄새가 날 것으로 예상되면

그날은 키스할 날이 아닙니다.

좋은 짝궁이라

좋은 기억으로 나누고 싶다면

키스에 대한 대화를 할 수 있는 때에

키스를 결심하길 바랍니다.

우리 키스할까?

우리 이닦고 키스할까?

하고 말할수 있을 때 하면 좋겠습니다.

키스를 왜 하는데요?

냄새난다는 감정을 참으면서 할 이유가 없습니다.

여러분의 경험을 늘 좋은 것으로 남기기 위해

표현하고 애쓰세요.


오늘의 정신없는 보건수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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