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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콤S Dec 17. 2021

습관은 무서워

간호사일 때도, 교사일 때도

코로나19로 시국이 엄중한 가운데

기말고사가 치뤄지는 중이다.

입시와 줄서기를 위한 학교교육이 된지 여러해,

고사기간의 민원은 코로나만큼이나 엄중하다.


그러함에도 여기저기 확진자로 인해

시험일정을 미루고 바꾸고 늦추고

여기저기 학교마다 난리도 아니다.


우리 학교도 지난 주 확진자가 나왔고,

수동감시자가 된 아이들과 교사들을

6-7일째 PCR검사로 수동감시 해제를 시킨 뒤

기말고사를 치르는 중이다.


조금 전에는

사라진 복도감독을 찾아 동동거리는

교실감독 선생님을 대신하여

화장실에 갔다 오는 길에 붙들려

교실감독을 서주고 들어왔다.


학생들이 시험보느라 보건실 이용이 뜸한 시간,

나는 또 교육청 업무편람에도 없는 업무를 시작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오늘의 좋은 말사탕을 만든다.

색지에 명언을 적어 출력한 뒤

작두로 잘라

하나씩 컴싸로 말아

빵끈을 말아서 쏙뺀다.


오늘 온 아이는 내일 또 온다.

한번 온 아이는 두번 온다.

어떤 아이는 하루에 1번이라는 메모에도

2개 안되나요 한다.

남자친구 갖다주면 안되나요 한다.

취업나간 졸업생이 만드는 방법을 묻고

심지어 좋은 말 파일을 달라고 한 적도 있어서

이런 나의 지적재산권!!! 하면서도

직장에서 사랑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파일을 보내주기도 했다.


내가 이렇게 일을 만들어 하는 사람이라서인지

누가 나더러

그러니까 보건교사더러 한가하다고 하면 화가 난다.


수술실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엄격히는 대학 4학년 때 인턴쉽을 한 것이다.

수술이 없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직근무를 나갈 때가 있었다.

계획된 수술 외에 응급수술이 있을 때만

업무가 생기는 거라

와, 편한 하루가 되겠구나 하고 나갔는데 왠걸...


선배간호사는 수술실의 모든 주변집기를 꺼내서

그러니까,

가장 더러운 스텐 양동이나, 쓰레기통 같은 걸 꺼내서

나더러 닦으라는 것이었다!

네? 제가요?

응, 월급 그냥 나오는 줄 알아.

주중엔 직원이 해주지만 주말엔 간호사가 하는 거야.

시무룩해진 나는

그래도 장시간 수술에 내동 서있는 것보다 낫지 뭐 하며

쓱쓱싹싹 닦아 엎었다.

그 일이 끝나자

선배간호사는 거즈와 솜을 한뭉터기 가져오더니

여러가지 사이즈로 자르고 접게 하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이비인후과 수술방에 근무 중이었는데

이비인후과는 귀속, 코속 같은데를 수술하다보니

시중에 나오는 거즈보다 작은 거즈가 필요할 때가 많았다.

그것을 손으로 직접 만드는 줄은 몰랐다!


간호사는!

간호사는 쉬지 않는다.


선배님과 나는 작은 공장 사장님과 사모님처럼

마주 앉아서 하염없이 거즈를 자르고 접고,

탈지면을 둥글려서

작은 공, 더 작은 공, 더더더 작은 공 모양을 만들어서

소독실로 보냈다.

지금은 아마 모든 것이 공장에서 나오겠지만,

20년 전에는 그랬다.


간호사일 때나,

교사인 지금이나,

내 몸과 손을 내버려두지 못하고

늘 일을 찾는 것은

내 발등 내가 찧는 일일까?

그래도 학생들이 즐거워 하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다.

그러니 오늘도 돌돌 만다. 돌돌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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