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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고르 Jan 17. 2022

삼성전자 주식에 올인한 날 보고
엄만 거품을 무셨다.

엄만 주식이 도박인 줄 아신다.


"뭐! 주식을 한다고?! 미친나 이기!"


"엄마. 요즘 주식 안 하면 바보 소리 들어요.."


"온 집안 말아먹을 일 있나!!"


이럴 때면 어른들이 살아온 과거에 당최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불과 35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고도의 산업화 시기였고 경제가 빠르게 성장할 때였다. 부모님 세대는 그 황금기에 취직해서 돈을 벌었고 15% 이상의 금리 덕분에 은행에 저축하는 것이 미덕이었던 세대다. 우리처럼 한 치 앞의 미래조차 예측하기 힘든 시대도 아니었고 오히려 가시화된 높은 경제성장률 덕에 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되는 시대였다.


그러한 풍족한 사회에서 주식투자를 하려는 사람은 뭔가 욕심 많은 사람처럼 보였을 것 같다. 필요 이상으로 욕망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드는 것이다. 금욕의 미덕이랄까. 내가 어릴 적부터 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들으며 부자에 대한 거부감을 키워왔던 것도 하나의 예이다. 그러니 "주식 투자해서 성공하는 사람 아무도 없더라! 함부로 손대지 마라."라고 말씀하신 우리 아빠도 어쩌면 동 세대들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정상적인 사람 중 한 명일 것이다.


나 또한 욕심이란 것을 굉장히 경계하는 사람이다. 모든 불행은 욕심으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수도권 대학에 입학하고픈 욕심, 대기업에 취직하고 싶은 욕심, 좋은 집을 사고 싶은 욕심 등 욕심 자체를 갖지 않는다면 번뇌에 의한 고통은 존재할 수 없다. 그렇기에 욕심을 버리고 작은 것에 만족하고 산다면 그것만큼 현명한 삶이 없을 것이다.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는 부익부 빈익빈 시대에 풍족한 가정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남들보다 훨씬 큰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흙 수저 입장에선 어쩌면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가진 것에 만족하는 능력을 기르는 게 수지 타산이 맞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도 결국 주식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내가 버는 돈으론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현재에 만족하려고 아무리 애를 써봐도 앞날이 걱정되어 잠이 오지 않는다. 내가 버는 월급 180만 원으로 아이를 키우고 살 집을 구하려니 계산기가 두드려지지 않았다. 나와 와이프도 벌써 30대고 건강한 출산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점점 지나고 있는 와중이다. 만족하는 삶이고 나발이고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어떤 형태로든 경제적인 수입을 만들고자 했다.


"엄마. 설마 지금 그 돈 전부 예금으로 넣고 있는 거예요?!"


"금리가 좀 떨어지긴 했지만 제일 안전한 방법이잖아"


"지금은 적금이고 예금이고 다 하면 안 돼요.. 물가 상승률도 못 따라가는데.."


투자에 '투'자도 모르는 우리 엄마의 돈 굴리는 방법은 '적/예금'과 '보험'이다. 일생을 이렇게 살아오셨으니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거품을 무실만도 하다. 하지만 이미 주식의 필요성을 깊이 깨달은 난 엄마가 은행에 넣어놓은 돈들이 너무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수익은 없을지 언정 손해는 안 봤으면 하는 마음이다. 난 며칠간 엄마를 간곡히 설득했다.


"엄마. 은행에다 넣어놓은 돈을 차라리 우리나라 1위 기업인 삼성전자 주식에다가 넣어놔요. 삼성전자가 망하면 우리나라도 망하고 이재용도 망하는 건데 망하기야 하겠어요??"


"삼성전자도 망할 수 있지!! 그걸 누가 아니!"


삼성전자가 망할 확률보다 농협은행이 망할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 30년 이상 돈을 관리하면서 생긴 습관을 한 번에 고치시긴 힘들 것 같았다. 어쨌거나 내 돈이 아니니 이 이상의 참견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이내 대화를 멈췄다. 그리고 엄마한테 한번 물어봤다.


"엄마. 근데 왜 이때까지 투자 같은 건 신경도 안 썼어요? 주식은 몰라도 부동산 투자는 엄마 친구들도 많이 하신다면서요"


"아니 필요한 만큼 있는데 왜 더 늘려야 하니?."


"...."


그 엄마의 그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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