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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고르 Jan 15. 2022

"여보, 어떤 지역에 가면 딱 귀촌할 느낌이 온대!!"

귀촌할 지역 선택하기

길고 긴 고심 끝에 귀촌을 결심했고,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바로 지역 선정이었다. 


완벽한 시골 정서가 있는 시골로 가야 한다면 전라도나 충청도를 가야 했다. 거긴 온 천지에 논과 밭이다. 우린 농사로 먹고 살 건 아니었으므로 최소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너무 깡촌으로 가면 사회복지사와 간호사 일을 할 직장이 있을 턱이 없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의 인프라는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더구나 우린 앞으로 애도 낳을 거니까 괜찮은 병원과 학교도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경남에 있는 지역 중 한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에겐 귀촌에 대한 불안감도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희석시켜 줄 만한 선택을 고려해야 했다. 우리의 고향이자 부모님이 살고 계신 양산/김해와 가까운 지역을 선택하여 가족과 물리적으로라도 멀어지고 싶지 않았다. 가족과 가까이 산다는 것은 큰 안정감을 줄테다. 또한 경남은 전라/충청과 비교하면 그리 깡촌은 아니라는 사실이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일단 경남권에 있는 지역들을 전부 나열해 봤다. 김해, 양산, 창녕, 함안, 남해 등등.. 이 중 도시화가 진행돼서 시골 정서가 부족한 김해, 양산, 창원 등은 제외했다. 그리고 각 지역별 인구를 조사하여 비교했다. 인구가 1만 명 대인 의령은 제외. 여긴 심지어 읍내에도 아무 인프라도 없는 깡촌 그 자체였다. 하동, 남해, 통영, 진주 등 관광지 정서가 있는 지역들도 제외.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단지 시골 정서일 뿐이었다.


이렇게 제외하고 나니 남은 시골은 밀양, 함안, 창녕 총 3곳이었다. 와이프가 최근에 농촌체험활동을 다녀왔는데 거기서 묵었던 숙소 주인장님이 이렇게 얘기했단다. "아마 지역탐방을 다니다 보면 훅! 느낌이 오는 곳이 있을 거야. 나도 그랬고, 내 주변 귀촌인들도 다 그런 식으로 지역 선정을 하더라고". 이들 부부는 우리처럼 30대 젊은 나이에 논산으로 귀촌했다. 먼저 간 사람의 조언이니 의견을 따라 우리도 한번 무작정 지역을 다녀보기로 했다.  


"자기. 근데 난 다 거기서 거기로 느껴지는데??;;"


"흠.. 나도 다 똑같은 것 같은데?"


"어떡하지.. 남들은 다 느낌이 온다는데 왜 우린 안 느껴지는 걸까?"


밀양과 함안, 창녕을 다 다녀왔지만 당황스럽게도 딱히 운명처럼 느껴지는 곳은 없었다. 그냥 부산보다 도시화가 덜 진행돼있고 농촌마을이 많은 곳일 뿐이었다. 난 지역에 대한 운명적인 느낌을 느끼지 못한 와이프가 귀촌 결심을 혹여나 되돌릴까 봐 걱정돼서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솔직히 그런 운명적인 느낌 같은 거보단 합리적인 근거에 의해서 지역 선정을 해야 하는 거 아냐? 그냥 이렇게 피상적으로 보는 것보단 좀 더 자료조사를 해서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게 맞는 것 같아."


내가 한 얘기지만 맞는 말 같다.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가겠다는 열망은 어쩌면 감성이 더 앞선 욕구 일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귀촌의 과정에 있어서는 분석적이고 합리적인 태도로 임해야 한다. 우린 이 세 곳에 대해서 몇 개월간 자료조사를 시작했다. 먼저 귀촌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탐방하고 일자리가 충분한지도 알아봤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카페를 창업하기에 유리한 지역인 지도 고려했다. 


꽤 긴 시간을 심사숙고했지만 솔직히 세 지역 모두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았다. 어느 지역을 가던 우리가 그곳의 삶에 어떻게 임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창녕으로 결정이 났는데 선택에 대한 딱히 큰 이유는 없다. 함안은 마산이 바로 옆에 있어서 시골 정서가 떨어지고, 밀양은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어서 고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들이 별로 중요한 사실은 아니다. 마치 다 똑같은 사탕이지만 멜론 맛과 딸기 맛이라서 고르지 않은 것과 같다. 하찮은 이유로 말이다.


지역을 선택함에 있어 그 주인장 분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드라마틱한 과정은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한껏 감성에 취한 선택이 아녔어서 좋았다. 사실 우린 어떤 시골에 던져져도 괜찮다. 촌에서의 삶은 어딜 가든 우리에겐 도전이며 모험이고 성장의 발판이 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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