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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고르 Jan 20. 2022

엄마가 MZ세대와의 토론에서
이기는 법

세대 간 소통은 참으로 어렵다.

엄마와 긴히 할 얘기가 있어 동네에 있는 카페를 방문했다.


"백신 패스 한번 보여주시겠어요?"


"네. 여기요. 엄마도 얼른 보여주세요."


"잠시만요. 제 폰이 상태가 안 좋아서 앱 키는데 시간이 좀 걸려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엄마 폰은 약 10년 전에 나온 LG폰으로 얼마나 오래 썼는지 앱 하나 키는데도 30초가 넘게 걸렸다.


"엇, 이제 됐다. 여기요~"


자리에 착석 후


"엄마. 이제 폰 바꿀 때 되지 않았어요? 요즘 매일 유튜브 보신다고 폰도 많이 사용하시잖아요? 폰을 바꾸면 엄청 편해질 것 같은데.."


"이것도 바꾸면 다~ 쓰레기잖아! 요즘 플라스틱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데.. 난 하나도 안 불편하다. 이까짓 것 사용도 잘 안 해"


부모님의 말이 곧 법이었던 어릴 때는 엄마의 행동들에 모순이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어른이 되고 머리가 커가면서 엄마, 아빠의 생각과 행동에도 수많은 허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요즘엔 그에 대해 아들로서 기분 나쁘지 않은 수준에서 조언 아닌 조언을 드리고 있다. 본인은 폰을 안 쓴다고 생각하지만 엄마는 실제로 하루의 절반을 유튜브를 보면서 지내시기 때문에 폰만 교체하면 생활 수준이 올라갈 것이라 생각했다.


"엄만 볼 때마다 유튜브 보시고 계시던데요? 코로나 때문에 밖에 못 나간다고 맨날 침대에 누워서 정치 영상 보시면서.."


"지랄한다!"


"...."


'지. 랄. 한. 다'. 사실 이 문장이 나오면 대화는 끝난다. 엄마가 나의 합리적인 의견에 대해 반박할 거리를 못 찾거나 더 이상 대화할 가치를 못 느끼실 때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대화는 귀가 없는 사람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과 같기에 나 또한 '지랄한다' 이후엔 대화를 이어가지 않는다.


가족들과 오랜만에 오붓한 저녁식사를 할 때도 '지랄한다' 시리즈는 이어졌다.


"너희 반찬은 해 먹니?"


"요즘엔 밀키트 잘 나와요. 그냥 반찬을 사 먹거나 밀키트 사서 간단하게 요리해 먹어요."


"요리를 안 해서 먹는다고? 그게 맛은 있니??"


"해 먹는 것보단 덜하죠. 하지만 요리할 시간에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잖아요."


"너희들이 뭐가 그리 바쁘니??"


"요즘 청년들이 얼마나 바쁜데요.. 직장 다녀와서도 경제, 주식 공부하랴, SNS도 키워야 되고 드라마도 봐야 되고 할게 얼마나 많은데.."


"아니.. 그럼 요리하는 기쁨은?!"


"엄마도 그럼 청소기 쓰시지 말고 빗자루질하시면서 청소의 기쁨을 느끼시면 될 것 같ㅇ...."


"지랄한다!"


"..."


MZ 세대와 X세대의 대화는 이렇게 평행선을 유지한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대화가 끝나버리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대화를 끝내버리는 엄마가 야속하긴 하지만 사실 우리 사이에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대화 내용은 진지한 듯 보이지만 단지 엄마-아들 간에 오고 가는 목소리 덩어리라고 보면 되겠다. 토론이 목적이 아니라 가족 간에 소통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는 뜻이다.


곧 있을 나와 아내의 귀촌을 위해 엄마와 창녕에 집을 보러 왔다.


"집 주위 인프라는 괜찮나요?"


"네. 길 건너에 마트도 있고 편의점도 있고 병원도 다 있어요. 아, 그리고 바로 옆에 파스쿠찌도 있어요!"


"와! 진짜요? 파세권이네!!"


아내와 카페를 즐겨가는 나로선 바로 옆에 대형 카페가 있다는 게 반가웠다. 하지만 엄마는 또 목소리 덩어리를 던지신다.


"아니 집 옆에 카페가 있는 게 뭐가 장점인데?"


"....."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면 분명히 이해 못 하실게 뻔했기 때문에 잠자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아니 돈도 없는 것들이 5천 원이나 되는 커피를 사 먹으니까 그렇지!!"


아휴 촌스러워..


"엄마... 각 세대가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있는 거에ㅇ...."


"지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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