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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고르 Jan 19. 2022

여러분, 유튜브 플랫폼 다음 세대는 무엇일까요?

미리 공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허정훈 병장님. 이제 사람들이 노트북을 한 손에 들고 다닌다고 합니다."


"읭?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여? 팔목 다 뿌사지것네"


"아니 그게 아니고요, 이제 걸어 다니면서 폰으로 영상도 보고 공짜로 문자도 주고받는다고 합니다. 이름이 스마트폰이라고 하던데요"


"와.. 우리가 여기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콧물과 눈물이 다 얼어버릴 정도로 추웠던 강원도 GOP 보초를 서면서 후임과 나눴던 이야기다. 입대하기 전만 해도 핸드폰은 단지 전화나 문자를 주고받고 게임을 하는 것 정도만 할 수 있었는데 후임은 휴가를 다녀오더니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 노트북이 필요 없을 정도로 기능을 갖춘 폰이라니. 전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리고 전역 후, 친구가 쓰고 있는 스마트폰을 만져보니 참 기가 찼다.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할 수 있냐며.


스마트폰의 등장에 내가 이토록 충격받은 이유는 군대에서 1년 9개월간 사회에서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10년 살다 온 것도 아니고 단 2여 년 만에 세상이 어마어마하게 변해있었다. 지하철 안에서도, 카페에서도, 거릴 걸어도 폰만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이 처음엔 거부감이 들었다. 영화에서나 보는 것처럼 우리의 일상에 문명의 발전이 지나치게 깊숙이 들어온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인간적임이 다 사라지겠단 생각을 했다.


그러다 전역 후 4년 뒤 네팔에 해외봉사를 갔다. 네팔에도 와이파이가 존재했지만 속도가 가장 느린 2G여서 이미 4G의 속도에 익숙해진 나에게 그곳 인터넷 속도는 스트레스였다. 인터넷 사용이 불편해지자 자연스럽게 아날로그 일상이 시작됐다. 스마트한 세상 속엔 비인간적임이 있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아날로그 일상이 오히려 기대됐다. 


화면을 쳐다봤을 시간에 산책을 가고, 그곳 가족들과 대화를 하고, 노을을 봤다. 디지털 기기를 소유하지 않은 네팔인들은 아날로그 그 자체의 삶을 살았다. 디지털 세계의 비대면은 하나도 없었고 직접 만나 소통하고 공감하는 삶을 살았다. 한국인들보다 행복해 보이는 그들의 삶을 닮고 싶었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하루 온종일 아날로그 생활을 하는 건 고역이었다. 업무 외에 막상 할 일도 없고 가능한 네팔어의 한계 때문에 친구와 노는 것도 재미 없어졌다. 주변 자연풍경도, 노을도 일상이 되니 그리 새롭지 않았다. 그러니 점점 노트북 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네이버 주소를 치고 화면이 뜨기까지도 약 10초가 걸리는 엄청나게 느린 속도로 꾸역꾸역 인터넷을 사용했다. 그렇게 미련하게라도 디지털 세계를 방문해야 했다. 유튜브 먹방도 보고 친구들이 자랑질하는 인스타그램도 봐야 했다. 한국 뉴스도 보면서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해소해야 했다.


난 이미 현실과 디지털 세계, 두 세계에 너무도 익숙했던 것이다. 현실에 치중하느라 디지털 세계에 오래도록 방문하지 않아서 지독한 향수가 생겼던 것 같다. 어느 한 곳도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날로그가 좋았는데. 어느새 난 변해 있었다.


하지만 이젠 이 현상을 받아들이고 최대한 활용해 보기로 했다. 심지어 지난 1년 동안은 현실 세계보단 디지털 세계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브런치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 스토리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이분들은 내가 직접 만난 적도 없는 그냥 디지털 세계에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내 주위에 존재하는 사람들보다 더 나와 결이 비슷하고 나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다.


이렇게 구독자들이 한, 둘 늘어나니 디지털 세계에 대한 애정이 생긴다. 내가 현실에서 늘 만나는 직장동료들은 다 빙시 같은데 디지털 세계에 있는 사람들은 나와 죽이 잘 맞다. 구독자님들을 실제로 만나지 않아도 좋다. 이분들의 글을 읽고 댓글로 소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것만으로도 재밌고 충분히 위로받는다.


함께 있으면 재밌는 사람들을 만드는 중이다. 난 구독자들의 글을 읽는 것이 재밌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존재한다니. 이들의 존재 유무 만으로도 위로받는다. 직접 만나지 않아도 대화가 가능하다. 글을 읽고, 댓글을 달면 되니까. 공감을 눌러드리는 것도 하나의 소통 방식이다. 그리고 어쩌면 빠른 시일 내에 구독자들과 메타버스 세계에서 만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메타버스는 쉽게 말하면 가상공간이다.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읽었던 그 가상공간 맞다. 코로나 때문에 메타버스 시대가 더욱 빠르게 도래할 것이라 한다. 전염병으로 인해 사람을 직접 만나지 못하니 가상현실에서라도 만나야 할 것 아닌가. 사람을 만나러 전철을 탈 필요도 없이 폰이나 노트북만 있으면 된다. 게임 속 세상과는 다르다. 메타버스에선 현실과 똑같은 일상이 이루어진다. 각종 모임과 직장 생활, 쇼핑, 캠핑, 여행 등 말이다.

게더타운

메타버스는 벌써 코앞까지 와있다. 자판기 뚜드려서 문자로 대화하는 게임과는 차원이 다르다. '게더타운'이라는 플랫폼에선 자연스럽게 화상대화가 가능하다. 방향키를 움직여 상대방 아바타에 접촉했을 때 화상 화면이 뜨면서 목소리로 소통이 가능하다. '직접 만나면 되지! 왜 이렇게까지 해야 돼!'라며 우리 꼰대들이 뭐라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접촉하면 위험한 코로나 시대에도 저런 발언을 할 수 있을까.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비대면 소통은 대면 소통의 부담감을 확 줄여준다. 아무리 내 브런치의 구독자님이 좋더라도 직접 만나기엔 여러모로 부담스럽다. 내 글에선 잘생김이 느껴질진 몰라도 실제로 보면 그냥 조금 훈남 상일뿐이기 때문이다. 나를 들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저 공간에서 만난다면 편하다. 캠을 끈 체 목소리로만 대화하면 되기 때문이다.


시대를 빨리 따라가려고 왜 노력해야 할까. 난 내가 아날로그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뼛속까지 디지털 인간이되어 있었다. 시대의 발전은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나의 생활에 침투한다. 내 손에서 벗어나 이미 통제하지 못하는 변화는 빠르게 받아들이고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꼭 브런치 구독자님들과 게더타운에서 만나는 날이 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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