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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고르 Jan 22. 2022

또다시 싸고 먹기만 하는
백수가 됐네요

멈춤의 미학

엄마가 소리를 지르신다.


"또 그만둔다고?! 그만두면 뭐 할 낀데??"


"요즘엔 직장에 정착하기가 얼마나 힘든데요. 앞이 안 보여요. 이 정도 월급 받아 선  죽도 밥도 안된다고요."


창녕으로의 귀촌을 3개월 앞둔 지금, 난 귀촌 계획을 세운다는 빌미로 9개월 만에 또 직장을 그만둔 상태다. 사실 귀촌 계획은 이미 전부 세워져 있다. 다만 퇴사에 있어 주위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기에 만들어낸 변명일 뿐이다. 백수의 삶으로 돌아간 진짜 이유는 나를 정비하기 위해서다. 솔직하게 나를 정비하겠다고 퇴사를 결심했다고 밝히면 다들 나를 미친놈 취급할 게 뻔했다.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대기업이 아니고서야 200만 원 전후인 월급으로 시작할 테고 그마저도 비정규직 인생이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희망 있는 미래를 위해선 발버둥이라도 쳐야 한다. 나는 현재 창업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관련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영리 쪽 공부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남들보다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한다. 장사치가 돈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니 경제와 주식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시골 변두리에 카페를 창업하고자 한다. 유동인구가 없는 곳에 창업할 계획이기 때문에 1년 전부터 각종 SNS를 키우며 구독자를 만들고 있다. 다행히도 좋은 세상에 태어나 구석진 곳에 창업해도 SNS 마케팅을 통해 장사가 가능할 것 같다. 블로그와 브런치에 내 창업스토리를 담고 이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내 카페를 방문했으면 좋겠다.


직장을 다니면서 미래 플랜을 세우기엔 내 정신력에 한계가 있었다. 단순노동으로 180만 원을 번다면 그냥 8시간 일하고 집에서 남은 시간을 활용할 수 있겠지만 내가 거쳐간 직장들은 나에게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주었고 퇴근 후의 일상마저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전 직장에선 입사한 지 겨우 1년도 채 되지 않아 정신적 한계에 다다랐음을 느꼈다. 나를 갉아먹는 사람들과 함께 일을 했다. 이들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내가 다 큰 어른이라는 이유로 9개월까진 참았었다. 그러다 난 이사하기 전까지 남은 시간 동안 SNS에 대한 시간 투자와 주식/경제 공부를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고 아내에게 3개월이라는 빈 시간을 허락받게 됐다.


멈춤의 시간을 통한 자기 검열은 꼭 필요하다. 직장에 의한 스트레스는 우리의 시야를 좁게 만드는 것은 물론 삶에 대한 회의감마저 불러일으킨다. 직장동료는 매일 봐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쩔 수없이 우린 그들을 닮아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내가 이 직장에서 2년을 간신히 견디면 겨우 저 대리처럼 되겠지'라는 합리적인 예측이 가능하다. 인간은 경험하는 것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한계 있는 동물이다. 직장에서 양질의 경험을 할 수 없다면 더 나은 인생을 위해 과감하게 환경을 바꿔야 한다.


직장에서 나오는 순간 희망이 물살처럼 몰려온다. 직장에 있을 땐 '암만 노력해도 내 앞에 앉아있는 저 센터장이 최종 정착지'라는 좁은 시야가 형성된다. 하지만 백수가 되고 정신적 여유가 생김에 따라 내가 가지고 있던 시야는 단지 직장에 의해 좁아져 있었음을 알게 됐다. 고갈된 정신 체력은 내 삶을 왜곡하여 받아들이게 했었다. 지금은 내가 충분히 희망적인 사람이란 걸 다시금 인식했다. 


창녕으로 이사를 한 후, 다시 사회복지사를 시작하면 또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이 바닥을 탈출하지 않는 한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이다. 얼른 자본금을 모으고 SNS를 키워 본격적인 창업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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