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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고르 Jan 31. 2022

귀촌하면 가족은 어떻게 할래?

귀촌 리스크

'시골로 가면 가족들이랑 멀어질 건데 어떻게 하려고?'


어른들에게 귀촌을 한다고 하면 흔히 듣는 얘기 중 하나다. 여기서 가족이라 하면 부모님을 말한다. 당연히 가족과 가까운 거리에 사는 건 중요하다. 나의 경우는 바로 옆 지역에 부모님이 있어 꽤 자주 보는 편이다. 어려서부터 다 함께 할머니, 할아버지를 자주 보러 갔어서 그런지 가족은 자주 볼수록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가족에 대해선 독립하고 싶은 욕구와 기대고 싶은 욕구, 양가감정이 존재하는 것 같다.


성장하는 인생을 살기 위해선 부모님의 품에서 벗어나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은 채 살아가야 한다. 부모님의 입김은 나의 주체적인 선택을 저해한다. 성장은 성공으로 보장받는 게 아니라 설령 실패하더라도 내가 한 선택에 온전히 책임을 졌을 때 가능하다. 하지만 되려 부모님에게 기대고 싶은 욕구도 있다. 엄마의 품은 따뜻하고 안전하고 편하다. 엄마가 인도하는 길로 가면 새로운 방향을 머리 아프게 모색할 필요도 없다. 내 마음엔 이 두 가지 욕구가 항상 대립한다.


이 두 가지 욕구 중 한 가지를 극단적으로 참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힘들면 기대고 그렇지 않으면 내 인생을 살아가면 되기 때문이다. 가족이라서 너무 함부로 생각하는 거 아니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부모님은 항상 그 자리에 서계신다. 앞으로도 돌아가실 때까지 아무런 조건 없이 서 계실 테다. 가족이란 이토록 계산적이지 않은 관계다. 나도 앞으로 그런 아빠가 될 거다.


시골로 간다는 건 가족과 물리적으로 멀어지는 일이다. 강제적으로 가족들과 떨어져 사는 삶에 던져지는 것이다. 그래서 시골로 간다는 건 독립하는 지름길일 수도 있다. 물리적으로 멀어지면 정신적인 연결도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그들의 조언과 충고, 간섭에서 벗어나 온전히 우리의 선택으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내가 아내 없이 혼자였다면 귀촌은 무리였을 듯하다. 아무리 SNS로 다들 연결돼있다 할지라도 주변에 가족과 친구 둘 다 없다면 얼마나 외로울지 상상이 안 간다. 실제로 과거 네팔과 미국에 잠시 살았을 때도 강한 향수병에 시달린 적이 있다. 지인들과 본토에 대한 향수는 내가 어찌 감당할 수 없는 강력한 무엇이었다. 지금은 외로움을 아내가 완벽히 채워주고 있기 때문에 귀촌을 과감하게 결정할 수 있었다.


멀리 지역 이동을 함으로써 독립에 한 발자국 나아갔지만 나에겐 숙제가 남아있다. 최근 구입한 창녕 집은 부모님의 돈으로 해결했다. 물론 차용증을 쓰고 빌려서 매수하는 거지만 어쨌든 부모님의 돈이다. 이 또한 독립에서 멀어지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부모님은 시골 촌집을 구매해서 가는 걸 원치 않으셨다. 그래서 창녕 귀촌살이는 아파트에서 시작한다. 남들은 배부른 소리라고 하겠지만 만약 온전한 우리 돈이었다면 바로 촌집에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대출을 받아서 촌집을 산다면 양가 부모님이 얼마나 걱정하실지 눈에 선하다. 그래서 부모님의 의견을 존중하고 아파트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돈을 얼른 모아서 당당하게 우리의 선택대로 인생을 살고 싶다. 근데 언제 1억을 모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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