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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고르 Feb 04. 2022

귀촌하면 뭐 먹고살래? 응!?

귀촌 리스크

"시골 가면 도대체 뭐 먹고 살 건데?"


어른들에게 귀촌한다고 밝히면 흔히 듣는 태클이다. 사실 귀촌 리스크 중 제일 염두할만한 부분이긴 하다. 우린 30여 년의 직장 생활 끝에 퇴직을 한 후 전원생활을 꿈꿔 귀촌하는 케이스가 아니다. 난 여전히 사회 초년생인 30대일 뿐이고 모아놓은 돈도 없다. 촌에 가서도 여전히 경제생활을 해야 한다.


지역 이동에 제약이 없는 프리랜서가 아니라면 젊은 청년들이 귀촌해서 먹고 살 방도는 찾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시골엔 그렇다 할 직장이 있을 리가 없다. 일할 기업은 도시보다 당연히 부족하고 있어봤자 계약직 수준의 일자리다. 구직 사이트 '워크넷'에 창녕 일자리를 검색해 보니 생각보다 다양한 일자리가 존재했지만 큰 각오가 없다면 섣불리 지원하기 힘든 곳밖에 없었다. 여기서 '각오'라는 것은 이때까지 내가 쌓아왔던 커리어와 전혀 무관한 일을 해야 한다는 각오다.


우리가 귀촌을 용기 있게 결정할 수 있었던 이유는 포기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약 공무원 같은 전문직이거나 대기업에 다닌다거나 해서 직장에 대한 포기가 쉽지 않았더라면 귀촌은 어렵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몇 년간 노력해서 얻은 직장을 어떻게 쉽게 포기하겠는가. 다행히 나와 아내는 사회복지사와 간호사라는 포기하기 쉬운(?) 직업을 가졌기에 귀촌행을 결정할 수 있었다. 세상 어느 곳에 나 아프고 가난한 사람들은 많으니 설령 지역 이동을 해도 취직엔 자신이 있는 것이다. 


창녕지역에서 '사회복지'를 검색한 결과

워크넷에 창녕지역을 선택하고 '사회복지'를 선택한 결과 약 10건 정도가 나왔다. 여기서 내가 지원할 수 있는 사회복지 기관은 약 3곳이다. 부산에선 이직을 할 때마다 거의 10곳 이상 이력서를 넣어 간신히 합격했었다. 반면에 창녕은 부산처럼 기관도 많지 않고 구인하는 곳도 적어서 사회복지 일을 구하기에 난항이 예상된다. 흠... 역시 좀 두렵긴 하다.


난 사회복지사를 지극히 직업적으로 하기 때문에 솔직히 다른 일을 해도 상관은 없다. 다만 사회복지사를 3년간 해왔기 때문에 일이 익숙해서 복지사 근무가 다른 일보다 가성비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어차피 사회복지사로 돈을 벌든 다른 일로 돈을 벌든 최저시급이긴 마찬가지기 때문에 어떤 일이든 할 각오가 되어있다. 4월부터 일을 시작해야 하므로 3월부터 창녕으로 면접을 다닐 예정이다. 사회복지 기관에 면접을 다니다가 안될 것 같으면 다른 일도 알아볼 생각이다.


어떤 어른이 이 글을 읽는다면 우리가 참 대책 없이 귀촌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린 지극히 현실적인 결정을 했다. 도시에서 사회복지사와 간호사를 한다? 아내는 곧 임신하여 돈을 벌지 않게 될 것이고 난 200만 원도 안 되는 사회복지 일을 계속하면서 혼자 경제적인 부분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어떤가. 우리에게 미래가 있는가. 이 상황을 되돌리려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수능부터 다시 공부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가기엔 현재의 내 모습을 너무 사랑한다.


이왕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우리가 희망하는 삶의 형태를 과감하게 실현시켜보고자 한다. 어차피 평범한 삶을 꿈꾸긴 힘들어졌지 않았는가. 가진 게 없으니 잃을 것도 없고 말이다. 


귀촌은 우리 부부가 '돈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를 추구하는 첫 번째 시도가 될 것이다. 귀촌은 나에게 단순히 시골로 이사하는 행위 자체를 넘어 우리가 '선택하는 삶'이라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우린 이 시도를 발판으로 세상으로부터의 진정한 독립을 시작하는 것이다. 귀촌을 기점으로 우린 점점 더 대중의 눈치를 보지 않는 능력이 길러질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은 온전히 우리 것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만약 귀촌 후의 삶이 우리에게 맞지 않아 실패하더라도 괜찮다. 우리의 선택에 책임을 지면 그만이다. 다만 시도를 했다는 것으로 우리 부부의 주체성은 크게 성장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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