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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고르 Feb 08. 2022

귀촌하려고 창녕에 집 구한 썰

우리는 30대 부부입니다.

귀촌을 위해선 우리가 살 집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을 투자 개념으로 알고 있으며 매매 시 시세가 오를 수 있는지를 필히 확인한다. 물론 수도권 외 지방에선 물가 상승률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기가 힘들다. 문제는 창녕 같은 깡촌의 경우 물가 상승률조차 시세에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창녕에 1억 5천을 들여 집을 매매했는데 3년 뒤 오히려 시세가 1억 4천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시골에 인구가 자꾸만 감소해서 집 거래량이 한정적이어서다.


이런 리스크를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전셋집을 찾기 시작했다. 아 참, 참고로 우린 처음부터 촌집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 다들 귀촌이라고 생각하면 아예 처음부터 촌구석에 짱박히는 것을 상상한다. 우리도 사실 그러고 싶다. 돈만 있다면 말이다. 우린 아직 억 단위의 돈이 없다. 지금 살고 있는 신혼집도 부모님에게 빚을 져서 마련했다. 양가 부모님들은 애초에 우리의 귀촌 계획을 강력히 반대하셨다. 간신히 설득하여 지금은 응원해 주시지만 감히 처음부터 촌집으로 들어가겠다는 말씀은 함부로 드릴 수가 없었다.


우리가 아직 완전히 독립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온전히 우리 돈으로 집을 구한다면 바로 촌집을 구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있는 상황에선 그들의 의견도 반영하는 게 맞단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은 우리가 뼛속까지 도시 사람인 걸 아시기 때문에 아파트부터 시작하여 천천히 적응하는 방법을 제시하셨다. 그리하여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이다. 


어쨌든 우린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창녕에 위치한 부동산에 전화하여 전셋집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사장님~ 창녕에 전셋집 나온 게 있을까요?"


"창녕엔 전셋집 없어요~"


허허..


"사장님~ 혹시 전세 매물 올라온 거 있을까요?"


"창녕엔 전세매물 잘 안 올라옵니다. 1년에 3~4번 있을까 말까에요"


벌써부터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10군데를 넘게 전화했지만 하나같이 전세매물이 없다는 소리만 들려왔다. 이런 상황에서 방법은 한 가지였다. 괜찮은 아파트를 매매해서 나중에 되팔 때 손해 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창녕 같은 시골에서 집을 매매한다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큰 것 같았다. 가격이 내려갈 수도 있고 집을 부동산에 올려도 안 팔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서다.


신뢰가 있어 보이는 부동산 사장님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여쭤봤다.


"사장님. 근데 우리가 집을 매수해서 나중에 되팔 때 가격이 너무 내려가거나 안 팔리면 어떡하죠?"


"물론 그럴 가능성은 있죠. 근데 여기도 집 잘 팔려요~ 오래된 빌라같이 너무 싼 매물만 아니면 대부분 3~4개월 안에 거래됩니다. 가격도 그렇게 안 내려가고요. 잘 오르진 않습니다. 시세가 그냥 유지되는 거죠."


저렇게 말씀하셨지만 사장님도 장사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섣불리 믿기 어려웠다.


"그렇군요. 사장님 그럼 괜찮은 집들 좀 보여주시겠어요?"


사장님과 1억 중반에서 후반대의 매물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나마 신축인 경우 34평짜리가 2억에 형성돼있고 빌라의 경우 1억 중반 정도 했다. 34평이 겨우 이 정도 가격이라니. 부산으로 치면 34평에 4~5억 정도 한다. 역시 시골은 시골이었다. 현재 19평에 사는 나로선 34평짜리 집을 보니 굉장히 넓고 쾌적해 보였다. 세 곳을 둘러봤고 그중 한 곳은 굉장히 맘에 들었다. 하지만 매매라는 게 계속 걸렸다. 집에 돌아온 나는 와이프와 계속 고심했다. 그러다가..


"여보. 우리 그냥 그 아파트 사자."


"그치? 방법이 없는데 어쩌겠어? 귀촌이 어디 쉬울 거라고 생각했나. 이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지."


우리는 결국 제일 마음에 드는 집을 매수하기로 결정했고 사장님께 전화드렸다.


"사장님~ 저번에 말했던 그 집 매수하려고 하는데요~"


"네? 아! 그 집 벌써 팔렸어요."


"네??!?!"


1월에 등록된 이 집은 3주 만에 팔려버렸다. 거래량이 의외로 활발하다는 사장님의 말씀이 맞았던 것이다. 시골이라고 해서 거래량이 없을 거라는 건 편견이었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사장님과 다른 집을 보고자 했다.


"사장님 또 다른 매물 나온 거 있어요?"


"흠.. 지금 나온 것 이것들 밖에 없어요."


"네? 저는 빈집이 엄청 많을 줄 알았는데.."


"무슨 말씀이세요. 아파트에 사람들이 꽉 차있어요. 내놓은 매물이 없을 정도로."


시골에 대한 편견이 완전히 엎어지는 순간이었다. 빈집이 많아서 선택지가 굉장히 넓을 줄 알았는데 것도 아니었던 거다. 이 사실을 듣고 마음이 조급해지긴 했지만 애초에 생각했던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은 많이 줄어들었다. 매매를 하면 나중에 되팔기 어려울 거란 생각은 더 이상 하지 않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매물이 없어서 내가 봤던 곳들 중 하나를 매수하기로 결정했다. 맘에 들었던 집보단 좀 덜 좋지만 리모델링도 되어있고 나름 합리적인 가격이라 매수를 했다. 


이제 우리 집이 된 이 아파트는 창녕 중에서도 가장 번화가에 위치한다. 인프라도 도시 못지않다. 이곳에서 당분간 사회복지사를 하면서 자본금을 모을 생각이다. 1~2년 정도 모인 자본금으로 창업을 먼저 할 계획이다. 깡촌으로 더 들어가는 건 그 후에 일이다. 이렇게 단계적으로 귀촌하는 것이 어찌 보면 가장 안전한 방법일 것 같다. 호기롭게 귀촌했지만 시골 생활이 의외로 안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인생은 새옹지마이지 않은가.


창녕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창녕을 더욱 알아가고 조사하면서 어느 구석에 들어갈지 모색할거다. 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 더욱이 아파트에 사는 이상 시골에 산다는 느낌은 갖기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이것도 길게 생각하면 우리의 귀촌 프로젝트의 일부분일 뿐이다. 프로젝트가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우리의 위대한 여정을 앞으로 블로그에 게재할 생각이다. 


개봉 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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