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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고르 Feb 10. 2022

스피커에서 용기가 들려온다

스텔라장 만세

지난 9월에 차를 구입한 후로 운전하면서 음악 듣는 시간이 많아졌다. 어떤 사람들은 좋아하는 장르만 계속 듣는가 하면 나의 경우는 일부러 종류 가릴 것 없이 다 들어보려고 한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요즘 시대를 '구독 경제'라고 하는데 난 이 현상에 대해 반감을 가진다. 왜냐면 사람이 성장하기 위해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중요한데 구독 경제는 이에 도움될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해서다. 뭐, 그렇다고 해서 지금 나이에 아이돌 노래를 들어봤자 내 성장에 무슨 도움이 될까 싶지만 중요한 건 습관이니까.


' 제가 월요병이 도졌어요~♬ 유전 질환인 것 같아요~♬ 우리 엄마 아빠 오빠 누나 동생 이모다 걸려있는 병이에요~♪'


랜덤으로 노래를 듣다가 요즘 내가 빠진 가수는 '스텔라 장'이다. 한 번씩 유튜브에 뜨는 건 봤지만 이렇게 노랠 제대로 들어본 적은 없었다. 팬덤만 형성돼있지, 대중적인 인지도는 조금 낮은 가수인 것 같은데 노래는 수십 개가 넘는다. 참 대단한 사람. 꾸준히 뭔갈 한다는 건 참 어려운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가수란 직업은 보통 용기가 아니면 입문하기 힘든 영역일 텐데. 가수에 비하면 30대 나이에 시골 간다고 발버둥 치는 내 귀촌 스토리쯤은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이 든다. 가수가 되겠다고 하면 주위 사람들이 얼마나 말리겠는가. 귀를 막아도 분명 타인의 비판적인 의견에 의한 불안감에 시달리며 가수가 됐을 것이다. 리스크? 차라리 30대에 시골로 가는 리스크가 훨씬 낮을 것이다. 가수란 직업은 불문 명한 미래 그 자체니까.


주변의 반대를 물리치며 간신히 귀촌할 용기를 낸 경험이 있어서 그런가 내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가수들과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졌다. 차량 스피커에서 왠지 용기가 들려온다고 해야 할까. 용기를 듣는다. 그래. 용기를 듣는 느낌이다. 이 세상에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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