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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고르 Feb 22. 2022

가짜사회복지사의 MBTI를 공개합니다.

아무도 안 궁금하죠?

난 혈액형 이야기를 전혀 믿지 않는 사람으로서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MBTI가 더 우수적인 담론이라고 평가하는 현 상황을 매우 반기는 바이다. 내 주위 40대 아줌마들이 사람들을 평가할 때 혈액형이 ~라서 ~해!라는 소리를 들으면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진다. 정작 본인은 '에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거지~'라고 말하긴 하는데 내가 보기엔 아닌 것 같다.


사실 MBTI도 그다지 과학적이라곤 생각하지 않는 것이, 설문조사를 할 때 '나는 계획적이다'란에 체크하면 내 MBTI에 J가 포함돼서 나오는 건데... 이건 뭐 1+1=2라는 것과 뭐가 다른지. 하지만 혈액형의 4가지 성격보다 가짓수가 16가지로 늘어난 건 참 다행이지 싶다. 물론 16가지 조차 인간의 모든 성격을 설명하기엔 수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잡소리 그만하고 이제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내 MBTI를 공개하고자 한다.


내 MBTI는 ENFJ다.


먼저 E  :  외향


나는 확실히 외향적이다. 정확히는 주위 눈치를 전혀 안 본다고 나 할까.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지 신경 쓰지 않으니 매 행동이 직설적이다. 하지만 내가 외향적이라고 해서 막 왁자지껄하진 않다. 친해지지 않은 사람 앞에 선 오히려 말을 일부러 아끼는 편이고(못하는 건 아니다.) 친해지고자 맘먹지 않으면 오히려 입을 다물어버린다. 그래서 처음 보는 사람은 나를 재밌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필요할 때면 낯선 사람에게 말을 잘 건다. 타인이 날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기 때문에 별로 어렵지 않다. 무슨 행동을 하든 부끄럽지 않다. 당당한 건 아니지만 부끄럽지 않아서 당당하게 보여버린다


그다음 N : 직관


이 부분도 정확하다. 난 보이지 않는 것에 관심이 많다. 친한 사람들은 나를 공상가라고 한다. 좋게 말해 공상가이지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것이다. 물건이나 돈 같은 인기 많은 재화에 관심을 가지기보단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것, 보람과 긍지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나에겐 훨씬 중요하다. 이런 생각이 한창 지나칠 때엔 경제적 생활을 포기하고 평생 푼돈이나 벌며 해외봉사자로 살아가자고 생각했을 때도 있었다. 참 어렸지 그땐. 하지만 가장 멋있었던 시기였고. 


F : 감정


내가 감정형이라고 느낄때가 있다. 신파 영화를 보면 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눈물이 난다. 평소에 동정심이 많고 약자에게 약하고자 한다. 원리원칙, 환경, 경제 따위보다 인간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본주의자이다. 사람이 갖고 있는 '인간적임'에 관심이 많다. 반대로 인간적이지 않은 사람을 한없이 혐오한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논리와 합리성의 중요성을 알아가고 있어 미래엔 내 성격이 변할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J : 판단


J의 대표적인 캐릭터는 '계획적인 사람'이다. 난 여행의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그러한 매력을 좋아하는데 그런 미래의 불확실성을 좋아하면서도 실상은 굉장히 계획적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반드시 하루 계획을 짠다. 그리고 일정대로 하루를 보내지 못하면 불안해하고 죄책감을 느낀다. 이는 생산적인 삶을 추구하는 방향 때문인 것 같다. 이렇게 틀에 짜인 일상을 좋아하면서도 막상 지내다 보면 몸이 근질근질해서 모험을 떠나고 싶다. 나의 성격을 파괴해 줄(?) 그 무언가를 찾아 나서고 싶다.


위 사진에서 보다시피 한국인 중 ENFJ의 비율은 1%다. 어쩐지 난 타인이랑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내가 좀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MBTI는 이렇게 독특한 내가 1%나 존재한다고 말해주고 있어서 위안이 됐다. MBTI도 혈액형처럼 한 사람에 대해 편견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소릴 종종 듣는다. 하지만 혈액형 만큼 개소리는 아니니 MBTI로 하여금 상대방의 성향을 가늠할 수 있는 용도론 사용할 수 있는 것 같다. 아직 내 주위에 나랑 같은 MBTI를 가진 사람은 한 명도 없는데 혹시 구독자님들 중엔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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