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고르 Feb 21. 2022

'사랑해'라고 하면 사랑이 닳나요?

자~ 따라해보세요! 사.랑.해

"오늘 저녁밥 메뉴 뭐야?"


"오늘은 고기반찬~ 마치고 얼른 오면 밥 준비 해놓을게~"


"응 알겠어~ 끊을게. 사랑해~"


"사랑해~"


우리 부부는 '사랑해'라는 단어를 밥 먹듯이 쓴다. 연애할 때부터 들인 습관이다. 연애 초기에 당시 여자친구였던 와이프는 나한테 이에 관한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이때까지 연애하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그렇게 많이 쓴 적이 없는데. 난 그 순간에 상대방에게 진짜 미칠 만큼 사랑이 느껴질 때 사랑한다고 표현해 왔거든. 근데 지금처럼 사랑한다는 말을 아무 때나 쓰면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까?"


"자기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근데 난 아무때나 사랑하는데? 우린 서로 사랑하는 사이고 사랑은 늘 존재해. 사랑하지 않으면 벌써 헤어졌겠지. 그럼 기왕에 기회가 될 때마다사랑한다고 표현하는 게 좋지 않을까? 인간은 불완전해서 아무리 서로 사랑한다 해도 표현 안 하면 잘 모르더라."


아내는 내 말을 천천히 듣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그 뒤로 우린 '틈만 나면'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왔다.


상대방을 사랑하고 있음에도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입에 담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차마 부끄러워서 말하지 못한다거나 아내의 생각처럼 자신이 진정 표현하고 싶을 때 하고 싶다거나 혹은 연애 전략의 일환으로 하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다.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쓰면 상대방이 사랑받는다는 안도감에 긴장감을 놓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뭐,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상대방이 큰 사랑을 주면 오히려 사랑이 식어버리는 바보 같은 사람이 존재한다. 그것은 연인이 주는 사랑에 대한 고마움 감수성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든지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자만감에서 비롯된 거 일 수도 있고 말이다.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게 부끄러울 수 있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나도 부모님에겐 표현이 아직도 낯간지럽다. 왜 그런지 돌이켜보면, 표현이 습관화가 안 돼있어 그런 것 같다. 긴 시간 동안 한 번도 낯간지러운 표현을 해보지 않았으니 당연히 어려운 것이다. 부모님에겐 미안하지만 이 경험을 토대로 아내에겐 표현을 습관화하기로 했다. 


표현이 습관이 되지 않으면 억울한 상황에 직면할 확률이 높다. 마음은 늘 사랑하는데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알아주지 못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면 되는데 말이다. 무뚝뚝한 사람에겐 고충일 것 같다. 사랑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으니 얼마나 답답할까. 


타다닥 타닥타닥


아내와 거실 탁자에 앉아 오늘도 여지없이 키보드를 두드린다. 그리곤


"자기야. 사랑해!"


앞뒤 다 잘라먹고 아내에게 뜬금없는 '사랑해'를 전달한다.


"나도 사랑해!"


늘 있는 상황인 듯 아내도 사랑한다고 맞받아친다.


표현 말고도 서로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하지만 목소리 내어 표현하는 방법만큼 간단하고 진실된 방법은 없다. 


이웃님들도 한번 시도해 보기 바란다.


'사랑해'라고 한다고 해서 사랑은 결코 닳지 않는다.

작가의 이전글 사회복지사란 직업의 결정적인 단점 3가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