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따라해보세요! 사.랑.해
"오늘 저녁밥 메뉴 뭐야?"
"오늘은 고기반찬~ 마치고 얼른 오면 밥 준비 해놓을게~"
"응 알겠어~ 끊을게. 사랑해~"
"사랑해~"
우리 부부는 '사랑해'라는 단어를 밥 먹듯이 쓴다. 연애할 때부터 들인 습관이다. 연애 초기에 당시 여자친구였던 와이프는 나한테 이에 관한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이때까지 연애하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그렇게 많이 쓴 적이 없는데. 난 그 순간에 상대방에게 진짜 미칠 만큼 사랑이 느껴질 때 사랑한다고 표현해 왔거든. 근데 지금처럼 사랑한다는 말을 아무 때나 쓰면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까?"
"자기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근데 난 아무때나 사랑하는데? 우린 서로 사랑하는 사이고 사랑은 늘 존재해. 사랑하지 않으면 벌써 헤어졌겠지. 그럼 기왕에 기회가 될 때마다사랑한다고 표현하는 게 좋지 않을까? 인간은 불완전해서 아무리 서로 사랑한다 해도 표현 안 하면 잘 모르더라."
아내는 내 말을 천천히 듣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그 뒤로 우린 '틈만 나면'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왔다.
상대방을 사랑하고 있음에도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입에 담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차마 부끄러워서 말하지 못한다거나 아내의 생각처럼 자신이 진정 표현하고 싶을 때 하고 싶다거나 혹은 연애 전략의 일환으로 하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다.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쓰면 상대방이 사랑받는다는 안도감에 긴장감을 놓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뭐,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상대방이 큰 사랑을 주면 오히려 사랑이 식어버리는 바보 같은 사람이 존재한다. 그것은 연인이 주는 사랑에 대한 고마움 감수성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든지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자만감에서 비롯된 거 일 수도 있고 말이다.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게 부끄러울 수 있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나도 부모님에겐 표현이 아직도 낯간지럽다. 왜 그런지 돌이켜보면, 표현이 습관화가 안 돼있어 그런 것 같다. 긴 시간 동안 한 번도 낯간지러운 표현을 해보지 않았으니 당연히 어려운 것이다. 부모님에겐 미안하지만 이 경험을 토대로 아내에겐 표현을 습관화하기로 했다.
표현이 습관이 되지 않으면 억울한 상황에 직면할 확률이 높다. 마음은 늘 사랑하는데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알아주지 못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면 되는데 말이다. 무뚝뚝한 사람에겐 고충일 것 같다. 사랑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으니 얼마나 답답할까.
타다닥 타닥타닥
아내와 거실 탁자에 앉아 오늘도 여지없이 키보드를 두드린다. 그리곤
"자기야. 사랑해!"
앞뒤 다 잘라먹고 아내에게 뜬금없는 '사랑해'를 전달한다.
"나도 사랑해!"
늘 있는 상황인 듯 아내도 사랑한다고 맞받아친다.
표현 말고도 서로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하지만 목소리 내어 표현하는 방법만큼 간단하고 진실된 방법은 없다.
이웃님들도 한번 시도해 보기 바란다.
'사랑해'라고 한다고 해서 사랑은 결코 닳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