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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고르 Feb 20. 2022

사회복지사란 직업의 결정적인 단점 3가지

먹고살기 힘들다.

인간은 본디 부정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 뒤에서 칭찬하는 것보다 험담을 좋아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도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기분이 그리 좋진 않다. 하지만 현장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뛰어들었던 3년 전 나를 생각하면, 단 몇십 명일 지라도 이 글이 부디 예비 사회복지사들에게 닿았으면 좋겠다.





1. 빡봉월급


요즘은 청년들이 월급에 대해서 굉장히 현실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 비영리기관 종사 희망자 중에선 특히 '월급은 만족할 만큼 있으면 돼. 나에겐 보람이 제일 중요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나 또한 그런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사회복지사 월급이 박봉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크게 두 가지 부류일 수 있다.


1. 자기가 흙수저가 아니거나


2. 결혼을 안 했거나


확신컨데, 집에서 아무런 경제적 도움도 받지 않는 청년에게 사회복지사의 월급은 썅 박봉이다. 



사회복지사 월급은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을 따르는데 위 차트(2020년 기준)를 보면 신입의 경우 약 19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 2021년도도 다르지 않다. 약 3만 원 정도 올랐을 것이다. 세금 다 떼면 170만 원.


집에서 월세나 보험비, 용돈 등을 받지 않는 흙수저의 사회복지사라면 170만 원의 돈으론 미래가 보이지 않을 것이다. 2017년도 당시 난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잘 모아봤자 한 달에 50만 원이었다. 1년 적금을 타니 600만 원이 손에 들어왔었다. 이렇게 25년만 모으면 부산에 평균적인 집 하나 '전세'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 25년 후에는 집값도 더 올라있을 테니 더 힘들 수도 있겠네.


자취하지 않는 복지사라면 달에 100만 원 정도는 충분히 모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렇게 하면 10년 일해서 1억은 모을 수 있으니..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이 글을 보는 사람 연령대가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기혼자 입장에서 월급 200만 원은 암담한 수준이다. 아내가 출산이라도 하면 세 식구를 복지사 한 명이 먹여 살려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겠는가.


자신이 사회복지사로 평생을 살아가겠다고 결심했다면 검소하게 사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이다. 남들보다 좀 질 떨어지는 옷 입고 조금 더 맛없는 음식 먹고 내 아이한테 경제적으로 좀 덜 지원해줄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할 수 있다면 사회복지직도 충분히 좋은 직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2. 살인적인 업무량


이건 개인적인 의견인데


종합사회복지관 > 단일사회복지관(노인, 장애인 등) > 센터(아동복지, 주간보호, 방문요양 등)


그리고


사회복지에 존나 진지한 사람 > 진지한 사람 > 안 진지한 사람 > 걍 생계형 사회복지사


순으로 업무량이 많다.


아무리 보람을 먹고사는 직업이라지만 업무량에는 장사 없다. 본인도 여유가 없는데 남 돕는 일을 어떻게 하겠는가. 사회복지 공무원과는 달리 복지관에 종사하는 복지사는 클라이언트를 위한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데 워낙 하는 일이 많다 보니 뭐 하나에 집중할 수가 없는 현상이 벌어진다. 


사회복지에 뜻이 있는 사람일수록 업무량은 증가한다. 의욕이 있는 사람은 각종 아이디어나 이론에서 배운 것들을 적용하려고 한다. 사실 사진만 찍고 보고서만 대충 써내면 처리할 수 있는 업무다. 하지만 누군갈 돕는 일이니 대충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사회복지라는 것은 복지사가 누구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의욕이 제일 넘쳐나는 건 신입이다. 이들은 초장엔 열심히 하려 하지만 결국 늘어나는 업무량에 두 손 두발 드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꿈 많던 사회복지사들은 결국 생계형 사회복지사로 전락하고 만다. 이웃을 돕겠다는 일념으로 일하던 그들이 그냥 받은 돈만큼 일하겠다는 일반적인 직장인 심보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비영리기관에선 큰돈을 벌 수 없다.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과는 달리 복지기관은 공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게 복지사들은 타직업보다 더 큰 경제적인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그런 자신의 저치를 비관하게 된다. 내 주위 남자 동기들은 벌써 사회복지직을 다 그만두고 공무원이나 공단 등 다른 진로를 찾기 시작했다. 


안타깝지만 이게 현실이다.


코로나가 끝나면 지금보다 업무량이 몇 배로 증가할 것이다. 예비 사회복지사들은 이 점을 충분이 각오해야 한다.





3. 인간관계


실제로 많은 직원들이 어마어마한 업무량엔 간신히 버텨내지만 직장 내 존재하는 또라이는 끝내 버텨내질 못하더라. 나도 첨엔 좋은 사람이 사회복지를 한다는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여기도 하나의 사회였고 별별 사람이 다 있었다. '사람이 가진 우주가 다 다른데 어떻게 다 같을 수가 있나요?' 라며 직장 내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해보려 했지만 개 거지 같은 우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경험해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여기가 좋은 일 하는 사회복지현장이더라도 직장이란 곳은 자기의 이익을 우선하는 개개인이 모인 집단일 뿐이다. 다들 자기 먹고살려고 일하는 거 아니겠는가. 자기를 최우선시하다 보니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는 행동도 하는 거다. 그 정도가 다를 뿐이지 심보는 다 같다. 물론 그들 중에는 자신을 희생하거나 손해를 보더라도 동료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일반의 범주를 벗어났으므로 멋진 사람들이라 칭할 수 있겠다.


기본적으로 남성이나 여성이나 똑같이 이기적인 심보를 가지고 있는 건 맞는데.. 여초 사회일 경우 그 심보가 드러나는 현상이 좀 더 히스테릭하다. 여기서 좀만 더 자세하게 얘기하면 여혐이라는 소릴 들을까 봐 무서워서 더 얘길 하진 않겠다. 하지만 내 주위에 있던 여자 동료들도 하나같이 여초 사회의 힘든 분위기를 인정하는 듯했다.


사실 인간관계가 힘들지 않은 직장이 어디 있겠는가. 어딜 가나 또라이의 질량은 보존되어 있고 자신은 본인이 또라이인줄 모르는 법이다.


사회복지현장에도 다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진입한다면 충격이 좀 덜 할 것이다.





쉴 새 없이 써내려 갔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사회복지직을 하려고 하는 사람은 없겠지? 사회복지직은 경제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상당히 가성비가 떨어지는 직업이다. 각종 민원과 직장 내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 박봉의 월급, 미친 업무량 등을 고려하면 '타인을 위해 일하는 직업'이라는 타이틀을 제외하고는 할 만한 직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사를 꾸준히 하여 팀장/과장/관장까지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때까지 내가 존경할만한 상사들을 보진 못했지만 그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여기도 누구는 오래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걸 알 수 있지 않은가. 


나 같은 경우는 한 2년 정도 까진 진정한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었다. 타인을 위한 삶을 진심으로 살길 바랬고 사회복지사인 것이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이내 사회복지사를 하기엔 내 깜냥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적인 현실에 못 이겨 사회복지사란 직업이 미워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수많은 풍파를 거치고도 아직도 찐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심이 생긴다. 


우리가 결혼을 해야 하고 출산을 해야 하는 한 다른 직업에 비해 사회복지사직은 영원히 불안한 직업이 될 것이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들이 꼭 그 사실을 간과하지 않고 사회복지사에 도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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