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기 힘들다.
인간은 본디 부정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 뒤에서 칭찬하는 것보다 험담을 좋아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도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기분이 그리 좋진 않다. 하지만 현장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뛰어들었던 3년 전 나를 생각하면, 단 몇십 명일 지라도 이 글이 부디 예비 사회복지사들에게 닿았으면 좋겠다.
요즘은 청년들이 월급에 대해서 굉장히 현실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 비영리기관 종사 희망자 중에선 특히 '월급은 만족할 만큼 있으면 돼. 나에겐 보람이 제일 중요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나 또한 그런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사회복지사 월급이 박봉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크게 두 가지 부류일 수 있다.
1. 자기가 흙수저가 아니거나
2. 결혼을 안 했거나
확신컨데, 집에서 아무런 경제적 도움도 받지 않는 청년에게 사회복지사의 월급은 썅 박봉이다.
사회복지사 월급은 보건복지부 가이드라인을 따르는데 위 차트(2020년 기준)를 보면 신입의 경우 약 19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 2021년도도 다르지 않다. 약 3만 원 정도 올랐을 것이다. 세금 다 떼면 170만 원.
집에서 월세나 보험비, 용돈 등을 받지 않는 흙수저의 사회복지사라면 170만 원의 돈으론 미래가 보이지 않을 것이다. 2017년도 당시 난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잘 모아봤자 한 달에 50만 원이었다. 1년 적금을 타니 600만 원이 손에 들어왔었다. 이렇게 25년만 모으면 부산에 평균적인 집 하나 '전세'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 25년 후에는 집값도 더 올라있을 테니 더 힘들 수도 있겠네.
자취하지 않는 복지사라면 달에 100만 원 정도는 충분히 모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렇게 하면 10년 일해서 1억은 모을 수 있으니..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이 글을 보는 사람 연령대가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기혼자 입장에서 월급 200만 원은 암담한 수준이다. 아내가 출산이라도 하면 세 식구를 복지사 한 명이 먹여 살려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겠는가.
자신이 사회복지사로 평생을 살아가겠다고 결심했다면 검소하게 사는 습관을 들여야 할 것이다. 남들보다 좀 질 떨어지는 옷 입고 조금 더 맛없는 음식 먹고 내 아이한테 경제적으로 좀 덜 지원해줄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할 수 있다면 사회복지직도 충분히 좋은 직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건 개인적인 의견인데
종합사회복지관 > 단일사회복지관(노인, 장애인 등) > 센터(아동복지, 주간보호, 방문요양 등)
그리고
사회복지에 존나 진지한 사람 > 진지한 사람 > 안 진지한 사람 > 걍 생계형 사회복지사
순으로 업무량이 많다.
아무리 보람을 먹고사는 직업이라지만 업무량에는 장사 없다. 본인도 여유가 없는데 남 돕는 일을 어떻게 하겠는가. 사회복지 공무원과는 달리 복지관에 종사하는 복지사는 클라이언트를 위한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데 워낙 하는 일이 많다 보니 뭐 하나에 집중할 수가 없는 현상이 벌어진다.
사회복지에 뜻이 있는 사람일수록 업무량은 증가한다. 의욕이 있는 사람은 각종 아이디어나 이론에서 배운 것들을 적용하려고 한다. 사실 사진만 찍고 보고서만 대충 써내면 처리할 수 있는 업무다. 하지만 누군갈 돕는 일이니 대충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사회복지라는 것은 복지사가 누구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의욕이 제일 넘쳐나는 건 신입이다. 이들은 초장엔 열심히 하려 하지만 결국 늘어나는 업무량에 두 손 두발 드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꿈 많던 사회복지사들은 결국 생계형 사회복지사로 전락하고 만다. 이웃을 돕겠다는 일념으로 일하던 그들이 그냥 받은 돈만큼 일하겠다는 일반적인 직장인 심보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비영리기관에선 큰돈을 벌 수 없다.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과는 달리 복지기관은 공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게 복지사들은 타직업보다 더 큰 경제적인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그런 자신의 저치를 비관하게 된다. 내 주위 남자 동기들은 벌써 사회복지직을 다 그만두고 공무원이나 공단 등 다른 진로를 찾기 시작했다.
안타깝지만 이게 현실이다.
코로나가 끝나면 지금보다 업무량이 몇 배로 증가할 것이다. 예비 사회복지사들은 이 점을 충분이 각오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직원들이 어마어마한 업무량엔 간신히 버텨내지만 직장 내 존재하는 또라이는 끝내 버텨내질 못하더라. 나도 첨엔 좋은 사람이 사회복지를 한다는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여기도 하나의 사회였고 별별 사람이 다 있었다. '사람이 가진 우주가 다 다른데 어떻게 다 같을 수가 있나요?' 라며 직장 내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해보려 했지만 개 거지 같은 우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경험해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여기가 좋은 일 하는 사회복지현장이더라도 직장이란 곳은 자기의 이익을 우선하는 개개인이 모인 집단일 뿐이다. 다들 자기 먹고살려고 일하는 거 아니겠는가. 자기를 최우선시하다 보니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는 행동도 하는 거다. 그 정도가 다를 뿐이지 심보는 다 같다. 물론 그들 중에는 자신을 희생하거나 손해를 보더라도 동료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일반의 범주를 벗어났으므로 멋진 사람들이라 칭할 수 있겠다.
기본적으로 남성이나 여성이나 똑같이 이기적인 심보를 가지고 있는 건 맞는데.. 여초 사회일 경우 그 심보가 드러나는 현상이 좀 더 히스테릭하다. 여기서 좀만 더 자세하게 얘기하면 여혐이라는 소릴 들을까 봐 무서워서 더 얘길 하진 않겠다. 하지만 내 주위에 있던 여자 동료들도 하나같이 여초 사회의 힘든 분위기를 인정하는 듯했다.
사실 인간관계가 힘들지 않은 직장이 어디 있겠는가. 어딜 가나 또라이의 질량은 보존되어 있고 자신은 본인이 또라이인줄 모르는 법이다.
사회복지현장에도 다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진입한다면 충격이 좀 덜 할 것이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사회복지직을 하려고 하는 사람은 없겠지? 사회복지직은 경제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상당히 가성비가 떨어지는 직업이다. 각종 민원과 직장 내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 박봉의 월급, 미친 업무량 등을 고려하면 '타인을 위해 일하는 직업'이라는 타이틀을 제외하고는 할 만한 직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사를 꾸준히 하여 팀장/과장/관장까지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때까지 내가 존경할만한 상사들을 보진 못했지만 그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여기도 누구는 오래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걸 알 수 있지 않은가.
나 같은 경우는 한 2년 정도 까진 진정한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었다. 타인을 위한 삶을 진심으로 살길 바랬고 사회복지사인 것이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이내 사회복지사를 하기엔 내 깜냥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적인 현실에 못 이겨 사회복지사란 직업이 미워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수많은 풍파를 거치고도 아직도 찐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심이 생긴다.
우리가 결혼을 해야 하고 출산을 해야 하는 한 다른 직업에 비해 사회복지사직은 영원히 불안한 직업이 될 것이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들이 꼭 그 사실을 간과하지 않고 사회복지사에 도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