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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고르 Feb 27. 2022

외벌이 신혼부부의 돈 씀씀이 공개

먹고 살기 힘들다.

나는 30대 초반, 결혼은 했고 애는 없다. 이런 조건이라면 한 달에 얼마를 써야 적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 부부는 가계부를 꼬박꼬박 쓰고 있다. 설날과 추석같이 특별한 이벤트를 제외하고 우리 부부가 쓰는 한 달 평균 생활비는 180만 원 정도다. 여기엔 각종 공과금과 식비, 보험비, 핸드폰 비, 기름값, 넷플릭스, 유튜브 구독비, 시발비용 등이 다 포함돼있다. 단 한번 생활비가 딱 130만 원이 나온 달이 있었는데 그 달은 치킨을 거의 먹지 않았던 달이다(그만큼 허리띠를 졸랐다는 뜻).


대기업 종사자가 아닌 이상 30대 부부가 맞벌이로 버는 돈은 많아봤자 한 달 400만 원일 텐데 그중 반이 생활비로 빠져나간다고 생각하니 참 답도 없다. 200만 원으로 5년을 모으면 그래도 1억은 모이지만 그 돈으로 내 집 마련은 감히 꿈꿀 수도 없다. 만약 아기라도 가진다면 나 혼자 벌어야 하는 것이고 남는 돈은 없을 것이다. 앞이 캄캄하다. 


나의 돈 씀씀이는 위의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 어떤 물건에 대해 내가 구매하는 가격의 기준은 이렇다. 예를 들어 쌀을 구입한다고 치자. 쌀 쌀 10kg에 2만 원짜리가 있고 3만 원, 4만 원, 5만 원짜리가 있다. 난 그중 3만 원짜리를 고른다. 저렴하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일 싼 건 고르지 않는 것이고 최대한 돈을 아껴야 하기 때문에 그다음 단계를 고르는 것이다. 자린고비는 돈을 많이 모을지 언정 건강할 순 없단 생각이 든다.


나와 아내는 친구들도 별로 만나지 않기 때문에 용돈도 별로 쓰지 않는다. 대신 오랜만에 친구들을 보면 무조건 내가 사려고 한다. 친구에게 베푸는 것은 언젠가 돌아올 비용이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옷에도 돈을 잘 쓰지 않는다. 최근에 아내의 친구가 나에게 옷을 선물했는데 아까워서 2달 동안 입지도 않았다. 패션에 극강 자린고비인 나 때문에 아내도 덩달아 굴비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아서 맘이 좋진 않다. 이번 달에 아내 생일이 있는데 코트 하나 장만해 줘야지.


하지만 우리 부부가 개미 똥구멍만큼 사치 부리는 영역이 있다. 바로 외식과 카페 이용이다. 돈도 현명하게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직장의 스트레스를 가장 효율적으로 풀 수 있는 방법은 음식이라고 생각해서다. 그래서 우린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외식을 한다. 그리고 나와 아내는 글 쓰는 게 취미기 때문에 카페를 좋아한다. 카페에 들어가는 비용은 과감히 지출하고자 한다.


솔직히 돈만 많으면 내 외모도 좀 신경 쓰고 싶다. 사람이 아무리 속 빈 강정이라도 외모만 관리하면 그것을 감출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 좋아 보이는 방법은 이토록 단순하다. 비싼 옷, 비싼 머리 스타일, 비싼 시계, 비싼 안경만 쓰면 썩어있는 속을 채우지 않아도 괜찮아 보인다. 인간은 참 단순하지.


요즘 투자 공부를 열심히 해서 그런지 부자 되는 상상을 자주 한다. 부자가 되면 적어도 4만 원짜리 쌀을 사야지. 


그리고 아낀 만 원을 사회에 기부하고 싶다.


(겨우.. 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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