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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고르 Feb 28. 2022

아내가 세상에서 제일 멋있다.

손해볼 줄 아는 사람

오미크론이 기승을 부리는 현재 상황은 간호사인 아내에게 상당한 괴로움을 주고 있다. 평일에도 출근, 주말에도 출근, 심지어 설날에도 출근했다. 아내는 본래 치매안심센터에서 어르신의 치매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보건소에는 인력이 부족해 빈번히 파견을 가게 됐다. 확진일까 염려되어 방문하는 사람들이 직원들을 오죽 친절히 대할 수 있을까. 아내가 점점 지쳐가는 모습을 보니 맘이 영 좋지 않다.


"아니 있잖아... 토요일에 근무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데 아무도 안 하려는 거 있지."


"에혀... 다들 지쳤는가 보네. 안쓰럽다."


"그래서 그냥 내가 한다고 했어."


"우오오오옷! 역시 우리 자기. 멋있어!"


아내가 손해를 봤다. 저 상황에서 근무 의지를 표시한다는 건 명백한 손해다. 만약 아무도 출근하려 하지 않았다면 어떠한 공평한 방법으로 누군가는 출근을 했을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결정짓는 게 사실 건강한 방법이긴 하다. 걸린 직원이 출근을 하게 되더라도 불만을 밖으로 표시할 수 없어서다.


하지만 기꺼이 손해를 감수하고 출근을 자처한다면 '멋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멋있는 사람이 되는 건 우리 부부의 목표다. 왜냐면 멋있다란 형용사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기 때문이다. 바쁜 업무로 다들 지쳐있는 상황에서 남들 대신 손을 번쩍 들어 출근을 자처한다? 이 행위는 누가 손을 들지 눈치싸움에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아도 되는 좋은 전략이었다. 더불어 동료를 위한 배려이기도 했다. 누구 아낸지 참 멋있다.


멋있는 사람은 이처럼 손해를 기꺼이 감수하는 사람이다. 기브 앤 테이크가 판치는 세상에서 뚜렷하게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다. 준 만큼 받으려고 하지 않는 비합리적인 행위를 하는 사람이다. 비록 비합리적인 행위지만 손해 보는 삶을 통해 동물이 아닌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임을 밝히는 행위다.


고로, 우리 부부가 지향하고자 하는 것은 비합리적이고 손해 보는 삶이다. 합리적이고 이익 보는 행동은 단지 우리를 떠받쳐주는 발판일 뿐이다. 결국엔 손해 보는 삶을 이루고자 경제적인 삶을 영위한다. 안정적인 발판만 만들어진다면 우리 부부는 선행, 기부와 같이 손해를 기꺼이 감수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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