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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고르 Feb 26. 2022

자본주의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귀촌아닐까

아니 진짜로.

창녕의 부동산 시세는 생각보다 더 저렴했다(33평, 1억7천). 계약을 무사히 마친 지금, 계속해서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집값이 폭주하는 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 높은 방법은 시골에 사는 것이지 않을까라는 생각 말이다.


서울 그리고 수도권과 부산의 부동산 시세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데 국민들이 별말 없이 흐름을 따르려고 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도시는 돈을 버는 삶에 최적화돼있는 곳이다. 특히 부동산 투자를 수월케 하려면 서울과 수도권에 살아야만 하는데, 집값이 오르는 곳은 한정돼 있어서다. 국민들은 부동산을 이미 투자자산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도시를 떠난다는 것은 돈에 대한 욕심을 포기했다는 뜻일 거다. 또한 아파트 하나에 기본 5억이 넘어가는데도 빚을 내어 집을 사는 이유는 어차피 집값은 오르기 때문에 이자만 갚아간다면 결국엔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서울 사람들의 뇌구조는 나와 많이 다른 것 같다. 통계지표를 보니 기업 노동인구의 약 15%만이 대기업 종사자이며 나머지는 중소기업 종사자라는데 중소기업의 경우 희망 연봉이 겨우 3천만이라고 한다. 연봉 3천으로 서울에서 어떻게 살고자 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요즘 청년들 추세가 부업과 투자를 통한 자산 불리기라는 기사를 보긴 했는데.. 그중 얼마나 많은 청년이 재테크로 성공할 수 있을진 잘 모르겠다.


최근 서울에 인턴으로 일하는 후배 한 명을 만나 술을 마셨는데 6~7평 자취방에 살면서 월세 100만 원을 낸다고 했다. 월세에 월급의 60% 이상을 바치고 있는 셈이다. 정직원으로 전환되어 월급이 좀 오른다 해도 답이 없긴 마찬가지다. 이렇듯 서울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집에 얽매여 있단 것을 알 수 있다. 부동산에 돈이 묶여있거나 낭비되고 있다면 주식이나 코인 투자에도 큰돈을 벌기가 힘들 것이다. 기초 투자 자본금이 작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사회구조는 금수저가 돈을 벌어가게 돼있는 것 같다. 아무리 열심히 일한다 하더라도 일정 계층 이상 올라가기 힘들 것이다. 시간을 들여 재테크로 자산을 불려놓으면 금수저는 그에 몇십 배가 되는 돈을 불려놨을 것이다. 빈부격차를 좁히지 않는 한 하위계층은 영원히 하위 계층일 수밖에 없다. 물가는 치솟고 부자는 더 부자가 된다. 그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은 덤이고 말이다. 부자들만의 레이스다. 평생 그들의 뒤꽁무니만 쳐다보면서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이렇게 미쳐버린 세상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행복을 좇을 수 있는 방법은 시골에서의 삶이란 생각이 든다.  자본주의 세계에서 현명하게 살아남는 방법은 레이스에서 벗어난 삶을 사는 것이다. 그 삶은 포기를 전제로 한다. 


34평이면 4인 가족으로서도 최고의 평수다. 딱 1억 7천만 가지고 시골로 내려온다. 잘은 몰라도 서울 사람에게 1억 7천은 아마 거저일 것이다. 그 돈으로 창녕의 최대 평수인 34평 집을 산다. 내 집 마련은 여기서 끝이다. 문제는 직장인데 시골엔 생산직이 엄청 많다. 아마 월급이 200만 원 정도일 것이다. 어차피 중소기업에서 받던 3천만 원과 별로 차이도 안 난다. 연봉 600 정도? 난 600만 원을 덜 벌더라도 차라리 내 집이 하나 있는 게 나을 것 같다.


여유로운 삶은 덤이다. 길거리에서 부자들 볼 기회가 없으니 그런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 '난 도시에 살아도 남들이랑 나를 비교한 적 없는데'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그러긴 힘들 것이다. 애초에 비교하지 않을 환경에서 사는 게 훨씬 낫다. 집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게 더 나은 것처럼 말이다.


시골에서의 삶은 어쩌면 '대박'이란 것과는 좀 먼 것일 수도 있다. 시골엔 아파트 청약도 없고 집값이 오르는 곳도 없다. 투자에 용이한 정보를 얻기도 힘들다. 하지만 이런 환경이라면 버는 돈에 집중하기보다 가지고 있는 돈에 만족하는 법을 배울 수도 있겠다. 어차피 금수저가 아닌 이상 부자가 되는 건 바늘구멍인데 왜 그렇게 낮은 가능성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려 하는지. 돈이 없더라도 적은 것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능력만 있다면 되지 않겠는가. 네팔 국민이 우리나라 국민보다 행복하다는 통계처럼 말이다.


사실 이렇게 말하면서도 나도 잘 모르겠다. 똥인지 된장인지는 찍어 먹어봐야 안다는데 난 아직 창녕에 이사하기 전이기 때문이다. 일단 이렇게 가설을 만들어봤다. 실험 결과는 귀촌 후에 알 수 있겠지. 우리 부부가 시골의 삶에 잘 적응한다면 분명 누군가에겐 좋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우릴 따라 시골에 내려오는 사람들도 생길 테지.


자본주의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역설적으로 시골의 삶이라는 것을 한번 증명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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