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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고르 Feb 25. 2022

나는 그의 생일이 궁금하지 않다.

하나도 안 궁금해..

까톡~


카톡이 왔다.


평소 나에게 카톡을 보내는 사람은 제한적이다. 이 시간에 누가 카톡을 보낸 거지. 내용을 확인해 보니 대학교 때 친했던 후배가 선물을 보내왔다. 아뿔싸, 카톡에서 내 생일 알림 꺼놓는 걸 깜빡했다. 이렇게 되면 지금 연락하지 않는 사람들도 내 생일을 알아차리고 작게나마 선물을 보내온다. 마음이 고맙긴 하지만 이런 지인이 나에게 돈을 쓰면 너무 부담된다. 세상은 기브앤테이크기 때문에 나도 선물을 보내온 사람에게 어떻게든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버린다.


친한 지인의 특별한 날을 챙기는 건 나에게 중요한 일이다. 불알친구들의 경우 매년 초에 달력에다가 표시해놓고 생일이 되면 치킨 쿠폰이라도 챙겨준다. 물론 친구들도 내 생일을 챙겨준다. 비슷한 금액이 갔다가 오는 것이다. 하지만 오가는 선물보다 그 위에 얹어진 마음이 관건이다. 친구들에게 우정을 표현할 기회는 생각보다 많이 없다. 그러니 생일을 빌미로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이다.


지인의 생일은 나에게 이토록 중요한 이벤트다. 하지만 별로 친하지 않은 지인의 씀씀이는 별로 달갑지 않다. 더군다나 카카오톡이 제공하는 개인 정보를 보고 보내오는 선물은 더더욱 반갑지 않다. 선물에 마음을 얹는 작업이 들어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서다. 물론 그 자체는 감사하다. 나를 추억해 주고 기억해 주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잘못했다는 게 아니다. 내 생일 알림음을 끄지 못한 게 죄다.


카카오톡은 무료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무료가 아니다. 마치 유튜브 콘텐츠를 볼 때 앞에 15초의 광고를 보는 것과 같다. 카톡창을 자세히 보면 항상 광고가 떠있다. 광고 외에도 생일과 같은 필요 이상의 정보를 제공한다. 프로필 업데이트 된 친구들도 봐야한다. 안 보고 싶으면 그냥 안 보면 그만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런 의도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 특별히 친한 친구는 아니지만 직장동료같은 애매한 사이가 있는데 그런 사람들의 생일일 때면 나를 고민하게 만든다. 선물을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대외활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내 카톡엔 1400여 명의 친구가 추가돼있다. 생각 같아선 연락 안 하는 사람들을 다 지우고 싶지만 또 그건 오바라고 생각해서 안 하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가끔 시간 날 때면 과거 친했던 사람들의 프로필을 구경한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카톡이 가끔 싫다.


어른이 되니 확실히 예민해지는 것 같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피곤해하니 말이다. 하지만 모든 것엔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니 카톡을 무료로 이용하는 대가로 생각하면 된다. 한 달 이용료 2천 원을 내면 시스템을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카톡 정책이 나오면 좋으련만. 카톡을 쓰지 않으면 이제 생활이 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지. 마냥 불편하다고만 생각하면 도둑놈 심보나 마찬가지다. 


별로 궁금하지 않은데 카톡 창에 또 대학 동기의 생일 소식이 보인다. 이 녀석 잘 살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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