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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고르 Mar 23. 2022

귀촌 D-18 남았네요. 벌써부터 잠이 안 옵니다.

두근두근

최근 2개월 동안 브런치 1일 1포스팅을 하루도 쉰 적이 없는데 근래 맘이 어지러워서 도무지 키보드에 손이 가지 않았다. 우리의 귀촌 프로젝트 시작일은 3월 30일. 오늘로부터 18일 남았다. 이사를 처음 해봐서 이사업체부터 알아봐야 했다. 포장이사가 뭔지 반포장이사가 뭔지부터 알아봐야 했고 2개의 업체로부터 견적을 받은 뒤 둘 중 조금 더 합리적인 가격의 업체를 선정했다.


지금 사는 집의 전세 보증금을 제 기간에 돌려줄지 말지 애매하게 대답했었던 집주인 때문에 며칠간 골머리를 썩였는데 다행히 정확한 날짜에 입금을 해준다고 전화가 왔다. 난 집주인을 최대한 압박하기 위해서 사무실로 찾아가 최대한 위협적인 말투로 제날짜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소송을 준비한다고 반협박을 했다(지금 내 머리는 스포츠 까까머리라서 굉장히 위협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틀 전엔 소송을 준비하겠다는 의미인 '내용증명'까지 보냈다. 이렇게 공격적인 임차인은 아마 처음이었을 것이다. 


내가 요즘 걱정인 것은 직장이다. 2월 초에 사회복지사 입사지원서를 4군데에 넣었는데 전부 탈락했다.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고민해 봤는데 아무래도 타지인이라는 불확실성과 남자라는 성별 때문인 것 같다. 아직 이사도 하지 않은 상태로 지원을 했으니 분명 신뢰가 조금 떨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복지관과는 달리 요양원과 재가복지센터에는 월급이 짜다는 이유로 남자를 잘 뽑지 않는데(월급이 적으니 남자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식), 내가 부산에서 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런 편견을 가지지 않는 센터가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뭐, 예상은 했었다. 창녕엔 지원할 수 있는 기관의 수가 도시보다 현저히 작기 때문에 취업이 어려울 것이라는 것 말이다. 사회복지사 말고도 일할 곳은 있다. 창녕에도 여러 중소기업이 존재하며 서류 처리를 하는 사무직을 뽑는다. 그리고 군청이나 주민센터에도 준 공무원직을 수시로 뽑는다. 나중에 정 안되면 이쪽으로 지원해 볼 생각이다.


일단 창녕에 정착 후 몇 개월간은 버틸 수 있는 생활비를 준비해 놨다. 그래서 천천히 고민해 볼 생각이다. 사실 지금 투자로 한 달에 150만 원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어서 여유가 조금 있을 것 같다. 4월 초에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이 나올 것 같은데, 어차피 카페 창업을 염두에 두고 있으니 32살 남자를 써주는 카페가 있다면 카페 알바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이 모든 게 모험이다. 만약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았다면 이 어려움들을 겪으면서 성장할 기회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비록 지금은 걱정으로 잠을 가끔 설치곤 하지만 인생은 어떻게든 살아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몇 년이 지난 후 나와 아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기대된다. 


우리가 원하는 삶을 위한 도약. 


경제적으로 조금 불안해 질지 언정 난 우리 부부가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 무언갈 도전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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