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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야 Nov 08. 2019

“신데렐라의 단점은 뭐야?”..독서노트 쓰기

제2장 `하루 공부의 힘`을 믿는다 <사고력 키우기>

7살 들어 `퇴근 후 30분 학습`을 시작할 때는 6살 후반기처럼 매일 손으로 책을 짚어가며 읽는 것은 의미가 없단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할 정도로 한글을 못 읽지 않았다. 물론 이렇게 할 경우 90% 뗀 한글을 100% 뗄 순 있겠지만 10%포인트 차이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글을 90% 읽는다는 것은 모르는 글자를 빼고 유창하게 읽는다는 것이 아니다. 더듬더듬 한 글자 씩 한 글자 씩 읽는 수준이다. 그래서 책을 혼자 읽게 하면 싫어했다. 책을 읽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한 글자 한 글자 밖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내용을 파악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나는 아이와 책 한권을 정하고 그 책을 같이 읽어나간 후 그 책에 대한 생각을 적는 독서노트가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덤으로 `한글 쓰기`도 연습하고 책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대화를 나누면서 아이 스스로 생각해내고 그 내용을 정리할 수 있었으면 했다. 


일주일에 책 한 권만 읽고 이에 대한 감상을 한두 줄 써보자. 그런데 하다 보니 일주일에 두 권 이상 읽을 때가 많았다. 아이는 재미있는 책은 좀 더 읽자고 졸랐다. 그리고 딱히 쓸 말이 없으면 `재밌다, 재미없다` 등만 쓰고 말았다. 물론 이런 경우는 드물었다. 나는 최대한 아이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어떤 질문을 하느냐가 중요했다. 초반엔 “재미있었어?”라고 물었더니 답변도 “재미있었어, 재미없었어”라고 단순했다. 토크쇼의 진행자처럼 아이의 어떤 생각이나 답변을 뽑아내기 위해 질문을 잘 던져야 했다. “뭘  느꼈어?”라고 아주 추상적인 질문을 하면 아이는 “몰라”라고 답했다. 그래서 “어떤 부분이 제일 기억에 남아?, 어떤 부분이 재미있었어?”등으로 질문을 바꾸었다. 이렇게 물어도 별로 똑 부러진 대답을 얻기가 어려웠다.   


아이와 함께 읽었던 첫 번째 책은 <거울을 처음 본 사람들>, 두 번째 책은 <며느리 방귀, 천둥방귀>였다. 보통 이런 책들 맨 뒷장에는 `생각할 거리`라고 해서 동화책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등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그 교훈들은 내 기준에선 별로 공감이 되지 않았다. 예컨대 <거울을 처음 본 사람들>이란 책 뒤에는 주인공들이 거울이란 신문물에 거부감이 많은 어리석은 사람이라며 신문물을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을 갖자는 게 교훈으로 적혀있었다. 나는 굳이 이렇게 답을 정해놓을 필요는 없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소통의 문제`로 이 책을 접근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아이한테 내 의도를 너무 드러내면 나 역시 아이에게 어떤 정답을 강요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민됐다. 여기에 `달의 변화`도 같이 얘기하고 싶은데 그게 참 어려웠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도 줄리엣이 로미오에게 `달에게 맹세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달의 모양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사랑도 변할까봐 두려운 마음에서다. 


<거울을 처음 본 사람들>이란 책에선 아내가 장에 가는 남편에게 참빗을 사다달라고 한다. 아내는 하늘의 달을 가르키며 저렇게 생긴 물건을 사다달라고 했는데 그 당시엔 달이 반달 모양이었다. 그러나 남편이 장날에 도착할 즈음엔 달 모양이 보름달이 됐다. 남편은 아내가 말한 물건을 사려고 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이 안 났다. 그러다 때 마침 `달처럼 생긴 물건`이란 생각이 났고, 하늘의 달을 보고 저 달처럼 생긴 물건을 찾으니 그게 바로 보름달처럼 생긴 둥근 거울이었다. 이 책은 남편이 참빗 대신 거울을 사다 아내에게 주면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거울을 처음 본 아내와 나머지 가족들은 남편이 장에 갔다가 거울 속에 비친 사람들(자기 자신의 모습)까지 집에 데려왔다고 착각해 남편에게 화를 내는 장면들이 있었다. 아이에게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아이에게 어떤 부분이 가장 재미있었냐고 물었다. 아이는 <아내가 거울을 보고 자기 모습인지 모르고 남편에게 "누가 젊은 여자를 데려 오랬어요"라고 말한 게 재미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외의 질문들에 대해선 별 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다. 내가 같이 얘기하고 싶었던 `달의 변화`에 대해선 아이가 받아들이기에는 수준이 높은 것 같아 그냥 넘어갔다. 


<며느리 방귀 천둥 방귀>란 책은 방귀의 쓸모 있음에 대해 얘기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나는 며느리가 방귀를 크게 뀔 때는 며느리를 친정으로 내쫒았다가 며느리의 방귀가 쓸모 있다고 판단되니 다시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행태를 아이가 비판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판단했다. 


나는 아이에게 “며느리도 가족인데 방귀 좀 뀐다고 친정으로 내쫓았다가 방귀가 쓸모가 있을 거 같으니 다시 가족 받아들이는 것은 좀 아니지 않냐?”고 하니까 아이는 괜찮다고 한다. 내 생각을 아이에게 강요할 수 없으니 거기서 멈추고 말았다. 아이는 단순히 며느리가 방귀를 뀌어서 배나무에서 배를 떨어뜨리는 게 웃기다고 했다. 그래서 질문을 돌려서 "앞으로 며느리를 방귀를 편하게 뀌었을까?"라고 물으니까 아이는 “그럴 거 같다. 방귀도 쓸모가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이렇게 나의 생각을 살짝 드러냈다가 꼬리를 내리는 방식이 계속됐다. 


아이가 오롯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끌어내기 위해 질문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던져야 하는지가 가장 어려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이는 이러한 독서 노트 작성에 흥미를 느꼈다. 하나의 노트가 완성되고 쌓여가는 재미도 있었다. 아이는 독서 노트 한 권을 다 채웠을 때 `내가 이렇게나 많이 한 거야`라면서 보람을 느끼는 듯 했다. 


신데렐라를 읽었을 때는 내가 의도했던 대로 `다르게 생각하기`가 통했던 것 같다. 나는 독서 노트를 쓰는 초반이었기 때문에 출퇴근을 하면서 아이에게 어떤 질문을 할지를 계속 생각했다. 신데렐라는 아무래도 주인공 `신데렐라`가 워낙 유명하다보니 그 주인공에 대한 질문이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은 어떤 내용이야? 주인공인 신데렐라는 행복해보여? 신데렐라는 앞으로 어떻게 살 것 같아? 정말 왕자와 행복하게 살까? 신데렐라는 장점과 단점이 뭐야?” 등을 물어봤다. 


이번 질문들은 나름 성공했다. 아이는 “신데렐라는 성격이 착한 데 해야 할 말을 못하는 게 단점”이라고 말했다. 새엄마와 언니들의 구박을 받았지만 그들에게 자기의 억울한 감정을 얘기한 적이 없었다는 게 아이의 생각이었다. 또 아이는 신데렐라가 왕자와 행복하게 살았을 것 같을 지에 대해선 “처음에는 행복했을 것 같은데 성 안에 갇혀 있어서 답답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는 `마법사 할머니가 만들어준 마차나 옷 등은 밤 12시가 지나면서 사라졌는데 왜 유리 구두만 그대로 있었을까`에 대해서 궁금해 했다. 처음에 아이는 “유리 구두만 마법이 풀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왕자님이 구두를 만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신데렐라 책을 다시 읽었을 때는 “구두는 두 개가 있어야 한 짝인데 구두가 한 짝씩 나눠지면서 마법이 안 풀린 것”이라고 자기 생각을 얘기했다. 하나의 주제 등을 놓고 이것저것 생각해보는 것은 내가 정확하게 의도한 것이라 아이가 기특하게 느껴졌다. 


독서 노트를 쓴 지 반년 정도가 지나면서 나는 크게 질문을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아이는 책을 다 읽으면 `나 이렇게 쓸 거야`라고 하면서 스스로 쓸 거리, 감상들을 찾았다. 


나도 요령이 생겨서 책을 다 읽은 후에 책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어떻게 됐을까?, 왜 그랬을까` 등의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아이의 생각을 엿보려고 애썼다. 그러다보니 독서노트 쓰기가 어렵진 않았다. 책을 통해 아이가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게 됐다. 


독서노트는 책의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고 어떤 것을 느꼈는지 쓰는 방식으로 바꿔나갔다. 쓰는 것보다 어떤 것을 느꼈고 어떤 생각을 했고 그것을 짧게 요약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를 통해 아이는 책을 핵심적인 내용만 간략하게 말하는 방법을 연습할 수 있다. 또 무엇을 느꼈고 어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등을 서로 얘기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아이의 생각을 들어보고 책에 대한 흥미도 높일 수 있었다. 독서노트를 쓰다 보면 아이가 뭔가를 쓰는 것 자체를 귀찮아할 때가 있다. 그런데 독서노트를 쓰는 이유는 책을 통해 어떤 것을 느꼈고 아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들어보고 공감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쓰는 것에 집착하지 않았다. 아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것을 이끌어내는 데 공을 들였다. 


아이가 점점 글자가 많은 책을 읽을 때에는 독서노트를 쓰는 주기가 길어졌다. 아무래도 책 한 권을 다 읽는 데 그 전보다 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다보니 독서노트를 쓰는 것에 대한 부담이 외려 크게 줄었다. 또 독서를 하고 나서 글자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긴 책의 경우 인물 중심으로 캐릭터를 그리고 그 인물의 특성을 짧게 정리하는 방식을 활용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면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로선 부담이 적다. 또 단문으로 '심술쟁이다. 착하다. 용감하다' 등으로 인물의 성격이 정리되고 아이가 어떻게 느꼈는지가 한 눈에 들어오는 것도 장점이다. 독서노트를 꼭 글로만 표현할 필요는 없다. 다양한 방식을 적용해 아이가 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느꼈는지를 정리하고 가는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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