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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야 Nov 08. 2019

일단 문맹은 탈출하자

제2장 `하루 공부의 힘`을 믿는다 <사고력 키우기> 


텔레비전을 보거나 주변의 얘기를 건너 듣다보면 어떤 아이는 4살 때 한글을 뗐다고 한다. 또 어떤 아이는 특별히 뭘 가르치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글을 읽었다고 들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런 줄 알았다. 우리 아이도 기다리다보면 언젠가 스스로 글을 알게 되겠지 싶었다. 


더구나 나는 아이가 한글에 관심 있다고 착각해 4살 때 한글 학습지를 했다. 거의 1년간을 했는데 또래 친구들보다 한글을 몰랐다. 특히 6살 하반기에 들어서자 점점 조바심이 났다. 아이가 당시 다녔던 국공립 유치원에선 별다른 교육을 하는 것 같진 않았다. 국공립 유치원에 들어갈 때 추첨에서 밀려 대기번호 7번이었는데도 운이 좋게(?) 들어가게 됐다. `국공립 유치원이 가격도 저렴하고 좋다고 들었는데 내가 어떻게 들어가게 됐지? 정말 운이 좋았다`라고 생각했는데 별다른 교육을 하지 않아서 다들 사립유치원으로 옮겨갔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글을 늦게 떼도 상관없지만 글자를 잘 모르다보니 아이의 자신감, 자존감이 떨어지는 듯 했다. 6살이 되자 아이는 가끔 “유치원에서 애들이 나 한글 모른다고 놀려”라고 말을 하곤 했다. 물론 한글을 잘 모르는 아이도 많았겠지만 한글을 아는 또래 아이들도 점점 늘어났다. 아이는 그런 말들을 신경 쓰는 듯했다. “엄마, 나는 한글을 세상에서 제일 못하는 아이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은 자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 학원을 찾아다닐 수도 있고 관련 분야 책을 읽을 수도 있다. 그런데 아이는 마냥 모르면 계속 모르는 채로 있을 수 있겠구나. 아이는 한글을 읽어야 하는 상황들을 외면했다. 


그래서 나는 퇴근한 후 매일 집에 있는 짧은 책들을 함께 손으로 짚어가며 읽기로 했다. 6살 후반기 때였다. 처음에는 `사자가 사과를 먹었습니다` 같은 짧은 글이 다섯 문장 정도 있는 아주 얇은 책자를 읽었다. `사자가 사과를 먹었습니다, 사자가 바나나를 먹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반복되는 글이었다. 글자가 적은 책은 하루에 한 권 씩 읽고 아이의 실력에 비해 글자가 많은 책은 며칠씩 나눠서 읽었다. 


나는 아이에게 당당히 말했다. 그 때가 9월말쯤이었는데 “흰 눈이 올 때쯤 너는 한글을 다 알게 될 거야. 엄마만 믿고 따라와.” 충분히 가능하리라 믿었다. 그렇게 퇴근 후 아이에게 10분, 15분 집중을 제대로 못한 날엔 30분 정도 손으로 글자를 짚어가며 한글을 읽혔다. 그러나 공부가 익숙하지 않은 6살 아이에겐 30분은 긴 시간인 듯 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온 나에게도 가혹한 시간이었다. 아이가 조금만 더 집중해주면 10분이면 충분했다. 아니, 5분 안에 끝난 적도 있었다. 빨리 끝났다고 더 많은 책을 읽지는 않았다. 


하루의 몫을 매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욕심 내지 말고 꾸준히 하는 `매일의 힘`의 중요성을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정말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아이와 나는 힘겹게 싸움했다. 그래도 아이는 정말 내 말대로 6살 그 해, 눈이 올 때쯤 한글을 90% 가까이 뗐다. 나는 당당히 얘기할 수 있었다. “거봐, 너도 잘 할 수 있어. 엄마 말 대로 하니까 정말 눈이 올 때쯤 너 한글 읽을 수 있게 됐잖아” 나는 아이와 뭔지 모를 신뢰를 쌓는 기분이 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초등학교 전에 한글을 완벽히 떼야 한다는 게 그렇게까지 중요한지 몰랐다. 난 문맹인 아이가 좀 답답했을 뿐이고 글자에 언제 관심을 보일지 몰라 그것을 기다리는 데 참을성이 없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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