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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야 Nov 08. 2019

어린이 신문으로 세상 읽기

제2장 `하루 공부의 힘`을 믿는다 <사고력 키우기>

아이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고자 마음을 먹고 나서 독서노트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아쉬움이 있었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책이란 게 현실과는 거리가 있었다. 신데렐라는 세상에 없고, 신데렐라처럼 살아서도 안 된다. 다른 동화책들도 비슷했다. 스페인 바로셀로나 도서관에선 <잠자는 숲속의 공주>나 <백설공주> 등 수동적인 여성상을 강조한 책들을 취급하지 않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두 공주는 왕자가 찾아와 자기에게 키스하기 전까지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무력하게 누워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여성상이다. 


나는 아이가 좋은 모습이든 아니든 자기가 살아가는 현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현실은 동화책에 없다. 나는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때쯤 주식 등 자본 시장 교육을 해볼 참이었다. 자연스럽게 경제 교육이 될 뿐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경제신문을 통해 세상이 돌아가는 상황을 살펴보고 아이가 어떤 경제활동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습관을 길러주겠다는 막연한 계획이 있었다. 


내가 어렸을 땐 `저축하는 습관`이 강조됐는데 아이가 사는 시대엔 `자본시장을 읽는 연습`이 필요하다. 사실 그런 교육이 좀 더 일찍 일어났어야 하는데 아직도 우리나라 교육에선 이런 부분이 무시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 엄마, 아빠가 살았던 시대에는 은행 금리가 10~20%대, 심지어 40%대가 있었을 정도였으니 저축은 곧바로 재산 증식으로 이어졌다. 그러니 무조건 아끼면 부자가 됐다. 그러나 지금은 금리가 1~2%인 너무나도 다른 시대인 만큼 그에 맞는 다른 방식의 경제 교육이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 역시 지금보다 저금리면 저금리였지, 금리가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낮다. 


그러려면 주식도 투자해보고 경제 신문 등도 같이 보면서 생각을 공유하고 경제활동을 연습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연예인이 있다면 단순히 그 연예인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 연예인이 속한 엔터테인먼트회사의 주식을 사거나 어떤 장남감이 히트를 치면 그 장난감을 살 뿐 아니라 장난감을 만든 회사 주식을 사 회사의 주인이 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경제 교육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직 아이가 어른들이 보는 경제신문을 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집에서 보는 신문을 통해 몇 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얘기도 해주고 `남북 관계`에 대해서도 얘기도 해주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에게 어려워보였다. 아이가 세상을 알기에는 어른들이 보는 신문으론 안 되겠다 싶었다. 내가 실컷 설명했지만 설명하는 나 자신도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아이가 알아듣기나 할까?`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어린이 신문이었다. 어린이 신문은 일반 신문과는 달랐다. 과학, 미래, 역사, 교육 등에 대한 뉴스가 위주고 기사도 짧고 쉽게 썼다. 어린이 기자나 어린이 독자가 어떤 주제에 대해 찬성과 반대 의견을 내고 그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한 짧은 글도 있어서 좋았다. 어린이 신문에서 다루는 주제는 환경오염과 우주,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도 있고 역사에 관한 얘기도 많았다. 학생의 두발을 자유롭게 하도록 놔둘 것인지 통제해야 할 것인지, 비싼 겨울 패딩을 입고 등교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논한다. 아이의 생각을 물어보고 아이와 같은 생각을 하는 친구, 반대 의견을 내는 친구들의 생각도 읽어봤다.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이 있었던 때에는 이러한 헌재의 의견에 찬성하느냐, 마느냐 등에 대해서도 다뤄졌다. 


어린이 신문은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도 흥미를 유발하기 좋았다. 신문을 훑어보기 식으로 넘기다가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기사 한 두 개 정도를 대략적으로 읽어 보는 방식으로 했다. 신문 자체가 얇았기 때문에 시간을 많이 뺐지 않는단 점도 좋았다. 5~10분이면 하루치 신문을 보는 데 충분했다. 별로 볼 게 없는 날에는 1분 내외면 끝이 난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점은 동화책이 해주지 못한 진짜 세상에 대한 얘기들을 아이와 나눌 수 있단 점이다. 일주일에 다섯 번이나 오는 데다 그 어떤 교재보다 가격이 싸다.


내가 어린 아이에게 진짜 세상을 알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내가 어른이 됐을 때 느꼈던 배신감 때문이다. 나는 어렸을 때 자동차가 나를 치고 지나가도 내가 다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환상 속에 살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행동하는 줄 알았다. 내 기억 속 첫 대통령은 노태우였는데  대통령과 훌륭한 사람이 동의어라고 생각했을 만큼 순진했다. 나는 훌륭해야 대통령처럼 나라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 되는 줄 알았다. 내가 말하는 훌륭하다는 것은 똑똑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도덕성도 높아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따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말했다. 그러다 어른이 되고 나서 세상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너무 뼈저리게 깨달았다. 착하고 괜찮은 어른보다 그렇지 않은 어른이 더 많다는 사실에도 놀랐다. 그 괴리가 커서 당황스러웠고 오히려 절망했다. 어린 아이이기 때문에 아직은 몰라도 되는 세상은 없다. 현재 이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 알아야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그 속에서 희망도 생겨난다고 한다. 내가 아이에게 신문을 읽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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