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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야 Nov 08. 2019

영어 단어카드, 반복의 힘

제2장 `하루 공부의 힘`을 믿는다 <영어>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 단어가 갖는 힘은 상당히 크다. 한글을 처음 배우는 아이가 `엄마, 아빠, 물` 등 자기가 필요한 단어를 먼저 얘기하듯이 영어도 마찬가지다. 사실 해외여행을 하다보면 “화장실 어디있어요? where is toilet?" 이라고 말할 필요가 뭐가 있겠나. 그냥 `toilt` 또는 restroom` 한마디만 얘기하면 백이면 백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알려준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 단어 공부도 빼놓을 수 없었다. 


나는 일명 `빽빽이` 세대다. 이면지 가득 손바닥에 연필 흑심을 덕지덕지 묻혀가며 같은 단어를 반복해 적었다. 어느 날은 흑심이 옷소매까지 묻기도 했다. 나는 중, 고등학교 때까지 그렇게 해야지 영어 단어가 외워지는 줄 알았다. 사실 나는 이런 방식의 영어 공부법을 좋아하기도 했다. 내가 주입식 교육을 받아서이기도 하겠지만 나는 그 영어 단어 공부 시간을 빌미로 이어폰을 끼고 라디오나 음악을 들었다. 그 당시 선생님들은 그런 식의 영어 단어 빽빽이를 숙제로 자주 시켰다. 어떤 잘못을 했을 때 일종의 벌 성격으로 빽빽이를 시키는 선생님도 있었다. 선생님들의 그런 교육법 아래 난 정말 빽빽이를 많이 하는 만큼 영어 단어가 외워진다고 생각했다. 


그게 엄청난 착각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시간이 훌쩍 지나 20살이 넘어서 든 생각은 나는 그 때 영어 단어를 외우고 공부한 것이 아니라 음악과 라디오를 들은 것이고 내 손은 그냥 운동을 했을 뿐이란 것을 말이다. A4 용지 크기에 같은 단어를 한 1000번은 쓴 것 같은데 이상하게 시험을 보고 나면 한꺼번에 다 까먹었다. 


나는 20대 초반에 대학 편입 시험을 준비했다. 그런데 너무 뒤늦게 결정한 탓에 시험까지 석 달 밖에 남지 않았다. 2cm가 넘는 두께의 A4 크기 영어 단어 책을 석 달 내에 모조리 외워야 하는 시험이었다. 유사어, 반대어, 한 단어에도 여러 개의 뜻이 담긴 단어 등 2만개가 넘는 단어였다. 중, 고등학교 때 했던 방식의 빽빽이로는 도저히 답이 안 나왔다. 더구나 굳이 단어를 쓸 필요는 없었기 때문에 철자를 하나씩 다 암기할 필요는 없었다. 해당 단어를 보고 뜻을 알면 됐다. 해당 단어가 여러 개의 뜻을 갖고 있다면 그 뜻을 알면 되는 것이었다.  


결국 나는 눈으로 읽기를 택했다. 그냥 소설책을 보듯이 보는 것이다. 그 두꺼운 책을 한 달 만에 한 번씩만 쓰면서 보고 두 번째 볼 때는 2주, 1주, 5일, 4일, 3일 등으로 줄여나갔다. 시험을 2주 앞두고선 거의 하루에 한 권을 다 봤던 것 같다. 절대 쓰지 않았다. apple이라고 하면 에이피피엘이 등의 식으로 외우는 것이 아니다. apple이란 그림 형태로 단어를 기억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방식의 공부를 통해 편입 시험에 합격했다. 

나는 이런 영어 단어 공부법을 아이에게도 그대로 적용했다. 내가 아이에게 가르친 영어단어 공부법은 아이가 유치원이나 영어센터에서 갖다 준 영어 단어 카드를 모아뒀다가 매일 5~10분 정도 사이에 50여개의 단어를 보는 방법이었다. 영어 카드를 빠르게 넘기고 그 카드 단어를 발음해보고 뜻을 말해주고 끝이다. 뜻은 한 번만 얘기해주거나 아이가 뜻을 모르겠다는 것만 얘기해줘도 된다. 이렇게 영어 단어를 반복해서 보면 그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진다. 아이가 아는 단어는 아이 스스로 먼저 말한다. 좀 기다렸다가 아이가 바로 단어를 말하지 못하면 그냥 내가 말해주고 아이는 따라하는 방식을 취했다. 사실 테스트가 아니기 때문에 몰라도 상관없다. 지속적으로 반복해 단어를 봤다는 데 의미가 있다. 


물론 단어를 훑어보듯이 보기 때문에 처음에는 학습 속도가 느려 보이고 비슷하게 생긴 단어들끼리 혼동된다. 예컨대 dog/boy/baby 같은 아이가 보기에 비슷해 보이는 단어들은 헷갈려한다. 이는 계속 반복해서 하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한 번  보고 바로 외워지는 단어가 있는가 하면 열 번을 봤는데도 기억이 잘 안 나는 단어가 있다. 그렇다고 만날 까먹게 되는 단어만 강조해서 하다보면 기존에 빨리 알게 된 단어마저 놓친다. 잘 아는 단어와 잘 모르는 단어를 고루 매일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다보면 잘 모르는 단어를 어느 순간 기억하는 때가 온다. 그러면 그 단어는 초반에 빨리 알게 됐던 단어보다 이상하게 더 오래 기억하는 것 같았다. 이런 방식의 영어 단어 암기법은 스펠링을 하나씩 외우는 것보다 더 오랫동안 기억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


영어 공부 자체가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치 바로 앞에 시험이 있는 듯이 달달 외우는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아주 조금씩만 반복해서 한다면 알고 싶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영어 단어는 단어 카드를 통해서도 공부하지만 매일 읽는 영어책을 통해서도, 매일 듣는 영어 CD 등을 통해서도 습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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