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금이야 Nov 08. 2019

아이마다 좋아하는 영어공부법이 있다

제2장 `하루 공부의 힘`을 믿는다 <영어>

아이가 영어에 재미를 느끼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그 과정에서 아이마다 영어에 재미를 느끼는 공부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아이는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고 영어를 두려워했다. 유치원에서 또래 친구들보다 자기가 영어를 못 한다고 생각하니 당연한 일이다. 한글을 알게 되는 5살, 6살부터 영어로 된 짧은 영상을 보는 것조차 싫어했다. 이렇게 영어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를 영어 공부를 즐겁게 하게끔 만드는 것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이가 4살 때 영어에 흥미가 있다고 착각해 수 백 만 원에 달하는 책들과 DVD를 사고 유아 영어책과 연계된 방문교사를 들였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교사가 왔는데도 그 때의 나는 아이의 실력이 늘어나는 것인지, 아이가 영어 공부를 재미있어하는지 등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그냥 영어를 빨리 하게 되면 막연히 좀 낫지 않을까란 생각만 있었다. 나는 더구나 아이가 영어에 관심이 있다고 착각했다. 그런데 실상은 달랐다. 아이 수업이 이뤄지는 시간이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녀와서 내가 퇴근하기 전까지였기 때문에 나는 정작 그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한 두 번 정도 본 게 다였다. 아이한테 그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씩 가족이 아닌 사람이 와서 자기한테 장난감을 주고 이것저것 놀아주는 게 전부였던 것 같다. 또 아이는 수업을 하려고 하면 잠이 들 정도로 어렸다. 하필이면 방문교사와 약속이 돼 있던 시간에 낮잠을 잤다. 아이는 낮잠이 필요할 정도로 어린 나이였는데 나는 그조차도 파악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보충 수업도 안 됐기 때문에 돈이 아까웠다. 그렇다고 아이를 강제로 깨워서 수업을 받게 할 수는 없었다. 1년을 못 채우고 그만뒀다. 수 백 만원을 주고 사들인 유아 영어책과 DVD에는 먼지가 쌓여갔다. 가끔 책이나 DVD를 보여주긴 했지만 정말 말 그대로 가끔만 보여주다 보니 이렇게 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한글도 못 뗀 아이한테 무슨 영어인가를 핑계거리로 삼았다. 


그러다 영어 공부를 시켜줘야겠다고 느꼈을 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아이가 영어에 어떻게 흥미를 느끼게 할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같은 영어를 배우더라도 아이마다 흥미를 느끼는 도구가 다르다. 어떤 아이는 책으로 접할 때 좋아하고 또 어떤 아이는 영상으로 접할 때 좋아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춤을 추며 노래할 때 가장 좋아한다. 그러나 우리 아이는 이런 방법들이 별로 통하지 않았다. 내가 샀던 유아 DVD는 노래를 통해 아이가 영어를 배우는 데 아주 유용한 자료였다. DVD는 노래를 하면서 춤을 추는 아이들이 나오기 때문에 아이가 따라하면서 흥미를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아이한테는 안 통했다. 우리 아이는 그냥 보기만 했을 뿐 춤을 추며 따라하진 않았다. 

일단 아이는 유치원 참관수업에서 봤듯이 다른 아이보다 영어를 못 한다는 것에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낮았다. 또 한글을 다 아는 상태이기 때문에 굳이 영어로 말하는 동영상이나 영화를 보면서 영어를 공부해야 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오히려 아이는 영어는 자기가 잘 못하는 부분인데 왜 자꾸 엄마는 영어 DVD를 보라고 강요하는지 모르겠단 눈치였다. 


그러다 아이가 영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생겼다. 7살 아이가 다니던 유치원에서 가을부터 영어뮤지컬을 연습하게 된 것이다. 유치원에선 아이들에게 각각의 역할을 주고 짧은 대사와 노래, 춤 등을 외우고 연습하게 했다. 12월에 부모 초청 영어뮤지컬 공연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아이가 했던 영어뮤지컬은 `겨울왕국`이었다. 아이는 걱정을 하며 자기는 `얼음`을 하고 싶다고 했다. 얼음은 대사가 없고 가만히 있어도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정도로 아이는 영어에 부담을 느꼈다. 얼음이란 배역 자체도 없었는데 겨울왕국 영화만 보고 얼음이 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영어뮤지컬에서 맡은 역할은 `안나`였다. 웬 주인공인가 싶었다. 그러나 실상은 안나만 10명이었다. 안나의 대사를 쪼개서 배분해 아이들이 한 마디 이상씩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아이의 대사는 두 마디였다. 그래도 걱정이 됐다. 아이가 공연 때까지 대사를 다 외울 수 있을까. 더구나 대사 외에 영어 노래를 부르면서 율동도 해야 했다. 노래 가사는 아이가 해야 할 두 마디의 대사보다 훨씬 길었다. 그래서 나는 자주 뮤지컬 CD를 들려줬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것 밖에 없었다. 


그런데 나로선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공연 날짜가 다가올수록 아이는 자기 대사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아이들의 대사까지 모조리 외웠다. 노래 역시 다 외워 매일 따라 불렀다. 공연을 몇 주 앞두고선 “엄마, 나 대사가 더 많았으면 좋겠어. 나 영어 잘 하고 싶어”라고도 했다. 아이는 영어뮤지컬을 연습하면서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어든 것 같았다. 주말이나 짬이 날 때마다 영어뮤지컬 CD를 틀어달라고 하더니 혼자 노래를 하면서 율동을 연습했다. 두 달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아이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뮤지컬 역시 내가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더 성공리에 마쳤다. 


영어뮤지컬을 하면서 아이는 확실히 영어에 흥미를 느낀 것 같았다. 영어 노래를 부르고 자기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의 대사를 따라하면서 자신감도 키웠다. 생각해보면 아이는 `무대 놀이` 같은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집에 굴러다니는 장난감 라디오가 있었는데 그 라디오는 버튼만 누르면 간단한 영어 노래가 나온다. 그것을 틀어놓고 거울을 보면서 혼자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나와 남편을 앉혀놓고 “신사숙녀 여러분, 지금부터 연극이 시작됩니다”라는 식의 멘트를 날리면서 노는 것을 좋아했다. 


아이는 영어뮤지컬이 끝난 다음 날, 유치원 선생님을 찾아가 “선생님, 또 뮤지컬을 하고 싶어요”라고 했다가 선생님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아이 입장에서야 뮤지컬을 하면서 신이 났겠지만 선생님은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닌 중노동이었을 테니 말이다. 어쨌든 영어뮤지컬은 아이에게 잘 맞는 영어 공부 방식이었던 만큼 영어뮤지컬을 꾸준히 할 수 있다면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줄고 영어를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영어를 싫어하더라도 영어를 담는 도구가 달라지면 아이는 영어를 공부가 아니라 놀이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 영어를 싫어한다면 영어를 담는 도구, 전달 방법을 바꿔보는 것이 좋다. 한 번의 즐거운 경험이 영어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집착적으로 틀어놓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