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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야 Nov 08. 2019

연산은 반드시 필요하다

제2장 `하루 공부의 힘`을 믿는다 <수학>

내가 초등학교를 다녔던 시절엔 수학은 연산이 전부였다.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등을 누가 더 빨리 정확하게 하느냐가 중요했다. 숫자들이 나열된 연산을 기계적으로 풀어내는 일이다.   


그러나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이 `창의융합형` 인재를 길러내겠다고 바뀌면서 교과서가 달라졌다. 일단 수학 문제가 길어졌다. 문장을 읽고 연산식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그 연산을 푸는 방식이다. 심지어 어떻게 풀었는지 풀이과정을 쓰라는 문제도 나온다. 수학 문제를 낸다고 할 때 옛날 같으면 20문제를 내고도 남았을 공간에 10문제도 채 문제를 만들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수학에 대한 교육방식도 달라졌다. 연산보다는 수적 개념 등을 파악하는 게 강조됐다. 사고력 수학 학원 등도 유행처럼 생겼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요즘 아이들은 연산보다는 문제 유형에 익숙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연산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초등학생, 중학생 대상으로 학원을 운영하는 지인은 요즘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이 기본적인 구구단도 헷갈려한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정답을 도출하기까지 어려움이 많고 정답을 맞힌다고 해도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쉬운 문제도 어렵게 만들어 푼다는 얘기다. 


아무리 수학 문제가 국어와 결합해 문장에 대한 이해력이 중요해졌다고 해도 연산은 일종의 약속이고 기술이다. 수학의 근본은 이 기술을 이해하는 데 있다. 연산 단계에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거나 더하기, 빼기 등의 기술이 어렵게만 느껴진다면 과연 수학을 이해했다고 할 수 있을까.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은 몇몇의 공식을 알아야만 풀어낼 수 있게 된다. 왜 파이가 3.14인지는 수학자들의 몫이다. 피타고라스의 정리 역시 왜 그런지는 수학자들이 풀어내야 할 과제다. 아이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공식을 적용해야 할지를 파악하고 그 공식대로 풀어내는 일을 해야 한다. 연산을 무시하고 수학 공부를 해나가는 것은 어렵다는 얘기다. 


특히 모든 연산의 기본인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는 차례대로 꾸준히 반복해 학습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흥미를 느끼는 방법은 `동그라미를 받는 맛`이다. 선행학습으로 진도를 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느끼기에 좀 더 쉬운 수준에서 문제를 맞히는 맛이다. 어떤 학원에서는 아이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를 먼저 풀리라고 했다고 한다.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거부반응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수학을 포기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해서 어려운 문제로 접근해야지, 무턱대고 어려운 문제를 풀게 되면 `수학은 어려운 것이구나`하면서 오히려 더 큰 거부감을 만들게 된다. 충분히 풀 수 있는 쉬운 문제까지 쳐다 보기 싫게 된다. 


나는 어렸을 때 수학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나에게 있어 수학의 특장점은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면서 문제를 풀고 공부할 수 있는 유일한 과목이라는 것에 있었다. 내가 공부하던 시절에 수학은 오로지 연산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연습장 빼곡히 공식을 대입해 숫자를 채워나가는, 일종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었다. 


아무리 `창의융합` 교육 과정이라고 해도 나는 이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연산을 하는 것은 수학의 기초체력을 쌓는 것이다. 더하기, 빼기가 안 되고서 곱하기, 나누기를 할 수 없다. 그래서 더하기, 빼기의 아주 기초적인 과정을 충분히 넉넉히 반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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