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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야 Nov 08. 2019

손가락 수학 `하이파이` 기법

제2장 `하루 공부의 힘`을 믿는다 <수학>

1부터 20까지도 제대로 못 세고 아이는 7살에 사립유치원에 들어가 처음 보는 방식의 숫자 세기를 반복해서 교육받았다. 새로운 방식의 숫자 세기를 배워온 아이는 그런 숫자 세기를 통해 연산을 했다. 바로 `하이파이` 기법이었다. 내가 이해한 하이파이 기법은 더하기 영역에서 아주 유효한 방식이었다. 


기본적으로 손가락은 10개이고, 발가락까지 동원해봤자 20개에 불과한데 하이파이 방식을 활용하면 손가락 10개로 99까지 셀 수 있다. 오른쪽 손은 일의 자리 숫자를 나타내고 왼쪽 손은 십의 자리 숫자를 나타낸다. 


일단 어렸을 때 엄지손가락부터 시작해 `1`이라고 세던 방식을 아예 잊어버려야 한다. 오른쪽 손가락 검지가 1, 중지가 2, 약지가 3, 새끼가 4가 됐고 엄지는 5가 된다. 엄지와 검지를 동시에 펴면 6, 엄지와 검지, 중지를 펴면 7, 엄지와 검지, 중지, 약지를 펴면 8, 엄지, 검지, 중지, 약지, 새끼까지 펴면 9가 된다. 그렇다면 10은? 10은 왼쪽 손가락 검지가 10이다. 11은 왼쪽 손가락 검지와 오른쪽 손가락 검지 하나씩을 편다. 일반적인 숫자 세기는 손가락을 모두 편 상태에서 하나씩 접어가며 셌지만 하이파이 기법은 책상 위에 손가락을 올리고 피아노 건반을 치는 것처럼 필요한 손가락을 펴면서 숫자를 세는 방식이다. 이러한 하이파이 기법을 이용해 손가락 더하기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손가락으로 숫자 세기가 자유자재로 돼야 한다. 아이는 한 달 넘게 손가락으로 숫자만 셌던 것 같다. 예컨대 99, 25, 47 등 갑자기 어떤 숫자를 얘기하더라도 손가락으로 그 모양을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이 돼야 덧셈으로 넘어갈 수 있다. 


나는 처음 보는 숫자 세기 방식에 `이게 뭐지?` 싶었다. 그러나 아이는 이런 방식을 통해 생각보다 쉽게 더하기 연산을 해냈다. 나는 아이를 통해 하이파이 숫자 세기와 더하기를 배웠다. 아이가 이해한 방식으로 더하기 등의 연산법을 접근해야 했기 때문에 나도 아이가 사용하는 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하이파이 방식은 더하기에서 굉장히 효과적이다. `23+5`라는 더하기를 푼다고 생각하자. 손가락으로 23을 만든다. 23은 십의 자리인 왼손과 일의 자리 오른손이 모두 필요하다. 20은 왼손 검지와 중지를 펴서 만들고 3은 오른쪽으로 검지, 중지, 약지를 사용해서 표현한다. 23을 손가락으로 만들었으면 여기서부터 5를 세어나가면 된다. 순서대로 손가락을 사용해 하나씩 세어나가면 손가락 모양이 28이 된다. 답은 28임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물론 전제 조건은 아까도 말했듯이 손가락으로  자유자재로 숫자를 셀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방식의 연산법이 좋은 이유는 `받아올림 연산`도 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35+7`의 경우 일의 자리끼리 더하면 12가 되기 때문에 12에서 10만큼을 30과 더해줘야 한다. 그러나 하이파이는 35를 손가락으로 만든 후 7만큼 숫자를 세어주는 방식으로 풀기 때문에 이런 설명이 필요 없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때론 실수를 불러오기도 했다. 큰 숫자를 더할 경우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는 과정에서 실수가 생기기 때문이다. 예컨대 8을 더해줘야 하는데 7이나 9를 더하면서 발생하는 실수다. 나는 그래서 `35+7` 같은 문제의 경우 35에서 7을 더하기보다 일의 자리 숫자인 5와 7을 더해주고 십의 자리에서 하나를 더 더해주는 방식으로 풀라고 유도했다. 이렇게 풀 경우 실수를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하이파이 기법을 이용해 더하기 뿐 아니라 빼기도 가능했다. 그런데 아이는 하이파이 방식의 더하기는 쉬워했지만 빼기는 어려워했다. 하이파이 방식으로 빼기를 학습하는 것은 빼기를 더하기로 전환해 더하는 방식으로 풀 거나 손가락이 거꾸로 세워져야 하는데 더하기, 빼기를 왔다갔다하다보면 헷갈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하이파이 방식은 더하기를 하는 데까지만 활용하기로 했다. 


하이파이 기법이 갖는 한계가 있지만 아이는 하이파이 기법을 통한 숫자 셈에 흥미를 느끼는 듯 했다. 독특한 숫자 세기와 쉬운 더하기가 흥미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학습이 충분히 이뤄진 후에는 더하기 할 때 손가락은 필요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 아이는 암산으로 척척 더하기를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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