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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야 Nov 08. 2019

`10 만들기`로 가르치는 빼기

제2장 `하루 공부의 힘`을 믿는다 <수학>

아이는 하이파이 기법으로 더하기를 쉽게 해냈다. 문제를 맞혀 동그라미 개수가 많아질수록 아이의 만족감도 높았다. 물론 가끔 문제를 헷갈려했지만 이는 꾸준함으로 극복 가능하다. 그러나 아이는 빼기에 대해선 겁을 냈다. 하이파이 수학은 더하기에선 효과적이었지만 빼기는 쉽지 않았다. 빼기를 더하기로 전환해 푼다고 해도 빼기에 대한 개념을 익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빼기를 어떻게 가르쳐줘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문제는 작은 수에서 큰 수를 빼는 받아내림 빼기였다. 13에서 5를 뺀다고 치자. 과자 13개를 놓고 5개를 먹어치우고 그 다음에 몇 개 남는가를 셀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루에 50문제 이상의 연산을 푸는 상황에서 이 방법은 너무 오래 걸렸다. `거꾸로 13을 답으로 놓고 5에서 어떤 수를 더했더니 13이 나왔대`라는 식으로 뺄셈을 덧셈의 원리를 이용해 가르쳐봤다. 이 역시 쉽지 않았다. 어차피 13에서 5를 빼야 한다. 


나는 주변에 조언을 구했다. 이공계 출신인 내 동생은 자기만의 빼기법이 있었다. 일의 자리 숫자를 0으로 만든 것이다. 내가 들었던 방식 중 가장 이해하기 쉬워보였다. 13에서 5를 뺀다고 하자. 일단 둘 다 3을 빼주는 것이다. 13에서도 3을 빼주고 5에서도 3을 빼준다. 그러면 10에서 2를 빼는 것과 같게 된다. 그 다음에는 손가락 10개를 펴서 2를 빼는 식이다. 33에서 5를 빼는 방식도 똑같다. 33과 5 모두 각각 3씩 빼준다. 그러면 30에서 2를 빼는 것과 같은 값이 된다. 십의 자리 숫자에서 10을 빌려와 2만큼 빼주니 일단 일의 자리 숫자는 8이 된다. 십의 자리 숫자는 10을 빌려줬으니 30이 아니라 20이 된다. 그러면 28이 답이 되는 식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아이가 어려워하고 계속해서 헷갈려했다. 하나의 빼기를 위해 아이는 세 번의 빼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빼기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아이로선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앞에 있는 일의 자리 숫자에선 빼기를 하는데 뒤에 있는 일의 자리 숫자에선 빼기를 안 하고 문제에 접근한다든지 계속 실수가 반복됐다. 오히려 빼기에 거부감만 커졌다. 더하기는 하이파이 기법으로 쉽게 계산되는 반면 빼기는 여러 번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귀찮아했다. 


아이가 빼기를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 아이가 매일 풀던 문제집에선 `10 만들기` 방식을 활용했다. 빼기에서 10을 만드는 숫자 짝꿍을 찾는 방식은 생각보다 아주 유용했다. 1의 짝꿍은 9, 2의 짝꿍은 8, 3의 짝꿍은 7, 4의 짝꿍은 6, 5의 짝꿍은 5가 된다. 굳이 암기할 필요는 없다. 계속 반복하다보면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예컨대 36에서 7을 뺀다고 하자. 먼저 36에서 10을 빼준다. 그리고 7의 짝꿍, 3을 더해준다. 이런 방식은 십의 자리에 있는 10을 일의 자리에 꿔준다는 개념을 쉽게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일단 36에서 10을 빼면 26이고, 26에서 3을 더하면 29가 정답으로 도출된다. 7만큼 빼주기로 했는데 10이나 빼줬으니 7과 10의 차이인 3만큼을 더해주는 원리다. 우리 아이에겐 이런 방식의 뺄셈법이 가장 먹혀들었다. 중간에 더하기 방식이 들어가니 더하기에 자신이 있었던 아이의 부담도 줄었다. 


이 방식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이는 36에서 5를 뺄 때도 이 방식을 차용했다. 36에서 먼저 10을 빼 26을 만든 후 5를 더해주는 식이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복잡하게 연산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말라고 권했다. 일의 자리 숫자를 보고 큰 수에서 작은 수를 빼는 것인지, 작은 수에서 큰 수를 빼는 것인지를 먼저 살펴본 후에 연산 방식을 결정하라고 했다. 


나는 더하기는 물론이고 빼기를 하는 데 있어서도 손가락을 마구 사용하도록 했다. 일부에선 손가락을 사용해 더하기나 빼기를 하면 안 되는 것처럼 인식이 돼 있다. 나는 그 인식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암산은 급하지 않다. 오히려 더하기나 빼기가 아주 익숙해지면 손가락을 사용할 필요 없이 암산으로 될 것이다. 실제로 우리 아이의 경우 더하기, 빼기 등을 1년 넘게 반복하니 손가락을 사용해 숫자를 더하거나 빼지 않아도 됐다. 가끔은 암기로 풀기도 했다. 반복하다보면 본인이 저절로 터득하게 된다. 어른들도 더하기 빼기 공부를 반복해서 하지 않지만 필요한 때가 되면 웬만한 더하기나 빼기는 충분히 암산으로 가능하지 않던가. 아이에게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 더하기 빼기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는 손가락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기구를 활용해 연산에 익숙해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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