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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야 Nov 08. 2019

선행학습의 맹점

제2장 `하루 공부의 힘`을 믿는다 <수학>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전, `교육 1번가`로 불리는 서울 대치동에선 7살 아이들이 초등학교 3학년 수학 문제를 풀고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시 우리 아이는 1부터 20까지도 제대로 못 셌을 뿐 아니라 빼기를 하는 것도 헷갈려했다. 손가락을 겨우 펴고 하나둘씩 접는 수준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에도 손가락으로 더듬더듬 더하기 빼기를 하는 수준은 계속됐다. 물론 나는 그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아이는 말 그대로 그 나이에 맞는 아주 보통의 아이다. 그런데 어떤 특별한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수학문제를 풀 수 있을까. 초등학교 3학년 문제는 풀면서 초등학교 1학년이 배우는 더하기 빼기는 잘 하고 있을까. 


통상 선행학습을 한다고 하면 그 전 단계의 수학은 아이가 완벽하게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상당하다. 곱하기는 하는데 더하기 빼기는 못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도 생기게 된다. 교육열이 엄청난 엄마들은 장거리 운전으로 대치동 학원에 아이를 보낸다. 선행학습을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아이는 정작 자기가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은 알지 못한다. 지금 배우는 단계의 수학을 숙지하는 것이 먼저 해야 할 일처럼 보이지만 `선행학습`에만 매몰돼 있어 엄마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아이는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도 제대로 모르지만 엄마의 눈치를 보며 학원에 다니면서 언니, 오빠들이 하는 수학 문제를 푼다. 막연하게 선행학습을 했으니 다른 아이보다 수학을 더 잘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쉽다. 하지만 지금 배우는 수학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이의 적나라한 현실이다.


수학처럼 기초가 튼튼해야 하는 과목이 없을 것인데 수학처럼 선행학습에 열을 올리는 과목도 없을 것이다. 수학은 개념을 익히고 계산법이란 기술을 익히는 과정이다. 개념을 익혀도 계산법이란 기술은 반복을 통해서만 익힐 수 있다. 반복하지 않으면 금방 까먹는다. 특히 아이는 더욱 더 그렇다. 


우리 아이는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를 빼거나 더하는 것을 수 개월간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작은 수에서 큰 수를 빼거나 더해서 십이 넘어가는 받아내림, 받아올림 등도 척척 해냈다. 그러다 다시 2 더하기 3 같은 더 쉬운 문제를 풀게 됐는데 아이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 난감해했다. 손가락을 사용해 2 더하기 3을 해내긴 했지만 나로선 충격적이었다.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를 자유자재로 더하기 빼기 할 수 있는 아이가 한 자릿 수 더하기와 빼기를 헷갈려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됐다. 이래서 선행이 필요 없다고 하는 것인가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아이는 반복해서 하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리는 구나라는 생각이 강했다. 엄마 입장에선 `한 달 전에도 했었는데 왜 못 풀어?`라고 생각하며 답답하기 쉽지만 아이 입장에선 `내가 언제..` 이런 말이 나오는 황당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아이가 배우는 학습 과정 6개월 이내에서 예습과 복습을 반복하는 것이 선행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너무 과도하게 선행을 하게 되면 가장 중요한 기초마저 놓치고 만다. 반복해서 개념을 익히고 문제를 푸는 것이 중요하다. 수학은 선행보다 반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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