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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이야 Nov 08. 2019

남편이자 아빠, 적인가 동지인가

제4장 “사실 엄마도 정답이 뭔지 잘 몰라”

아이에게 매일 공부를 시키겠다고 마음먹은 후에 가장 큰 적은 남편이었다. 아이 교육에 있어서 `아빠의 무관심`이 중요하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가끔 남편은 남 일처럼 저 멀리서 훈수나 두거나 `애가 무슨 고3이냐`는 황당한 소리나 해댔다. 그러면서도 `아이 친구 엄마들하고 친해져서 아이를 친구와 놀게 좀 해주고..정보도 얻고...`라는 말을 서슴없이 해댔다. 나 혼자 이걸 다?


나는 남편에게 내가 너무 힘들고 바쁠 때는 아이에게 공부를 가르치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내가 아이와 어떻게 공부를 하는지 시연하기도 했다. 그런데 남편은 전반적으로 `나는 관심 없음`을 얼굴에 써 붙이고 있었다. 남편은 내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헬스장을 가는 것까지는 동의했다. 그리고 내가 헬스장 가 있는 동안 자신이 아이에게 공부를 가르친다고도 했다. 그런데 막상 공부를 가르치는 날이 되면 딴소리를 해댔다. “오늘만 안 하면 안 돼?, 왜 만날 꼭 해야 돼?” 


아이가 커갈수록 아빠와 엄마의 교육관이 일치해야 한다. 일단 엄마인 내가 홀로 아이 교육의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것은 상당히 괴롭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특히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정식 학부모가 되면서 나는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남편은 `아이가 잘 되면 본전이고 못 되면 내 탓`이라는 듯 팔짱 끼고 보는 심판자 같았다. 아이가 공부를 하는 데 있어 갈등이 있으면 “공부로 왜 아이한테 스트레스를 주느냐”고 하면서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뭘 모르거나 자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잘 못하는 것 같으면 그동안 뭘 했느냐는 눈초리였다. 아이와 엄마의 공부 갈등은 보기 싫으면서도 내심 아이가 공부를 잘 했으면 하는 마음은 갖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런 갈등 속에서도 아이 공부를 1년 넘게 꾸준히 시켰다. 아이와의 공부는 완전히 정착했고 나와 아이 모두 이런 생활 습관에 익숙해졌다. 갈등도 크게 줄었다. 그제야 남편은 나의 노력과 아이의 공부를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특히 남편이 육아휴직을 내면서 아이 공부가 본인 몫으로 가자 남편과 나의 교육을 둘러싼 갈등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부모의 교육관이 일치하지 않으면 아이는 계속해서 혼란을 느끼게 된다. 공부하는 일이 때론 지겹고 하기 싫을 때도 있는데 엄마는 “그래도 참고 해보자”라고 하고 아빠는 “하기 싫으면 하지마”라고 한다. 그 속에서 아이가 얼마나 갈등할까. 남편은 아이 교육에 있어서 적이 될 수도 있지만 동지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반드시 남편을 적이 아닌 동지로 만들어야 한다. 남편이 직접적으로 아이 교육에 관여하지 않아도 아이 교육과 관련된 문제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그 자체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다. 공부가 하고 싶을 때도 있고 하기 싫을 때도 있지만 이런 지난한 과정들을 극복하는 전제조건은 안정감일 것이다. 그래서 부모가 일치된 교육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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