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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서 최악이야

by 지금이야

내가 하는 역할이 여럿있는데.. 직장인 딸 아내 대학원생 ..그중에서도 나는 엄마로서 최악이다.


아이가 중1이 되면서 아이에 대한 공부 개입 등 모든 것을 내려놓자고 다짐했지만 안 된다. 그 아이의 마음도 나 같은 엄마 밑에서 지옥이겠지만 내 마음도 지옥이다.


아이는 중1이 되고나서 내 말 끝에 항상 "내가 알아서 할게"를 반복해왔다. 지각 습관 숙제도 때론 안 해가고.. 속이 터질 거 같은데 개입 조차 불가했다. 반복되는 행동에 미쳐가는 것은 내 맘이다.


겉으로 보이는 아이는 성실하다. 굳이 따지면.. 도서관도 매일 간다. 영어학원도 6학년말에 끊고 6개월 혼자 공부하더니 가겠다고 한다. 레벨테스트를 직접 보겠다는 아이가 기특하면서도 아이에 대한 믿음 자체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면서도 마은 한켠에선 기대를 하는 것인지 아이를 믿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인지 매번 보는 영어학원 단어 시험 하나에도 마음이 지옥을 오간다.


나는 아이를 믿지 못한다. 반복되는 지각.. 불성실한 숙제.. 내려놔야 한다. 자기가 깨닫고 자기가 스스로 해결할 힘이 있어야 한다고 한편으론 생각하면서도 감정 조절이 안 된다.


나는 내 날뛰는 마음에 우는 일이 잦다. 미친년 같다. 정신과에 가야 하나.


나는 아이한테 따듯한 엄마가 아니다. 나는 왜 이런 엄마인가 싶은 생각에 또 눈물이 난다. 괴롭다. 드 망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미친 생각도 하게 된다. 자식 일이 이런 것인가. 내 개인적으로 분명히 좋고 자랑스러운 일들이 있는데 이상하게도 하나도 기쁘지가 않다. 자식 일에 내 모든 게 무너지는 기분이 든다.


문제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믿어주는 만큼 자식이 성장하는 게 정말 맞을까.. 가만히 두면 더더 바닥으로 갈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 자식을 내가 믿지 못하겠다. 정말 너무 힘든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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