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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잘한것이 있다면

책이 나에게 준 세가지 선물

by 정희정

책은 나에게 변화를 꿈꾸게 해 주었다. 안개 처럼 뿌옇던 나의 내면을 들여다 보게 해주었고, 컴컴한 터널 속 같던 나의 모습을 일깨우게 해 주었다. 마음과 마음을 연결해주었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었다.


언제부터 인지는 모르겠다. 언제부턴가 내 곁에 항상 책이 있었다. 책을 통해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주변 환경, 가족들의 변화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독서는 내공이 깊은 저자들과의 만남이다.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지만 직접 만나서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에 책을 통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나 삶의 재료를 얻기도 하고 기운을 받는다. 운동을 하면 근육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책 읽는 사람은 마음의 근육이 단련되어서 어려움이나 고비가 닥쳐도 이겨낼 수 있다.


내 삶에 있어서 책은 무엇일까? 앞이 깜깜한 터널처럼 막막하던 시기가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속에 길이 있다고 믿고, 한발자국 한발자국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책 속에서 나에게 말을 건네었다. 아니야, 네가 할 수 있는 게 있어. 한번 해봐.


그때부터 세 가지를 하기 시작했다. 웃는 것, 감사하기, 책 읽기.

나는 책을 볼 수 있는 손과 눈이 있고, 생각할 수 있는 머리가 있다. 웃을 수 있는 아름다운 입과 미소가 있으며 나의 일상에 하루하루 햇빛이 비추듯 감사할 것들이 있었다. 그렇게 감사일기를 시작하였고, 내가 가진게 이렇게 많았구나 큰 마음을 지닐 수있게 되었다.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치운 적이 있었다. 불편하게 생긴 기다란 협탁과 시커멓게 크기만 한 텔레비젼. 볼 때마다 불편했다. 내 마음속의 잡초를 뽑아내듯, 거대한 상징과도 같은 그것을 뱉어버렸다. 초등학생이 된 딸아이만이 즐겨보던 만화가 있었다. 하지만 그 뿐.. 텔레비젼은 나에게 그리고 우리가족에게 큰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지 몇 달이 지나가고, 뱉어내기 쉽지 않았다. 아이를 설득하고, 긴긴 설득과 A4용지 빡빡히 써내려간 이유들을 작성한 끝에 남편의 오케이를 받아낼 수 있었다. 흔쾌히 오케이 한건 아니었고, 미심쩍은 오케이 였지만 더이상 큰 반항은 잠재웠기에 당장 실천에 옮겼다. 그렇게 거실과 안방, 우리집에 텔레비젼은 사라졌다. 대신 책장과 책들, 그리고 쇼파가 자리하게 되었다. 딸아이의 숙제나 검색, 그리고 나의 글쓰기 등의 작업을 위해 컴퓨터를 대신 거실의 한 공간을 차지하게 되었다.


내가 제일 잘 한것이 있다면 잠자기전 언제나 딸아이에게 책을 읽어준 것이다. 정말 너무 피곤한 날은 딸아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네가 읽어주면 안되겠니? 물어보고 또 어느날은 정말 순식간에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게 읽다가 잠든 적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나날들은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함께 보고, 읽어주며 아이는 잠이 들었다. 엄마 목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하고, 하루종일 속상한 일이 있어도 책 읽어주는 엄마의 목소리로 힐링하게 되기를 바라며 꾸준히 읽어주었다.


침대에 눕기만 하면 엄마가 재미있는 책을 읽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정해진 시간에 잠드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밤마다 책을 통해 엄마와 아이가 대화하는 습관을 갖게 되면, 아이가 성장하면서 서로 마주할 기회가 적어지더라도 얼굴을 마주하고, 조용히 대화나누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엄마와 아이의 신뢰가 침대머리맡에서 만들어지는 셈이니, 훗날 딸아이가 커서 지금의 이시간을 떠올리고 힘든 나날을 잘 견뎌낼 것이라 믿는다.


둘째아이를 출산하고 엄마는 늘 갓나아기를 돌보아야 했다. 더욱 서운하고, 말은 못하지만 두려운 감정을 느꼈을 첫째 딸아이를 위해 책읽어주기를 꾸준히 하였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시간, 그리고 사랑을 먹이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는 많은 부모들이 책을 읽어준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초등학교를 들어가고 글을 알면서 부터는 책 읽어주기를 멈추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 부모 중 한 사람이었고, 책을 통해 바로 잡았다.

13세까지는 즉 중학교들어갈때까지는 꾸준히 책을 읽어주세요 이 말을 접하는 순간 머리에 쿵 하는 충격을 받게 되었다. 아이의 읽기능력과 이해하는 능력을 13세 정도가 되어야 나란히 맞춰진다고 한다. 글자를 아는 것과 이 글자가 무엇을 의미하는 이해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말이다. 아이에게 글을 읽어주면서도 간혹 어려운 용어가 나오면 나도 이게 무슨말이지?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다행히 어린이용 그림책은 부연설명이 있는 경우도 많아서 아 이런 말이구나 깨달으며 읽어준다.


이렇듯 어른인 나 조차도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 글자가 많은데 하물며 아이들은 어떻겠는가? 무엇보다 특히 잠자기전 시간은 아이와 엄마에게, 또한 아빠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밥을 먹이는 것만이 사랑이 아니다. 아이에게 책사랑을 먹여보자!


1. 책 읽어주기의 기적, 사랑을 먹이는 시간


딸아이에게 한 가지 도전과제를 주었다. 책을 읽어주는 시간은 엄마인 내가 하면서 주로 듣는 입장이었던 딸아이를 위해 이제는 직접 읽을 책을 고르고, 하루에 한권씩 읽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아직 글밥이 많은 책이 부담스럽다면 엄마가 옆에서 도와줄테니, 하루에 한권씩 책읽는 습관을 들여보기로 하였고, 말 나온김에 당장 A4용지에 1부터 30까지의 숫자를 적고 읽은 날에 최고예요! 칭찬 스티커를 붙이기로 했다. 그냥 읽는 다면 하다가 중간에 포기할 것이 분명하므로, 딸아이가 가장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그것을 30일의 보상으로 결정했다.

딸아이에게 평생의 친구는 책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싶었고, 책은 재미있는 친구라는 것을 그리고 늘 곁에 두어도 좋은 것이라는 의미를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앞으로 아이의 책읽기 도전은 계속 될 것이며, 지켜보고 싶다.


2. 책은 정리이다. 비움이다.

최근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이고 붐이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점점 늘어나던 장난감, 옷들이 넘치던 무렵 책을 읽으면서 하나하나 실천하고 비워나가기 시작했다. 정리정돈. 말은 쉬워보이지만 실천이 정말 쉽지 않다. 버리고 제자리에 두라는 말이다. 물건을 하나를 사면 하나는 버려야 하고 각각의 물건들의 제자리를 정해두자는 것이 정리정돈의 진정한 의미이다.

특히 책에서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 사는 것을 내 인생의 기준으로 삼게 되었다. 즉 함부로 사지 않는다. 그리고 육아용품, 장난감, 옷 등을 키플과 같은 업체로 보면서 일일이 지역카페에 드림으로 올리는 것보다 한결 정리하기가 수월하고, 또 내가 필요한 용품이나 옷 등을 해당 홈페이지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서 더욱 좋다.

물건이나 옷을 사더라도 산다는 개념보다는 빌리다는 개념으로 구입하면 어떨까? 아이들은 크고 옷은 잘 입히고 또 필요한 연령대에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것이야말로 재활용의 기본이념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을 통해 비움을 실천하고, 살림살이를 정리하는 것은 내 인생을 정리정돈하는 것과 비슷하다. 집안도 마음과 비슷하다. 방심하면 잡동사니들이 나의 공간을 침범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마음의 잡초를 제거하듯 집안도 나의 공간도 비우는 것을 습관화해야 한다. 정리정돈을 하면서 다양한 것들을 깨닫게 되는데 마음에 여유가 생겨나고,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눈에 띄게 되어 집중도를 높여주게 된다.

내 주변이 정리되면, 주변환경이 제자리를 찾는 다는 것은 나의 인생, 나의 일도 제자리를 찾고, 만족하는 삶을 사는 단계에 왔음을 의미한다. 많이 가지는 삶 보다는 정말 나에게 또는 우리가족에게 꼭 필요한 물건으로 갖추는 삶이야 말로 삶의 만족도를 높이게 되는 것이다. 정해진 자리에 있고 집중도를 높이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남은 시간을 나 자신을 위해서나 가족들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정리는 또한 나의 공간, 시간 뿐만 아니라 나의 인맥관계에 있어서도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나에게 중요한 사람에게는 더욱 집중해서 잘해주고,그렇지 않은 사람은 정리하게 되었다.


책은 주로 도서관에서 빌려보거나, 중고서점, 인터넷 서점을 이용한다. 특히 구입하고 소장할 만한 책과 그외의 책으로 구분하여 정해진 책장을 벗어나는 경우 정리하여 중고서점에 팔기도 한다. 버릴 것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남길 것을 골라야 한다. 정리하는 이유는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한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3. 엄마를 바꾸는 힘, 평생 독서

우리부부는 갈등도 많았고, 육아를 하면서 다른 가치관으로 인해 다툼도 많이 겪었다. 이 사람은 왜 이러지? 정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보이고, 하나하나의 말들이 그에게는 비수가 되어 꽂혔다. 이혼얘기도 오갔었고, 이혼서류도 접수한 적이 있는 우리로서 지금의 우리는 참 많은 변화를 겪은 것 같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겪는 오해와 갈등 들로 서로를 아프게 하였고, 특히 스킨십이 싫었던 나였기에 밤늦게 술마시고 오는 남편이 싫은 적도 있었다. 첫째 딸아이를 키우면서 나의 관심은 오로지 아이에게 있었던 것이 분명했고, 그로인해 남편을 점점 멀리하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건 우리 부부사이였고, 그를 변화시키기 보다 내 마음을 나를 조금씩 변화시켜 보기로 했다. 부부사이, 결혼, 남녀사이 등등의 책들을 보기 시작했고, 왜 이 남자는 이렇게 행동할까? 나 스스로 의기소침해지고, 자신감이 없어지고 그사람 탓만을 하던 나였기에 나의 모습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남편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무엇때문에 남편의 말투, 어투, 행동으로 내기분이 들쭉날쭉한지, 나의 어떤면 때문에 남편이 그토록 화를 냈던 것인지 관찰하기 시작했다.


대화의 내용보다는 말투에 그 해답이 있었고, 내가 바라는 것이 있거나 바뀌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던 것들을 명령이나 지시하는 말투대신 부탁하거나 건의하는 식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대방을 탓하는 말투대신 이것 때문에 이런 상황이라 나의 감정이나 마음을 어떠했는 지 말하려고 조금씩 시도해보았다.

알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것들을 조금씩 연습하고 있는 단계이지만, 조금씩 남편도 마음을 열고 있는것이 눈에 보여 우리의 방황이 결코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갈등과 고민이 없었다면 가족의 소중함을 모르지 않았을 까 생각한다. 결혼생활을 유지하기에 부부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걸


얼마전까지 나는 쉽게 마음의 상처를 받고 자존감이 떨어진 존재라고 생각했다. 남의 기분을 맞춰주려고 애썻고 나의 마음보다는 상대방을 배려해서 싫어도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래서인지 나의 마음은 애써 부정해보지만 나의 마음보다는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이중성의 내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부부관계, 심리학 책들을 읽어나가보니 엄마인 나를 우선 지켜나가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남의 눈치를 지나치게 봤었다면, 앞으로는 나의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가 싫다면 단호하게 NO라고 말할수 있는 당당한 내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대로의 나도 참 괜찮고,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한다는 믿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엄마인 내가 행복해야 아이도 남편도 행복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엄마인 나를 중심에 세우고 소중하게 아끼면 주위에서도 나를 그렇게 대한다. 예를 들어, 밥을 뜨더라도 항상 남편, 아이, 나 순서였다면 이제는 엄마(나), 남편, 아이 순서로 뜨기 시작했다. 남편,아이 위주의 반찬이었다면 이제는 엄마인 내 위주가 되어 나를 위한 식탁에 가족들을 초대한다는 마음으로 식사를 준비하였다.


남편도,아이도 나의 인생을 책임져줄수는 없다. 결국 내가 먼저 나를 사랑하고 돌봐주어야 하고 아이돌보기, 집안일, 식사준비 등 하루에도 티 안나는 일들이 많지만 영순위로 책읽는 것을 우선순위에 올려두어 나를 먼저 챙기기 시작했다. 엄마의 미소가 가정의 행복을 좌우한다. 엄마의 시간은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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