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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 엄청 좋아한 간식이 있었어요

딱 한 입만 먹어볼까?

by 정희정


케이크 케이크 케이크. 이번달 말일은 내 생일이 있다. 아마도 케이크를 먹겠지? 내돈 주고 내가 사서 케이크를 가족들과 함께 먹을 것이다. 유명한 빵집인 OO바게트에도 케이크가 팔고 유명카페에서도 케이크를 판다. 물론 크기는 다르지만. 요즘엔 집 주변에 빵집과 카페가 참 많이도 생겼다. 호호 OOO, 빵OO 등의 굵직 굵직한 빵집카페들이 생겼다. 내가 주로 글을 쓰거나 생각하거나 멍 때리러 가는 카페도 있다. 2층에 올라가면 나름 쾌적하고 차분하고 조용한 공간이 있는데 나는 그곳에서 글을 적기도 하고 원고를 수정하기도 했다. 책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기도 하고 책 없이 가기도 했다. 조그만 탁자에 앉기도 했고 넓직한 탁자에 앉기도 했다.


유명 빵집은 생크림 케이크가 맛있고 보통 2~3만원대 그 이상의 가격을 유지한다. 새로 생긴 빵집들도 그에 못지 않은 가격을 자랑한다. 그런데 케익이란 것이 양이 많고 크기 때문에 거기에 들어간 재료의 양과 기술자, 제빵사의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 정도의 가격이 책정되는 듯 하다. 요리 하나를 만드는 데도 요리사의 정성과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나의 케익을 고르고 사는 데 신중해진다. 한 개를 사서 아낌없이 모두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커다란 생크림 또는 초코 케이크를 사서 생일초를 꽂는다. 후~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조각조각을 내어 그릇에 담는다. 보통 1~2개 씩 먹으면 케익은 남는다. 남은 케이크는 냉장고에 보관하고 길게는 다음 날까지 맛있게 먹으면 된다. 냉장고에 들어가면 보통 케이크는 잊혀진다. 안쪽으로 또 안쪽으로 들어가면 며칠 이내 먹어야 하는 케이크는 맛이 없어진다. 딱딱하게 굳어지고 이상하리만큼 냉장고에 들어가면 김치 냄새와 반찬냄새가 케익에 스며든다.


조각조각 케이크는 감칠맛이 나지만, 아메리카노 한 잔이면 충분하다. 별카페에서 주로 먹는 클라우드 치즈케이크는 내 입맛에 맞다. 좋은 느낌을 남긴다. 이 그림책에서 본 초코 케이크는 참 먹음직스럽다. 그림책을 볼 때마다 초코 케이크 노래를 부른다. 초코 케이크를 먹고 싶다. 어느 날은 주로 가는 카페에서 초코 케이크가 눈에 들어온다. 왠지 이 그림책의 초코 케이크처럼 생겼다. 질감은 좀 달랐지만 초코 케이크 였다. 조각 케이크는 저렴하지 않다. 오히려 양에 비해서 브랜드의 값이 매겨진 것인지 5000원을 훌쩍 넘어선다. 그래도 가끔 사먹는다. 점심을 거르거나 아침을 거르는 시간, 일이 있어 카페에 들르면 식사 대신 케익을 먹기도 했다.


너무 많은 기대를 한 걸까? 초코 케이크가 정말 맛있어 보이고 촉촉해보여서 주문했는데 그림책에서 기대한 초코 케이크 맛은 아니다. 두 명이서 먹으면 조금씩 먹어서 맛있게 먹을 수 있을 텐데 혼자서 조각 케이크(양이 은근히 많다)를 먹으려니 물리는 느낌이다. 그래서 다 먹지 못하고 남기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티라미수를 굉장히 좋아한다. 위에 뿌린 가루가 부드럽고 입 안에 촉촉이 남겨지는 부드럽고 달콤한 감촉이 좋다. 생일 케이크는 생크림을 좋아하는데 아마 이번 다가오는 생일에도 생크림 케이크를 먹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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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음직 스럽게 생긴 초코 케이크가 눈에 들어온다. 딱 한 입만 먹어볼까? 우리나라에서는 빵을 만드는 일이 드문데, 외국에서는 흔한가 보다. 생일날이나 축하하는 일이 있을 때 집에서 빵이나 케이크를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이 그림책은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 마이클 로젠의 작품이다.

내가 어렸을 때 엄청 좋아한 간식이 있었어요. 바로 엄마가 만든.... 초콜릿 케이크!

역시 작가의 어릴 적 가장 좋아한 간식은 ‘엄마가 만든 초콜릿 케이크’ 였다.

초콜릿 케이크를 얼마나 좋아했던 지 학교 가는 날에 작은 상자에 넣어간 초콜릿 케이크가 있어 행복했고 쉬는 시간에 함께한 초콜릿 케이크와 그는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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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먹다 남은 초콜릿 케이크가 잠자다 문득 떠올랐다. 아무도 모르게 아래층으로 가서 초콜릿 케이크를 보고 오기로 한다. 먹음직스럽게 생긴 초콜릿 케이크.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동생방을 지나고 엄마아빠 방을 지나고 복도를 지나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 부엌 찬장에 있는 케이크를 꺼낸다. 예쁜 장미꽃이 그려진 접시 위의 부스러기를 음미한다. 추쿠 초코 추쿠 초코 으으으으 날름! 냠냠! 어쩜 소리도 이렇게 재미나게 표현했는지! 굉장한 표현력이다. 깔끔하게 부스러기만 주워 먹으려고 했는 데 촉촉한 조각들을 맛보고 옆 조각도 건드리고 칼로 슥슥 잘라서 한 움큼, 또 한 움큼 맛을 본다. 음미한다. 꿀꺽 으음, 꿀꺽! 쓰으으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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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하고 촉촉한 초콜릿 케이크 맛에 더 이상 참을수가 없다. 그래서... 꿀떡! 꿀떡! 우걱우걱! 꿀꺽! 꿀떡! 오. 이런 조금만 맛 본다는 게 한그릇을 싸악 다 먹어버렸다.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누가 케이크를 먹었는 지 알 수 없게 뒤처리를 하기 시작한다. 그릇을 깨끗이 씻고 수건을 꺼내서 물기를 닦는다. 제자리에 갖다 놓는 것도 잊지 않는다. 나는 먹었어요 티를 내면 안된다. 칼은 서랍 속에 쏘옥.

살금 살금 내가 케이크를 먹은 걸 눈치 채지 못하게 쉬이잇! 조심조심 계단을 올라 복도를 지나 내방으로 돌아온다. 배는 초콜릿 케이크로 빵빵하다. 포근한 이 느낌. 잠이 스르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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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케이크를 엄청나게 좋아해서 살그머니 밤 중에 몰래 부엌에서 꺼내 먹고 뒤처리까지 완벽히 했으니 엄마가 눈치챌 일은 없겠지?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길수록 맛있는 케이크와 슥슥 삭삭 소리나는 재미와 즐거움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그림책.


<딱 한 입만 먹어볼까?>

어쩜 이렇게 먹고 싶게 그렸지? 정말 손에 닿을 것처럼, 내 손가락에 쿡 찍으면 초콜릿 크림이 묻을 것 같은 질감을 표현했다. 먹고 싶게 만들고 카페에 가서 초콜릿 케이크를 유심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초콜릿 케이크를 만들 수는 없겠지만 아이들과 맛있는 초콜릿 케이크를 사먹을 순 있다. 노란색 머리의 주인공의 콩닥콩닥 두근두근한 마음을 쫓아갈 수 있고 맛있는 케이크를 먹는 기분을 한껏 즐길 수 있다. 보는 재미, 듣는 재미가 흥미로웠다.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초콜릿 케이크를 생각하고 함께 먹으러 갈까? 잠들기 전 데이트 코스를 짜보는 건 어떨까? 엄마도 초콜릿 케이크 엄청 엄청 좋아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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