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이란 공간은 신선하다. 그림책이란 공간에서 뛰어놀고 마음껏 즐기고 구경한다. 맛있는 음식을 보며 먹고 싶기도 하고 이런 것도 저런 것도 해보고 싶게 만든다. 그림책이란 신기한 공간에서 오늘도 내일도 매력을 한움큼씩 맛본다. 나이 마흔이 되어서 그림책의 기쁨에 빠지고 그림책을 탐색한다. 그림책이란 놀이터 공간에서 뛰어논다. 아이들과 함께.
오늘은 주무르고 늘리고 부풀리는 그림책들을 준비해보았다. 인상깊게 읽었던 작품이나 그림책 작가는 머릿 속에 오래도록 남는다. 그 중에 하나가 나카야 미와다. 첫 번째 책인 <책 먹는 아이로 키우는 법>에도 나카야 미와를 비롯한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설명되어 있다. 나의 아이가 특히나 좋아하는 그림책이다.
나카야 미와는 도토리를 그리고 직업을 담았다. 그림책 마다 특색이 있고 우리는 그림책의 특색을 골라가며 책을 읽는다. 귀여운 그림체는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도토리 시리즈 중에 가장 처음으로 좋아한 책이다. <도토리 마을의 빵집>은 제목 그대로 빵집, 제빵사와 관련된 그림책이다. 날이 밝지 않았는데 벌써 일을 시작한 가게가 있다. 도토리 마을의 빵집이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 학교 앞 ‘도도한 빵쟁이’라는 빵가게가 생각이 났다. 초등학교 앞에 마중을 갈 때면 빵가게에서 아이를 기다렸다. 비가 오는 날이나 해가 쨍쨍한 날, 그리고 둘째가 갓난 아기였을 때 아기띠를 메거나 유모차를 끌고 다닐 때도 나는 이 곳 빵가게를 좋아하고 들렀다. 커피를 사먹기도 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앙금빵이나 단팥빵을 사오기도 했다.
빵집은 일찍 문을 연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찍 준비를 해야 한다. 밀가루 반죽을 주물주물 반죽해야 하고 빵이 발효하는 시간도 기다려야 하고 빵을 굽는 시간도 걸리기 때문이다.
도토리 마을의 빵집에는 유치원(우리나라로 치면 어린이집)에 다니는 두 꼬마가 있다. 엄마는 빵도 만들고 빵가게를 운영하면서 아이들을 돌보는 워킹맘이다. 일하는 엄마의 일상을 보는 듯 하다. 바쁜 아침시간, 서둘러 아이들 준비물을 챙기고 아침을 준비하는 여느 가정의 모습이다. 부리나케 아이들을 자전거로 등원시켜 주고 엄마는 빵집으로 출근한다.
이미 다양한 빵과 맛있는 빵들이 있지만 늘 새로운 것을 준비한다. 정체되어 있지 않고 새로운 빵을 연구한다. 새로운 빵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연구하고 많은 빵들을 만들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이번 빵은 꼭 잘되어야 할텐데.... ’
유치원에서 하원시키는 일은 아빠의 몫이다. 아빠는 아이들을 데리러 유치원으로 향한다.
“아빠,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우리가 꼴찌잖아요.”
아침은 엄마가 등원하고 오후에는 아빠가 하원을 한다. 우리도 이렇게 일하면 얼마나 좋을까? 일을 제시간에 마치고 가도 제일 늦게 하원하는 차례가 된다. 이미 친구들을 모두 집에 가고 아이가 엄마아빠를 기다린다. 저녁을 먹으며 아이들은 말한다. 내일모레 놀이공원에 가는 약속 잊지 않았죠? 아이들은 온종일 놀이공원에 간다는 생각에 들떠있다. 하지만 아빠는 며칠만 미루자고 이야기를 한다. 아직 새로운 빵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들은 울음을 터뜨리고 쉽게 울음이 가라앉지 않는다.
새로운 빵을 만들면 놀이공원에 갈 수 있겠지? 하루라도 빨리 엄마아빠와 놀이공원에 가고 싶은 아이들은 직접 새로운 빵 만들기에 도전한다. 엄마아빠가 잠든 시간, 몰래 조용히 나와 빵 만들 준비를 한다. 아빠가 빵 만드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본 아이는 자신만만하다. 커다란 그릇에 밀가루를 붓고 소금, 설탕, 달걀, 버터, 물.. 그리고 이스트 까지 꼼꼼이 챙기는 모습이 기특하다. 빙글빙글 섞고 돌리고 조물조물 또 섞는다. 아주아주 큰 빵을 만들기 위해 밀가루를 더 넣고 또 섞고 둥글리고 주물럭 주물럭! 빵 만들기가 이렇게 힘든 줄은 몰랐어요.
이스트의 마법으로 빵이 조금씩 부풀고 커다란 반죽에 호두, 머루, 말린 산딸기를 듬뿍듬뿍 올려 장식한다. 이제는 빵을 구울 차례. 한껏 밀가루를 넣고 추가해서 매우 커진 반죽은 너무 너무거워 오븐까지 옮기기도 힘들었다. 겨우겨우 오븐에 밀가루 반죽을 넣고 기다린다. 반죽을 하고 빵을 만드느라 이미 지친 아이들은 따끈한 오븐 옆에서 잠이 들고 만다.
그 순간 덜컹! 하는 소리와 오븐 문이 열리더니 어마어마하게 커진 빵 반죽 덩어리가 아이들을 향해 밀려나온다.
“빵이 괴물처럼 변했어! ”
뭉실뭉실 부풀어오른 빵이 천장까지 닿을 것 같았던 그때, 엄마아빠가 나타난다.
“으앙, 미안해요. 엄마아빠 대신 새로운 빵을 만들려고 했는데.. 빵이 완성되면 놀이공원에 갈 수 있으니까.”
엄마와 아빠는 놀라서 울고 있는 아이들을 꼭 끌어안았다.
“아빠 엄마 대신 빵을 만들어 줘서 정말 고맙구나.”
아이들을 꼭 끌어안으며 아빠 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다음 날 엄마, 아빠,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빵 만들기에 도전한다. 재료를 넣어 휘휘 휘젓고 반죽을 얇게 밀어 톡톡톡 자른 다음 길쭉길쭉 늘린 반죽을 동글게 말아 모양을 만든다. 토독토독 구운 밤을 동글동글한 빵 반죽위에 올리고 노릇하게 굽는다. 그렇게 탄생한 도토리빵.
아이들이 밤새 반죽하고 만들어 부풀어오른 빵 나무안에 가족들이 함께 만든 도토리빵을 한 개 두 개 쏙쏙쏙 넣어준다. 일명 도토리 빵나무가 탄생했다. 하루에 딱 서른 개만 파는 도토리 빵나무는 인기만점이다. 도토리빵집에서 가족들의 배려와 사랑을 느낄 수 있고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고소한 빵 냄새가 나는 듯 하다. 도토리 마을의 빵집은 오늘도 손님들로 북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