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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지마. 네게 맞는 일을 꼭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림책 속 친구들의 딱 맞는 직업 찾기

by 정희정

여기 세 친구가 있다. 조용씨, 시드, 완두. 그림책에 나온 이 세친구는 내가 마음대로 친구로 명했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림책을 읽다 보면, 그림책을 읽어 주다보면 어느새 내 마음에 스며드는 구절이 있고 눈에 담게되는 그림들이 있다. 각각의 그림책 속에 등장하는 이 인물들의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보자.

조용씨

조용씨는 말 그대로 조용하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EQ의 천재들 이야기다. 로저 하그리브스는 자신의 아들을 위해 캐릭터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탄생한 책이 EQ의 천재들이다. 조용씨는 조용하지만, 전혀 조용하지 않은 시끄러운 나라에 살고 있다. 자신의 오두막집에서 조용히 집에서만 지내지만, 가끔 먹거리를 사기위해 식료품점에 나가야 한다. 콘프레이크를 주문하는데도 너무나 조용하고 작게 말한 나머지 주인이 알아듣지 못하고 결국 아무것도 사지를 못한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너무 작게 말하는 목소리 때문에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결국 굶게되는 조용씨. 배고픈 조용씨.

어느날 우체국 택배아저씨가 방문해서 편지를 전해준다. 행복씨에게서 온 편지다! 야호~ 행복씨가 초대장을 보내온 것이다. 초대받은 조용씨는 한껏 미소를 지으며 짐을 챙겨 길을 나선다. 행복씨 집에 도착한 조용씨. 둘은 마주보며 웃는다. 시끄러운 나라에 살면서 몇 달째 아무것도 먹지못한 조용씨에게 식사를 대접한다. 행복씨는 알고 있었다. 조용씨가 시끄러워 나라에서 지내는 것이 얼마나 불편했는지를. 그래서 행복나라에서 지내면서 집도 찾아보고 직업(직장)도 구해보자고 말한다. 그때 조용씨가 말한다.

“난 직장을 잘 구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너무 조용하기 때문이지요”

행복씨는 웃으며 말한다.

“당신에게 딱 맞는 직업이 있어요~”

그 다음날 둘은 함께 일을 시작하러 갔고, 조용씨는 아주 마음에 들어했다. 과연.. 어디였을까??

완두

귀여운 완두씨. 이름도 귀엽고 그림도 귀엽다. 색도 이쁘고 책도 아기자기하다. 연두색 테두리의 그림책을 열어본다. 태어날 때부터 몸집이 완두콩처럼 작아서 ‘완두’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가 있었다. 완두에게는 모든 것이 컸다. 작은 인형의 신발을 신고, 블록을 쌓은 장난감위를 척척 올라가기도 했다.

큰 사람들 사이에서 작은 완두는 점점 위축이 되었다. 몸집이 아주 작은 완두는 리코더를 불기에도 책상에 앉기에도 적합하지 않았다. 남들과 너무도 다른 완두는 늘 혼자였다. 완두는 종일 그림을 그리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선생님은 생각했다. 가엾은 완두가 어떤 일을 하게 될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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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 완두는 여전히 작았고 자기가 직접 지은 아주 작고 예쁜 집에서 살았다. 회사안에서 일하는 모든 것은 완두의 몸에 딱 맞게 설계되어 있었다. 완두는 어떤 일을 했을지 맨 마지막 장을 열어보고 아하! 작고 귀여운 (어른이 되었지만) 완두에게도 딱 적합한 일이 있었다.

완두를 보면서 예전 내가 좋아했던 엄지공주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거꾸로 시드

<거꾸로 시드 일하러 가다> 이 책은 아이가 학교도서관에서 읽고 재미있다며 사달라고 한 책이다. 맨 앞장의 그림처럼 시드는 늘 거꾸로 매달려있다. 꽃에 물을 줄 때도 거꾸로 매달려 주고 넥타이를 메고 옷을 입을 때에도 거꾸로 매달려서 한다. 친구들은 모두 일하러 가는데 거꾸로 매달린 시드씨는 생각에 잠긴다.

“나도 어쩌면 남들처럼 일할 수 있을지도 몰라”

신문에 나와있는 채용공고를 살펴본 시드씨. 동물을 좋아해서 동물원에 가보지만 자신에게 잘 맞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자신에게 맞는 일이 어떤 것인지 찾아보게 된다. 소방서에서 일하는 친구를 따라 용감하고 멋진 소방관처럼 불을 끄고 싶었지만, 연기가 자욱하게 올라오는 바람에 앞을 볼 수가 없었다. 피자가게에서 일하는 친구처럼 피자 반죽을 잘 만들고 싶었지만, 그 역시 쉽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극장에서 일하는 친구와 함께 갔지만 관객들이 거꾸로 매달린 자신에게 온통 집중하고 있어서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풀이 죽은 시드에게 친구가 말한다.

“걱정하지마. 네게 맞는 일을 꼭 찾을 수 있을 거야!”

열차 안에서 갑자기 정전이 되었다. 승객들은 당황했고 시드는 과연 어떻게 했을까?


요즘은 평생동안 일을 해야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중년이 되어가면서도 진심으로 내가 잘할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되기를 바란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내가 또 다른 걸 좋아하게 되는 순간이 오고, 내가 좋아하는 줄 알았던 분야가 내 마음에 진정으로 와닿지 않는걸 경험하는 순간도 온다. 상황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그 상황안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깨달음이 되고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 지 알게 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늘 우리는 생각한다. 내가 잘하는 일은 뭐지? 내가 좋아하는 일은.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나’에 대해 명확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인 것 같다. 단점이 장점이 된다는 것. 내가 이제까지 생각해왔던 단점이 장점이 바뀔수도 있다는 것. 이 세 친구들을 보면서 아.. 나도.. 아, 나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다시 한번 짚어보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조용하지만, 아주 작지만, 거꾸로 매달려있지만 자신들이 잘하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어떤’일을 찾게 된다는 것. 그것이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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