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엄마생활

삼겹살을 구워주고 머리를 말려주고

아침시간은 바쁩니다

by 정희정

아침 7시. 냉동실에서 꺼내두어 해동한 삼겹살을 꺼냅니다. 요즘 월,화,수요일은 집에서 온라인수업을 하는 아이를 위해 아침겸 점심(브런치)를 준비합니다. 아이는 삼겹살을 좋아합니다. 주말에 장을 보고 삼겹살을 구워주었더니 맛있다고 쌈장에 푹 찍어 먹습니다. 아침에도 삼겹살을 해달랍니다. 늘 그렇듯 반찬가게에서 산 몇가지 반찬과 계란, 소시지, 참치, 김이 올려졌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식탁위 올려진 반찬에 시큰둥합니다. 그래서 며칠전 딸손님이 요청한 삼겹살을 구워주고 조금남은 나머지 분량을 오늘 후라이펜이 올립니다. 식용유를 살짝 두르고 날것의 삽겹살을 올리니 치이익 소리가 납니다.


아침시간, 큰아이 작은아이 자고 있는 시간. 아침부터 후라이펜은 열일을 합니다. 삼겹살이 익어가고 삼겹살의 기름진 맛있는 냄새가 온집안을 가득 채웁니다. 서둘러 환풍기를 켜고 창문을 반이상 활짝 열어놓습니다. 쌈장을 안찍어도 짭짤한 맛을 돋워주는 허브향솔트를 톡톡 뿌려줍니다. 삼겹살이 익어가는 사이 냉장고에 전날 넣어둔 밥을 꺼냅니다. 냄비에 밥과 물을 가득 넣고 중불에서 약하게 끓입니다.


아침시간에는 밥이 넘어가지 않습니다. 밥보다는 죽, 또는 빵을 주로 먹습니다. 밥알이 풀어지는 시간 삼겹살을 한번더 뒤집어주고 아이를 위해 잘게 잘라줍니다. 언젠가 한번은 두툼한 삼겹살조각을 잘게자르지 않고 큼지막한 채로 입에 넣고 먹다가 된통 체한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와 저는 삼겹살 잘게 잘라서 먹습니다. 남편은 큼지막한 채로 먹어서 늘 아이들 것을 준비할 때는 가위로 잘게 잘라둡니다.


충분히 밥알이 죽알이 되고 풀어지면서 국물에 뽀얀 쌀가루국물이 보입니다. 푹 익은것이 좋습니다. 불을 약하게 줄이고 그 사이 둘째아이의 어린이집 식판을 준비합니다. 매일 점심을 먹고 물컵을 사용하고 어린이집 가방에 담아오면 저녁이나 밤에 설거지를 합니다. 다음날 잘 마른 식판과 물컵, 그리고 숟가락, 젓가락을 한 세트로 수저통에 넣어 가방에 준비해둡니다. 어제는 둘째 아이가 잔뜩 콧물이 비췄습니다. 어린이집에서 돌봄선생님과 하원하고 함께 놀이터에서 그네를 탔는데, 전날 잠잘때 반팔을 입어 추웠던 것인지 코가 잔뜩 묻어나왔습니다. 끈적한 콧물이 코멩멩이 소리를 냅니다. 저녁에 퇴근하자마자 급히 아이를 데리고 소아과를 갑니다. 일하는 엄마라 다음날 갈수가 없었습니다. 돌봄선생님과 진료를 보낼수는 있지만, 아이 건강상태 관련해서는 가능한 저와 함께 가려고 합니다. 정확히 아이상태를 알고 진료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어린이집 가방에는 감기약이 하나가 추가되었습니다. 시럽통에 물약과 가루약을 담고 섞어줍니다. 약국에서 새로 받은 시럽통에 아이이름스티커를 붙입니다. 아침약은 약 하나가 추가되어 다른통에 담아둡니다. 출근할 때 돌봄선생님에게 약을 인계드리려고 합니다.


삼겹살을 굽는동안 죽을 끓이고(데우고) 어린이집 가방을 챙깁니다. 7시 30분. 큰 아이를 깨웁니다. 전날 머리를 감지않아 오늘 아침 감기로 했습니다. 머리를 기르는 것을 좋아하는데, 긴머리카락이 여간 관리가 필요한게 아닙니다. 엄마처럼 자를래? 하면 싫다고 합니다. (저 같아도 싫겠지요)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는 머리카락에도 예민합니다. 잘 빗겨지지 않으면 짜증을 내고(그래서 린스를 사주었고) 머리감은지 며칠지나 기름지면 머리감으라고 잔소리를 하면 다음에. 다음에 미루었습니다. 하지만 학교가는날 만큼은 자주 머리를 감으려고 합니다.


오늘은 눈을 번쩍뜨고는 머리감으러 화장실로 곧장 갑니다. 분홍색 대야에 물을 받고 아이의 머리카락을 적셔줍니다. 긴머리카락이라 샴푸도 많이 사용합니다. 저의 경우는 한번의 펌핑이면 되는데, 아이는 두 세번을 펌핑해야 하니까 말이죠. 좁은 샤워실칸안에서 아이의 머리를 감아주고 샤워기로 헹구어줍니다. 스스로할수 있겠지만 아침시간이라 머리말릴 시간을 벌기위해 제가 조금은 도와줍니다. 긴 머리카락을 한꺼번에 모아 꼬옥 쥐어짭니다. 아이는 머리가 쬐이니 아프다고 말하고 얼른 뽀송한 수건으로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아냅니다.

머리카락 물기를 1차로 닦아낸 아이는 하얀색 변기커버위에 앉아 저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2차로 드라이가 남았지요. 전기코드에 전원선을 꽂고 화장실에 있는 커다란 드라이기로 아이의 머리카락을 말립닏. 안쪽부터 바깥쪽까지 왼쪽 오른쪽 왔다갔다하며 방대한 머리카락을 말려갑니다. 축축했던 머리카락이 점차 촉촉해지는 상태가 됩니다. 1분, 2분, 5분 가량이 흘렀을까요? 아이는 저를 닮아 머리카락이 풍성합니다. 머리카락 자체가 굵고 양도 많은 편입니다. 그러니 드라이를 해도해도 잘 말려지지가 않습니다. 미용실에서 처럼 전용의자에 앉아 굉장한 바람을 뿜는 전용드라이기로 전문가의 손길로 10여분이 넘는시간동안 드라이를 해야 바짝바짝 뽀송하게 말려지는 것 같습니다.


대충 끝내고 다했다고 말하니 덜 마른것 같은데? 합니다. 나머지는 거실에 비치된 작은드라이기로 마무리하라고(엄마는 할만큼 했다. 나머지는 네가해) 말하고 저는 저의출근준비를 서둘러 합니다. 유니폼처럼 정해진 옷을 입고 양말을 신고 급히 세수를 합니다. 오늘아침 삼겹살을 굽느라, 아이 머리카락을 말려주느라 시간을 다 썼습니다. 용량초과입니다. 우아한 아침시간은 다음을 기대합니다.


가장 간단한 로션과 선크림을 바르고 둘째 아이의 축축한 기저귀를 갈으러 갑니다. 그 사이 첫째도 오늘의 옷을 입고 작은 드라이기로 머리를 조금더 말립니다. 드디어 식탁에 앉습니다. 밥보다는 머리스타일에 관심이 많은 아이는 머리를 감은후에야 삼겹살을 입안에 넣습니다. 짜쪼롬하고 바삭하게 잘 구워진 삼겹살은 아이의 입맛을 돋웁니다. 함께 끓인 죽은 한김 식어 한입 두입 떠먹기가 좋습니다. 살짝 데운 콩나물국은 식었는지 먹어보질 않습니다. 큰그릇에 가득 담긴 죽에 약간의 소금간과 참기름을 두방울 떨어뜨려 입맛을 돋워줍니다. 목넘김이 좋습니다. 부드럽고 씹기도 좋은 죽은 저의 최애 아침식사입니다. 아이도 죽을 좋아합니다.


함께 식사를 하면서 아이가 말합니다.


"아침식사 처음 먹네"


아니거든 몇번 해주었거든. 아마도 오랜만에 간만에 둘이 앉아 먹으니 그런 느낌이 들었나봅니다. 학교에서도 아침식사를 꼭 하고오라고 했답니다. 학교가는 날 아침은 삼겹살과 머리말리는것은 좀 무리지만, 죽정도는 해 줄 의향이 있습니다. 오늘 아이와 함께 아침밥(죽)을 먹어서 바빴지만 저도 기분은 좋았습니다. 함께 식사를 마치고 거실에 앉아 아이의 헝클어진 머리를 빗질해줍니다. 아침시간 느긋하게 린스까지 할시간은 없었기에, 아이의 머리카락이 거칠거칠합니다. 일자빗, 둥근빗으로 빗고 겨우겨우 머리를 펴내립니다. 긴머리지만 단정히 하나로 묶습니다. 아이도 학교에서 수업을 듣거나 체육활동을 할 때, 급식을 먹을 때 불편함을 느꼈을 겁니다. 머리숱이 많습니다. 저를 닮아서. 손으로 감싸쥐니 한움큼이 나옵니다. 단단한 고무줄을 두번 감으니 약간 헐렁해서 꽈악 쥐고 한번더 감아봅니다. 머리숱이 많아서 세번째 감을때는 최대한 힘을 주어야 합니다. 팽팽한 고무줄을 최대한 늘려서 마침내 머리카락을 단단히 고정합니다.


아침8시 출근할 시간입니다. 매번 같이나왔는데 학교도착하면 15분, 나머지 15분을 바깥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8시30분에 정확히 학교문을 엽니다). 그 사이 아이는 머무를 공간이 없어 난감했던 모양입니다. 학교도서관도 코로나상황으로 문을 열어놓지 않습니다. (일찍 출근하는 맞벌이가정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거야?? 의문입니다) 저 먼저 나오고 아이는 십분있다가 나오기로 합니다.


학교로 직장으로 어린이집으로 우리가족은 온종일 다른장소에서 다른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저녁시간 다시 함께 모이겠지요. 아침시간은 바쁩니다. 출근준비하느라 머리감느라 바쁜시간입니다. 단 30분이지만 아이와 함께 간만에 아침을 먹고 잠깐의 이야기를 나누고 머리를 묶어줄수있어 감사한 하루입니다. 아침부터 삼겹살 향을 머금은 우리집. 이따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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