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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Apr 12. 2021

우리는 했던 말을 또 합니다.

썼던 내용을 또 써도 됩니다.

글을 쓰면서 궁금했습니다. 경험은 한정되어 있고 내가 한번 글로 적으면 적을거리가 없어질텐데. 나중에는 무엇을 적지? 책이란 것도 그랬습니다. 내가 한번 글로 적으면 쓸 내용이 줄어드는데, 지금 이걸 적어도 괜찮을까? 이 두꺼운 책은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는거야?


하나의 경험이라도 그때의 감성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습니다. 내가 이걸 지금 적는다고 다음에 적지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글이란 건 우리고 우리고 우려도 되고 썼던 내용을 다시 다듬어 써도 됩니다. 그리고 이전에 적은 내용이라도 지금 적는것과 또 다른 느낌을 불러일으킵니다. 내가 이내용을 전에도 적었는데, 이걸 또 적었다고 사람들이 보면 어떻하지? 괜찮습니다. 


자주 언급이 되면 그만큼 중요하게 다가온다는 거니까요. 작가에게 자주 언급되는 경험은 그만큼 소중하고 강조가 됩니다. 글은 많고 우리는 매일 새로운 글을 접합니다. 나의 일상, 서로의 일상을 글로 소통하고 글로 나눕니다. 소소한 일상은 글에 파묻히고 또 금방 잊혀집니다. 


하나의 일이라도 내가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다르게 느껴집니다. 10대일때 20대일대 30대일때 내가 성장함에 따라 마음도 성장합니다. 어릴 때 경험한 것이 어릴 때는 이해할 수 없었는데, 30대가 되고 엄마가 되어보니 그때의 경험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겠죠. 어릴때는 당연히 받아들이던 것들이 머리가 굵어지고 자기의 가치관이 생기면서 그땐 왜 그랬을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우리는 했던 말을 또 합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경험들이 글을 쓰면서 불쑥 떠오르기도 합니다. 글은 나를 생각하게 합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매일 말을 하고 글자를 봅니다. 상대방에게 설득을 하고 대화를 하고 소통합니다. 말로서 글로서 말이지요. 글을 쓰는 시간만은 '나'와 대화하는 시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말을 하고 글을 보지만, 매일 '나'와 대화하면서 글을 쓰는 사람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글을 쓰면서 나를 생각합니다. 과거의 나, 현재의 나. 30대의 나, 40대의 나 그리고 훗날의 나를 상상하기도 합니다. 글은 새로운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이전의 기억들을 새로이 조합하기도 합니다. 지금 내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적으면서 어릴적 나의 추억을 소환해내기도 합니다. 


하나의 책을 보더라도 각자 감동받은 부분이 다르고 느끼는 포인트가 다릅니다. 기억의 단편을 떠올리며 같은공간 같은시간 속에 있어도 떠올리는 상황과 기억은 다릅니다. 10년 전 그때 떠올렸던 느낌과 기억이 지금과 다르다는건, 그때의 나에서 지금의 나로 한층더 성장하고 달라졌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래서 글쓰는 일, 나를 생각하는 일은 중요하고 필요합니다.


너무 자주 우려먹지만 않는다면 썼던 내용을 또 써도 됩니다. 글자 그대로 베끼기가 아니라면 내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글은 달라집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적어내려가는 나의 생각이 꼭 새로운 것일 필요는 없습니다. 경험했던 기억에 익어가는 생각이 더해져 더욱 깊이있는 나만의 글이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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