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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Apr 12. 2021

스피치와 글쓰기의 공통점

글에도 말에도 골격이 있다는 걸 아시나요?

약 5년전 저는 스피치학원에 다닌적이 있습니다. 말을 잘하고 싶었거든요! 생각해보면 저는 이것저것 참 많이도 하러다닌것 같아요. 캔들을 만들기 위해 원데이수업도 들어보고 영어스터디도 해보고 가정집에서 하는 영어수업도 해보고 비누만들기 수업도 해보고요. 해가 갈수록 말과 글에 대해 목마르더군요. 어른이 될수록 말하는 공간은 많아지고 말을 잘하는사람에게선 후광이 비추는 것 같았습니다. 


신촌에있는 스피치학원에 등록했습니다. 일을 하고있어 주말에만 갔는데, 소수의 인원으로 시작했어요. 스피치학원은 꽤 유명했던 것 같아요. 대표강사가 책도 냈고 홍보와 광고도 많이 하고 있어서 수강생도 꽤 많았던 것 같아요. 저의 토요일 수업에는 5분의 수강생과 함께 했어요. 저보다 다 나이가 많았어요. 60대이신 분도, 40대이신 분도 있었어요. 앞에 나가서 말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강사의 수업지도를 따라갔어요. 얼마나 낯뜨겁고 부끄러웠는지요. 남들 앞에서 말한다는건 참 용기있는 행동인것 같아요. 수강료를 냈으니 아까워서라도 부끄러움은 집어넣어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매주 수업을 들으러 다녔고 강사가 알려준 노하우도 터득했어요. 


첫느낌. 처음 툭~

말을 할때나 글을 쓸때 처음을 어떻게 써야 할까요? 두서없이 아무거나? 막? 스피치학원에서 말하는 스킬을 배우면서 강사들이 처음 강의를 할 때 에피타이저 처럼 말의 시작을 흥미롭게 접근해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예를 들면 이런거죠. "오늘 참 날씨가 좋지요~ 여기까지 오는 길은 어떠셨나요?" 혹은 강의주제와 근접해서 "지난 한주간 내가 빠져든건 무엇이었나요? 여러분, 행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바로 강의본론에 들어가기보다 살짝 운을 떼서 접근하는 겁니다.


글을 쓸때도 마찬가집니다. 위대한 소설가나 창작가의 고통처럼 처음 시작을 고민고민하며 집중해서 첫글자를 시작하는 분야는 예외로 두고, 보통 일반의 글쓰기는 가볍게 시작합니다. 에피타이저처럼 흥미를 살짝 유발하며 시작하면 됩니다. "어제는 이런 일이 있었어요. 요즘 빠져있는 것이 있나요? 요즘 어떤 일에 빠져있으세요?"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을 하기전에 질문으로 살짝 여유를 두는 것이지요. 궁금증을 자아낼수도 있습니다. 글을 읽어보고 싶게 만듭니다.

 

어떤 글을 적어볼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두고 첫 글자를 뗄 때까지가 사실 어렵습니다. 본문의 내용이 다 생각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글을 적어내려가기엔 중간에 막힐까봐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제목도 쓰다가 말아도, 첫 글자를 떼고 중간에 막혀도 괜찮습니다. 글과 글은 연결되고 막혀도 다음번에 새로운 기분으로 다시 적으면 됩니다. 글을 쓰다보면 한문장만 생각이 나서 시작했는데 그 다음문장이 떠오르고 글이 글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세 가지.

세 가지를 생각합니다. 본문을 3가지로 추려보세요. 작은 제목으로 마음으로 생각해두세요. 하나, 둘, 셋 마음으로 정해두는 겁니다. 저는 이 글을 써야지 생각하면서 마음으로 세 가지를 생각했습니다. 처음 서론, 본론, 결론으로 3가지로 나누었어요. 글과 말에는 골격이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않지만, 강사 마음속에 글쓴이 마음속에 골격과 뼈대를 어느정도 잡아두고 글을 쓰고 말을 합니다. 특히 처음 글을 쓸때 유용합니다. 막막할때 본문3가지를 정해두고 처음의 글을, 마지막 결론의 말을 마무리지어보세요. 

왜 3가지냐면, 2가지는 어딘지 아쉽고 모자란 기분이 듭니다. 4가지로 넘어가면 강의를 듣는 입장에서 지루하다 생각될수도 있습니다. 물론 본론의 내용이 길고 짧음에 따라 소제목은 늘어나기도 줄어들기도 합니다. 대부분은 3가지로 나누면 말하기도 글쓰기도 편해집니다.


결말을 한데 모으기. 간단하지만 글의 주제를 잘 나타낼 수 있게 간추려주세요. 

결론, 결말이 없으면 말이나 글이나 이상합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에게 알려드린 내용은 o,o,o (3가지) 입니다." 그리고 마무리는 여백의 미, 생각할 여유를 남겨둡니다. "오늘의 시간을 통해 나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처음 도입부분에서 말했던 것을 한번더 언급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요즘 내가 빠져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한번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글쓰기와 말하기의 공통점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본론3가지를 생각하고 거기에 살을 붙이고, 처음과 끝을 세우는 골격이 필요합니다. 처음/본론/마무리 라는 큰 골격을 세워두고 살을 붙여나가시면 됩니다. 

저 사람은 말을 어쩜 저렇게 잘할까? 나도 잘하고 싶다.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스피치의 기술도, 글쓰기의 방법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말을 많이 해보기, 글을 많이 써보기 인것 같습니다. 남들앞에 선다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글을 함께 나눈다는 건 용기있는 행동입니다. 


글쓰기와 말하기는 나이들어서도 할 수 있는 유일한 재테크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풍부한 경험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스킬을 적절히 이용하면서 나만의 글을 켜켜이 쌓아나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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