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학교에서 강낭콩키트를 가지고 왔다. 과학 수업시간에 강낭콩을 심고 관찰일지를 적어야 한다고 한다. 일을 끝내고 집에 오니 아이가 강낭콩을 꺼내보인다. 갈색의 콩알모양의 강낭콩 다섯 알이 보인다. 이미 원격수업시간에 강낭콩에 대해 설명을 듣고 강낭콩 심는 과정을 들어서인지 아이는 망설임이 없었다.
강낭콩 키트안에 담긴 조그만 화분을 꺼낸다. 거즈같은 걸 화분 맨아래에 깔고 키트에 함께 담긴 흙을 조금씩 조금씩 담는다. (김포마루 신문지는 미리 깔아두었다. 이럴 때 김포마루는 요긴하게 쓰인다) 더 안담아도 돼? 하니 이 정도면 되었단다. 반 정도 찬 흙 위에 강낭콩을 하나, 둘, 셋, .. 다섯 알을 듬성듬성 올린다. 이제 위에 흙을 덮어야 하는데. 아이는 혼자서도 씩씩하게 해낸다. 흙 그만 올려. 그만~ 나의 만류에도 괜찮다며 조금더 흙을 뿌린다. 분무기에 물을 담고 칙칙칙 뿌려준다. 씨앗까지 좀 깊은 것 같았지만 물을 조금더 부어준다. 촉촉하게 화분안을 채우고 우리는 이름을 정한다. 아이는 조그만 팻말에 심은 날짜를 적고 '낭낭이'라는 이름을 적어둔다.
둘째는 어린이집에서 토마토를 가져왔다. 토마토 씨앗도 아니고 키트도 아닌다. 제법 큰 화분에 심어진 토마토 모종을 가지고 왔다. 처음부터 키우는것보다야 이게 훨씬 낫겠다 생각한다. (화분키우기에 소질도 관심도 재능도 없는 나라는 사람) 모종과 함께 자리한 조그만 설명서를 본다. 흙이 '바짝' 마르면 물을 흠뻑 주세요. 하루에 2번은 분무기로 칙칙 잎에 물을 뿌려주세요.
처음은 방치했다. 정확히 말하면 관심을 못 주었다. 신경을 못 썼다. 어린이집에서 가지고온 날 식탁이 두었고, 돌봄선생님의 관심과 표현으로 햇빛을 받아야 한다고 해서 거실끝 해가잘드는 공간에 두었다. 그리고 둘째가 혹시 만질까 베란다로 이동했다. 2,3일은 신경을 못썼는데 흙이 바짝 말라있었다. 베란다에 해가 드는 공간에 두고 물을 흠뻑 흠뻑 주었다. 촉촉해진 토마토화분. 이제 해를 받고 선선한 베란다의 기운까지 받아서일까? 2~3일이 지난 어느날 초록초록한 동그만 열매가 소담히 달려있다. 그것도 3개씩이나. 우와. 토마토 열매를 보니 놀라웠다. 정작 어린이집에서 가지고온 둘째는 잘 모르지만, 첫째와 나는 토마토 열매를 보고 기뻐했다.
토마토의 근황을 올려달라는 선생님의 글에 토마토열매가 매달렸다며 얼른 사진을 올렸다. 잘 자라고 있네요~ 라는 말에 으쓱한다. 거의 비슷하게 시작한 강낭콩과 토마토. 강낭콩은 일주일이 넘게 소식이 없었다. 아이 친구들것은 벌써 싹을 틔우고 이~만큼 자랐다고 아이가 그러는데 땅에서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시무룩하던 찰나, 드디어 우리의 낭낭이도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보통 씨앗을 심고 7~10일정도 되어야 싹을 틔운다고 한다. 흙을 조금 더 덮어서 조금더 늦게 올라왔나보다.
강낭콩이 빛의 속도로 토마토의 성장을 따라잡고 있다. 오전에는 웅크리고 있었는데 오후가 되어 보니 줄기를 한껏 펴고 달려있던 껍질을 떨어뜨리고 잎이 솟아나 있었다. 하나에서 시작한 틔움은 둘째, 셋째 까지 이어졌다. 무언가 키우는데 관심이 없었지만 강낭콩 씨앗과 토마토 열매를 보니 '아, 이래서 식물을 키우는구나 초록의 탄생이 나와 아이들에게도 많은 기쁨을 주고 위안이 되는구나' 생각했다.
요며칠 비가 와서 토마토(토마토는 아직 이름이 없다)는 잠잠하다. 토마토는 베란다에서 거실로 옮겨와 지켜보는데 해가 잘 안나서 그런지 감감무소식이다. 열매가 커지는지, 싹은 더 나는지 별반차이가 없어보이고 그전날 너무 물을 흠뻑 준건 아닐까? 물을 너무줘서(해도 안나는데) 뿌리가 썩은건 아닐까? 별별 생각이 다든다. 초짜 티를 팍팍 내고 있다.
낭낭이는 반면 무럭무럭 키를 키우고 있다. 싹을 틔우자마자 물을 머금고 주욱주욱 뻗어나간다. 조그만 키트화분이 좁아터지기 일보직전이다. 다섯알이 동시에 뻗어올라오니 자리싸움이 한창이다. 오늘주말이라 화분을 사러가야 겠다. 식물키우기엔 관심이 없어서 예전에 사둔 거치적거리는 화분을 몽땅 버렸기 때문이다. 늘 그렇지만, 이럴줄 알았으면 좀 놔둘걸.. 싶다. (짐 되는걸 싫어해서 지금 필요가 없으면 버리거나 정리하는 편이다)
낭낭이에게는 지지대와 큰화분이 필요하고 토마토에게는 더 따듯한 햇빛과 보살핌이 필요하다. 같은 공간 속 다른 위치에 자리한 낭낭이와 토마토는 우리집 일곱살 터울의 첫째와 둘째처럼 눈빛과 사랑이 필요하고 고프다. 해를 품고 물을 머금은 낭낭이와 토마토를 보며 나는 오늘도 따스한 위안을 받고 사랑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