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재량 휴업일이 몇주 전 공지되었다. 그리고 나는 또 좌절했다. 5월 5일 어린이날에 이어 학교재량 휴업일이 이틀(5월6일, 5월7일) 정해지고 일하는 엄마는 또 한숨을 쉰다. 내 아이가 또 혼자서 하루종일 집에 있어야 한다. 초등학교 4학년이지만 아직 어리다. 그리고 부모의 손이, 돌봄의 손이 필요하다. 먹거리 뿐만 아니라 곁에서 이야기 나누고 마음을 들어주는 누군가의 손길이 너무도 필요한 나이다.
하지만 대책없고 일방적인 학교 재량 휴업일에 나는 또 실망했다. 학교가 공교육이라 그런가? 나라에서 지원하는 곳이니 알아서 하라는 소리인가? 엄마아빠는 학교재량 휴일에 회사재량 휴일을 쓸 수가 없다. 엄마아빠도 아이의 학교재량휴일에 회사재량 휴일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하지만 그건 말같지도 않은 소리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며칠뒤 슬그머니 공지가 올라온다. 학교 재량휴업일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선, 맞벌이 등 제한된 가구에 한해서 학교재량휴업일에도 등교를 신청할 수 있단다. 그런데.. 그 장소가 2층 도서관이고 9시~12시까지였으며밥은 제공되지 않는다고 한다. 중요한 건 밥이다. 솔직히 말해보자. 아이들이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혼자 있는 시간동안, 밥 한끼라도 제대로 먹이고 싶은게 엄마마음이다. 집 바깥에서 일하는 엄마든, 집에서 일하는 엄마든, 집에 있는 엄마든 아이들이 잘 먹고 건강히 성장하길 원한다. 학교재량일? 좋다. 그런데 밥이라도 좀 주지! 도시락이라도 밥이라도 좀 주지! 학교에 가서 도서관이라는 공간이지만 그래도 나를 지켜봐주는 선생님(사서)이 있고 친구들이나 동생들이 있을 수 있다. 혼자 집에서 식어빠진 너겟이나 건져먹는 것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하는 공간에서 마스크 넘어 서로의 눈빛이라도 볼 수 있는 그 공간에서 먹을수 있는 밥이다. 나는 왜 이렇게 밥에 집착하는 걸까?
나도 혼자 식어빠진 반찬과 밥을 먹는게 너무 싫기 때문이다. 내 아이도 그렇다. 아마 모든 아이들이 그럴것이다. 학교에서 정하는 학교재량휴일에 대체할수 있는 단단한 지원책이 있으면 말이 달라진다. 그런데 하루이틀 경험해본것이 아닌 학교의 대처는 실망에 실망을 거듭한다. 다른 학교도 이런지 정말 궁금하다.
그리고 유독 나만 별난엄마인지? 맞벌이하는 가정이 나 만이 아닐텐데 아이는 4학년 중에 자기만 휴업일 등교를 신청했다고 한다(담임선생님이 알려준것같다). 도서관에서 각자 할것을 챙겨가지고 가서 12시땡하면 도서관에서 하원에서 평일과 똑같이 집에서 '혼자' 밥을 먹어야 한다.
학교공지 중 이런것도 있다. 원격수업하는 기간 중 밥을 준단다. 그런데 이것도 웃기다. 학교에서 최선의 선택인것인지 모르겠지만, 학교정문을 지나 열체크를 하고 급식실에서 밥만 딱 먹고 귀가하는 것이다. 정말 밥만 딱 먹고. 다른 학우들이 급식실에서 복작복작 줄서가며 밥을 먹는 사이에 끼어 '원격수업시 밥을 신청한 인원' 줄에 서서 밥줄을 기다리고 밥을 뜨고 밥을 먹겠지? 그것도 좀 웃기다. 원격수업을 8시30분부터 12시 까지 하고 밥먹으러 학교에 가서 열재고 왁자지껄 아이들 사이에서 '원격수업 밥줄' 구역에서 별도로 밥을 먹고 귀가하겠지?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원격수업 하는날에 학교에서 밥을 먹을 수 있데. 신청해줄까? 물었더니 생각해본다. 그러더니 싫다고 한다. 아마 아이도 그런 분위기를 직감하고 있어서 일거다. 그리고 유독 나만? 원격수업하는 날에 급식실에 가서 밥을 먹는 것이 그리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차라리 집에서 혼자 밥을 먹는것이 낫지..
여전히 학교는 일방적이고 통보하면 끝이다. 나머지는 엄마아빠가 일하든 말든 알아서 하세요.. 이다. 초등학교가 이런줄 몰랐어? 알았으면 회사 관둬.. (특히 엄마가)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유독 학교만 들어가면 재량휴일이 생기고 부모의 공백이 너무나 커지며, 아이들은 방치에 방치되는 것일까. 코로나 상황으로 지난 한해도 너무 힘들고 서러웠다. 그런데 지금도 그렇다. 나아지는 것도 없이 나는 여전히 학교공백에 서운하고 일방적인 휴일통보에 한숨이 나온다. 혼자있을 아이를 생각하면 또 마음이 찌르르 아파온다.
사회가 끌어안아줘야 한다. 학교가 끌어안아줘야 한다. '아이낳고 가정에서 알아서 키우세요' 가 아니라, 사회가 학교가 다함께 아이를 보듬어주고 밥먹을때 지켜봐줘야 한다. 매번 계란으로 바위치기지만 그래도 나는 계속 건의하고 계속 계란으로 부딪혀나갈 거다. 내 아이를 위해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p.s.
그래서 우리 아이는 지금 혼자 식어빠진 너겟을 먹고 있을까?
어제 저녁, 아이가 걱정스런 얼굴을 하고 나를 바라본다. 나 혼자 있어야 돼? 혼자 있는거 싫은데.. 학교에 가면 나혼자 있는거 아니냐며 나에게 물어본다. 집에 와서 혼자 먹는 밥은 더더욱 싫은 눈치다. 어쩌지? 혼자 있으라고 해? 학교에 가라고 해? 너 하고 싶은대로 해.. 그렇게 말을 해도 둘다 좋은 방법은 아닌걸 안다.
아이돌봄서비스 찬스. 이번에도 나는 우리아이들을 오랜기간 돌보아주신 선생님이 떠올랐다. 아침 시간 선생님에게 카톡을 보낸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성향을 잘 알고 있고, 혼자 밥먹기 싫어하는 것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11시부터 학원가기전까지 아이를 돌보아주실수 있다고 한다. 올레!!!! 속으로 빵파레를 울린다.
시댁과 친정이 멀고 육아독립군인 나에게 아이돌봄선생님은 이번에도 나의 반짝이는 찬스였다. 내 빈자리를 가득히 채워주는 선생님이 있어 나는 오늘도 안심이고, 아이도 좋아한다. 출근하자마자 센터에 전화해서 돌봄서비스를 신청했다. 지금 아이는 선생님과 함께 있다. 밥 먹을 때 그저 같이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아이. 나의 아이는 그런 아이다. 내 아이의 멘토이자 보호자이자 친구로 늘 따듯하게 곁에 있어주심에 늘 고맙습니다.
학교가 쉬면 자동으로 돌봄서비스가 연계될수 있는 프로그램이 구축되었으면 하고, 하루 한끼라도 든든한 먹을 수 있는 학교밥차가 언제 어디서든 도움이 필요한 곳에 지원이 되면 좋겠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그런 변화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코로나 상황이 종료되어 매일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선생님과 웃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