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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May 18. 2021

결핍은 불편할 뿐이다

돈이면 거의 모든 것을 다 살수 있는 세상이다. 그래서 돈돈돈. 돈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일정부분은 우리가 매일 생활하고 입고 먹어야 하기에 돈은 필요하다. 사람이 숨만 쉬어도, 집 밖으로 나가지않아도 돈은 든다. 관리비가 나가고 집세가 나가고 전기세가 나가고 아이들 학원비가 나간다. 돈은 들어올땐 힘겹게 들어오지만 나갈땐 매몰차게 나간다.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준비할 것이 많다. 출산하는 순간 신생아옷, 배넷저고리, 이불, 목욕용품, 욕조, 기저귀, 분유, 딸랑이, 아기띠, 수유용품, 젖병소독기, 카시트 등. 아이가 한살, 두살 성장하면서 이유식기를 준비하고 모빌 등 장난감, 그림책을 준비한다. 다양한 종류의 빨대컵을 준비할 수 있고 여러가지모양의 쪽쪽이를 구경할수도 있다. 종류는 점점 많아지고 준비해야 할것들은 더 많아진다.


보이면 사야할 것 같고, 마트에 장보러가면 충동구매를 하게된다. 지금은 필요하지 않지만 매번 아기를 데리고 마트에 나올수없으니 미리 사전에 준비하게 되는 이유다. 먹거리도 그렇다. 세식구, 네식구가 생활을 하는데 짐은 기하급수적으로 느는것 같다. 일주일에 한두번 장을 보지만 또 매일 필요한 것들이 생긴다. 우유, 요구르트, 과일,, 주로 먹는 것들은 금방 동이나기도 한다. 그러면 또 한번갈때 사재기를 하게 된다. 


초등학생이 되면서 유치원비가 안들어간다고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학원비가 곱절로 늘어나버렸다. 보통 초등학교는 12~1시에 마치는데, 이후는 학원을 보내게 된다. 가능한 아이가 원할때까지 기다려주는 편이라 아이는 3학년부터 피아노와 미술을 배우기시작했다. 영어까지 합해서 한달에 50만원정도가 나가는 편인데 비용이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최근 맘카페에서 나의 경우는 평균이고 70~80만원 훌쩍 넘는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피아노를 배우면서 야마하 피아노가 떠오르고(아이는 실제로 집에있는 건반으로도 연습을 열심히 하는데, 피아노를 사고싶다고 말한적이 있다) 집에 있는 책상대신 책장이 달린 책상으로 바꾸어주고 싶은 마음도 크다. 불편했던 둘째 아이의 식탁의자 대신(필요한 사람에게 드림완료) 원목 식탁의자로 바꾸고 싶고, 거실 중앙에 아이용 조그만 상 대신 널찍한 상으로 교체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한치수 한치수 늘어나는 아이의 체구와 발사이즈에 맞추어서 아이들 옷을 사야하고 깔끔하고 단정하게 헤어컷도 주기적으로 해주어야 한다. 요즘 부쩍 화장과 네일에 관심을 가지고 아이를 위해 어린이용 화장품을 구비해주고 싶은 마음도 크고, 둘째 아이용으로 화장가방을 선물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결핍은 불편할 뿐이다.

어느 책 구절에서 뇌리에 박힌 말이다. 결핍은 불편할 뿐이다. 나는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모른척하고 싶은뿐. 물론 필요한 것은 잡초처럼 계속 생기고 아이들이 커나가면서 성장에 필요한 기본물품들이 있다. 하지만 기본을 넘어서 우리는 과한 것들을 요구하지도 않는데 매번 해주는 건 아닐까? 언젠가 내가 해달라고 했어? 라는 말을 들을지도 모른다. 특히 학원이 그렇겠지..


지금 당장 사지않아도 된다. 소시지가 없으면 계란부처 먹으면 되고, 고기없으면 참치랑 먹으면 된다. 당장 여름이불을 안 산다고 해서 큰일나는 것은 아니다. 피아노를 구입하지않아도 지금있는것으로, 학원에서 더 열심히 연습하면 된다. 그러다보면 내마음이 간직하고 있는 그것이 어느순간 나에게 '짜잔'하고 나타날 것이다.


적당히 해주기 

가끔은 결핍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질적으로 모든것이 넘쳐나는 이때, 조금은 빵구를 내어보자. 빈틈을 허용해주자. 아이를 닥달하지말고 적당히 눈감아주는 빈틈을 보여도보자. 불편함을 알아야 물건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정말 정말 내가 원하는 걸 알게되는 계기가 된다. 내가 진심으로 이 물건이 필요한 것인지, 정말 이 책이 필요한 것인지, 이 책상이 필요한 것인지 내 마음을 저축해둔다. 


사람마음에 욕심은 끝이 없고, 이물건을 손에 넣으면 또 다른 물건이 마음에 들어온다는 것을 안다. 완벽이란 없다. 아마 평생동안 나는 꾸준히 무언갈 원하고 바라고 사고싶을 것이다. 가을에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처럼 늘 필요한것들이 우수수 생겨날것이다. 그런 마음은 당연한것이기에 사고싶구나.. 가지고 싶구나.. 해주고 싶구나.. 인정하고 여력이 될때 하나씩 하나씩 소중한 내것으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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