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리를 좋아한다. 정리하는 책을 좋아하고 정리하는 용품을 좋아한다. 그래서 바구니가 늘어나고 책이 늘어난다. 실제로 보면 정리를 좋아한다기 보다, 정리하는 척을 좋아하는 것 같다.
정리된 자리는 누구나 좋다. 정리된 가구, 정리된 옷, 정리된 자리, 깔끔한 공간. 나는 정리홀릭일까? 정리를 갈망하는 사람일까. 현실적으로 정리와는 거리가 멀다. 나의 집 사진을 살짝 살짝 본 분들이라면, 우리집에 와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 바닥엔 머리카락이. 먼지가. 책상 위에는 책들이 너저분하게 올려져있고. 책꽂이에 책들이 우후죽순 꽂혀있는 모습들은 정리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걸 짐작케 한다.
하지만 나는 정리를 하고 싶다. 정리를 잘 하고 싶다. 정리의 도움을 받고 싶다.. 11살, 4살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플러스 자신의방은 건드리지말라고 당부하는 남편과 함께 생활하며) 집 정리는 언젠가는.. 언젠가는.. 정리하는 날이 언제올지 알수없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효율적이지 않은 지금의 옷장에 불만을 토로한다. 드레스룸이라고는 비상구 환풍기를 옆에 두고 불을 안켜면 캄캄한, 들어가기 싫은 옷장이다. 그곳에 아이들 장난감도 보관해두고 내 얼마안되는 옷들도 보관해둔다. 눈에 잘 와닿지를 않으니 잘 안열어보게 되고 잘 안입게 된다. 겨울철이 와야 느즈막이 꺼내드는 점퍼와 코트만 우두커니 보관되있을 뿐이다. 나에게 옷장은 옷장이 아니었다.
내 아이의 방도 마찬가지다. 옷장이라고는 붙박이장이 설치되어 있어 편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서랍도 뭔가 안맞는,, 작은옷들을 켜켜이 넣기에도 불편하고 큰옷을 개어놓기에도 금방 가득차 서랍이 잘 닫히지도 않는,, 예전의 불편한 서랍이고 옷장이 자리한다. 긴옷을 걸어놓기에도 아이손이 닿지않으니 아이가 사용하는 옷장으로는 이 역시 탈락이다.
사람의 손이 닿는 공간, 너와 나의 온기가 닿는 공간
어디든 발길이 닿고 손길이 닿는 곳에 좋은 흐름이 흐른다고 생각한다. 집은 너무 넓고 해야할 일은 너무 많다. 창틀의 먼지는 내 머릿 속에서 잊혀진지 오래다. 화장실 곰팡이도 나와 생활을 한 지 오래다. 베란다에 켜켜이 쌓여가는 짐들을 보며 한숨을 내쉰다. 언제쯤이면, 언젠가는 이 곳에도 숨통이 트일까?
정리수납 도움을 받기로 했다.
시에서 진행하는 정리수납 공고문을 보았다. 나에게 특히 필요한 도움같았다. 집에 있어도, 일을 해도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쌓인 물건들이 정체되고 내 마음도 우울해졌다. 나 혼자서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신청했다.
공간도 사람의 마음도 빈틈을 주자.
알면서 참 쉽지않은 비움이다. 버릴것과 현재 보존해야할 것을 나누어야 하는 작업, 이 단순한 작업이 나에게는 더디고 어렵기만 하다. 차분히 천천히, 그리고 도움을 받으며 하나씩 하나씩 해나가볼까 한다.